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24화

“아저씨!”

윤이는 활짝 웃으며 그를 불렀다. 그리고 이경빈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탁유미 엄마도 화장실에서 나왔다가 이경빈의 얼굴을 보고 얼굴이 단번에 창백해졌다. 서둘러 손자를 데려오려고 했지만, 이경빈의 싸늘한 시선과 마주하고는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경빈은 탁씨 집안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그때 탁유미 엄마는 그에게 재판에 서지 말아 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이 남자는 싸늘한 한마디만 남기고 그녀를 내쫓았다.

“이건 탁씨 집안이 이씨 집안과 공수진에게 진 빚입니다. 솔직히 고작 몇 년간 옥살이하는 것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아시겠습니까?”

탁유미는 엄마가 무서워하는 걸 느끼고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탁유미 엄마는 그제야 조금 진정이 되는 듯했다.

“이경빈, 할 말 있으면 나랑 밖에서 해.”

이경빈은 그녀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너 찾으러 온 거 아니야.”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윤이와 시선을 맞추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윤이 너는 탁 씨가 아니고 이 씨야.”

그 말에 탁유미는 그가 뭐하러 왔는지 단번에 깨달았다.

‘안 돼! 말하지 마!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이대로 윤이가 알아버리면...!’

그녀가 아들의 귀를 막으려고 재빠르게 다가왔지만 한발 늦었다.

이경빈의 청량한 목소리가 그의 입을 뚫고 나와 이 작은 방에 울려 퍼졌다.

“내가 네 아빠야.”

“아니야!”

탁유미는 윤이의 곁으로 다가와 그를 노려보았다.

만약 이경빈이 윤이의 팔을 잡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지금쯤 윤이를 자신의 뒤로 숨겼을 것이다.

“유전자 검사 보고서라도 눈앞에 대령해야 인정할래?”

이경빈의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윤이는 의문 가득한 얼굴로 이경빈을 한번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탁유미를 바라보았다.

“엄마, 아빠는 하늘나라에 있는 거 아니었어요? 왜 아저씨가 내 아빠라고 그래요?”

탁유미는 입술을 깨물었다.

대체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네 아빠는 한 번도 너를 원한 적 없다고 어떻게 말해야 할까.

심지어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윤이는 이 세상에 태어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