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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신한문이 나간 후, 릴리는 잠시 냉정해진 뒤 느릿느릿 일어났다.

화장실 가는 길에 그녀는 이 작은 아파트의 배치를 살펴보았다.

스타일이 간결하고 장식이 별로 없어 방안은 쓸쓸하게 느껴져 거주한 흔적이 별로 없다.

독신남자의 거처라고 하지만 방금 그녀가 묵은 침실에는 분명히 여성스러운 것이 있는데, 예를 들면 스탠드나 화장대 같은 것이었다.

슬리퍼도 발에 잘 맞아서 임시로 사온 것 같지는 않았다.

화장대 위에는 어지럽게 널려 있는 병들이 모두 유명 스킨케어 제품들이었다.

일회용 세면도구도 많이 있었다.

그녀는 양미간을 찌푸렸다.

겉으로는 시크한 신한문이 몰래 여자를 이렇게 많이 만난다고?

호화로운 집에 미녀를 데려다 노는 거겠지?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반쯤 쓴 크림을 집어들어 두 눈을 훑어보고는 혀를 내둘렀다.한 사람당 한 스킨케어 제품인건가?

돈 지랄을 하네 진짜.

앞에 다녀 온 여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경멸하듯 유리병을 유리 테이블로 던지고 테이블 표면을 따라 원을 그리며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씻고 아침 먹을 마음이 사라지자 미련 없이 돌아섰다.

응접실을 지날 때, 곁눈으로 신한문이 식탁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언뜻 보였는데 마치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신한문은 식탁 앞에 앉아 그녀를 따라 입구까지 시선을 옮겼고,눈초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약간 틀어졌다.

“아침 안 먹어요?”

"한문 씨가 준비한 아침 식사는 제가 받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다른...”

말이 여기까지 나오다 말았다.

신발을 신는 동작도 멈췄다.

신발장은 여성용 신발로 가득 차 있고, 하이힐이 많고, 각양각색의 브랜드가 있었다.

맨 앞줄은 눈에 익었는데 대부분 레드카펫을 밟은 신주리가 신은 신발이었고 알아보니 모두 패션위크 한정 신상품이었다.

그녀의 패션계 인맥을 이용해 맘에 드는 신발을 집으로 가져가 그녀의 신발장에 진열했다.

익숙한 스타일들이 시각적 충격을 안겨 주었다.

숙취 후 흐린 머리가 갑자기 맑아졌다.

혹시 여기가 신주리의 집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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