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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도예나가 살아 돌아오니 도설혜은 자기가 서씨 그룹에 온 목적을 잊어버렸다.

그녀는 다급히 서씨 그룹을 떠났다.

1층 휴게실에서 도제훈의 시선이 도설혜의 뒷모습으로 향했다.

도제훈은 도설혜가 도예나의 이복동생이고 4년 전 도혜나를 궁지로 몰아 해외로 도망가다시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도설혜, 바로 그 도씨 가문의 후계자?’

흥!

도제훈은 코웃음을 쳤다.

이내 도제훈은 머리를 돌려 휴게실에 놓여 있는 컴퓨터를 보더니 그쪽을 향해 걸어갔다.

도수아는 카펫에 앉아 그림책을 보느라 도제훈의 움직임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 완전히 자기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도제훈은 컴퓨터를 켰다. 비록 사양이 좀 낮긴 했지만 작은 수작을 부리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도제훈의 길쭉한 손가락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자 컴퓨터 화면이 파란색으로 변하더니 코드가 한 줄 한 줄 나왔다.

도예나는 코딩 고수이다.

그리고 도제훈은 코드를 해독하는 고수, 해커이다.

도제훈은 도씨 그룹의 웹사이트를 쉽게 공략했다.

그는 사이트의 모든 고객 자료를 복사한 후에 해외 사이트에 공개해 버렸다.

곧이어 도제훈은 부호 하나를 약간 수정했다.

도씨 그룹의 홈페이지는 바로 터져버렸다.

인터넷 시대에 한 대기업의 공식 홈페이지가 터진다는 것은 회사 이미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했다.

도씨 그룹에서 시스템을 고장 처리하기도 전에 해외에서 소식이 전해져 왔다.

모든 고객의 명단이 유출되었다!

도씨 그룹의 주가는 30분 만에 10포인트 하락했다.

도제훈은 한가로이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면서 냉소를 지었다.

이것은 단지 작은 응징일 뿐.

다시 도예나를 건드린다면, 도제훈은 도씨 가문에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불현듯.

보송보송한 머리 하나가 다가왔다.

도제훈이 고개를 돌리자 도수아가 어느새 그의 곁에 다가왔다.

도수아의 동그란 두 눈은 초롱초롱한 것이 마치 맑은 샘물 같다.

도수아의 두 눈은 컴퓨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도제훈은 경제 뉴스는 지루하다는 듯이 컴퓨터 스크린을 끄려고 했다.

그런데 말랑말랑한 손이 그의 손을 제지했다.

도수아의 머리는 점점 스크린으로 다가갔다.

도제훈은 그제야 뉴스가 반복적으로 방송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 스크린에 나타난 것은 차가운 얼굴의 남자.

이 남자는... 방금 오는 길에서 만난 그 남자...

도수아는 이 남자에게 유난히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수아, 이 아저씨 알아?"

도제훈이 천천히 물어봤다.

그러나 도수아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도수아는 모니터를 후벼파기 시작했다. 마치 스크린 속의 그 남자를 스크린 밖으로 꺼내려는 듯 말이다.

도제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실눈을 떴다.

이내 도제훈은 신속하게 남자의 사진을 캡처하고 검색란에 입력했다. 곧 남자에 대한 모든 정보가 나왔다.

강현석, 28세, 강씨 그룹 대표.

그는 도수아가 이 사람을 절대 알지 못한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런데 왜 도수아가 낯선 남자에게 스스로 다가갔었는지 알 수 없었다.

‘잠깐!’

도제훈의 머릿속에 갑자의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자폐증 아이는 자기 혈육을 제외한 모든 낯선 사람을 배척한다.

‘설마 이 남자가...

말도 안 돼!’

도제훈은 생부에 관해 물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예나는 매번 화제를 피했다. 그 뒤로 도제훈도 이에 대해 더는 묻지 않았다.

그는 줄곧 두 사람의 생부는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도제훈은 남자의 용모를 자세히 관찰했다. 놀랍게도 도수아의 눈과 입이 이 남자와 많이 닮아있었다.

만약 그의 생각이 맞다면, 친자확인을 할 필요가 있었다.

도씨 그룹의 뉴스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도진호은 초조하게 회사의 일을 처리했다.

"누군가 악심을 품고 해킹한 게 틀림없어. 쓸모없는 것들. 상대가 누구인지도 알아내지 못한다고? 한 무리 밥통 같은 것들이라고!"

회의실 안의 사람들은 벌벌 떨며 숨도 못 쉬었다.

"아빠, 일단 진정하세요. 일단 해결부터 해야죠..."

도설혜이 말했다.

"기술팀은 빠른 시간 내로 사이트를 회복시키고 고객 센터팀은 중요한 고객들에게 연락해서 안정시켜 드리세요. 홍보팀은 당장..."

도설혜가 조목조목 일을 인계하자 회의실에 있던 직원들은 일 처리를 하기 위해 움직였다.

도설혜은 단단히 화가 난 도진호을 보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아빠, 도씨 그룹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세요?"

"왜?"

"도예나가 돌아왔어요"

"뭐라고?!"

도진호은 벌떡 일어섰다.

"그 재수 없는 년은 이미 죽었잖아?"

"오늘 서씨 그룹에 갔는데, 언니를 봤어요. 아직 멀쩡하게 살아 있어요."

도설혜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자기 것은 하나씩 다 빼앗아 갈 거라 했어요. 오늘 고객 자료가 유출된 일도 언니의 짓일 가능성이 높아요... 아빠, 난 언니가 그 두 아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 두려워요... 언니는 아이들의 엄마이고, 아이는 당연히 언니에게 돌아가야 해요..."

"그런데, 두 아이는 강씨 가문의 핏줄이잖아요. 만약 강현석이 우리가 자기를 꼬박 4년 동안 속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도진호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몇 년 동안 그는 자기가 강씨 가문 핏줄의 외할아버지라는 것을 앞세워 때때로 강씨 가문에 가서 존재감을 찾았지만, 강현석은 그에게 좋은 대도로 대한 적이 없었다.

강현석이 이 모든 게 거짓이라는 것을 알기라도 된다면,

그는 기필코 망할 것이다!

도씨 그룹도 무너질 것이다!

"아빠, 확실한 방법이 있긴 한데, 아빠의 도움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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