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67화

최군형이 차갑게 웃었다. 이 사람들 연기를 못해도 너무 못했다.

소정애가 눈을 부릅떴다.

“너, 웃긴 뭘 웃어? 이게 웃겨?”

최군형은 서늘한 눈길로 멍청한 사람들을 보는 것처럼 부부를 바라보았다.

소정애는 남편이 우물쭈물하자 차라리 자신이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입술을 축이고는 목청을 가다듬고 또박또박 말했다.

“우리 집에 왔으면 우리 집 규칙을 지켜야 해. 알겠어?”

최군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넌 거실 바닥에서 자야 해.”

“엄마, 누나가 오전에 접이식 침대를 사 왔어요.”

강소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접이식 침대는 무슨! 바닥에서 자라면 바닥에서 자!”

소정애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최군형이 코웃음을 쳤다. 바닥에서 자는 건 상관 없었지만 강소아가 그에게 침대를 사줬다니, 이 사실은 조금 의외였다. 그는 강소준의 눈길을 따라 벽 한구석을 바라보았다. 깨끗한 이불 홑청이 씌워진 접이식 침대가 보였다.

최군형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두 번째, 우리 가족은 밥을 적게 먹어, 알지? 그러니 따로 네 몫은 안 할 거야. 먹고 싶으면 먹고, 먹기 싫으면 나가서 사 먹어.”

최군형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우리 집 쌀을 낭비하지 말라는 건가?

최군형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소정애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집에서는 집안일을 하고, 가게에서는 가게 일을 도와야 해. 상자들을 옮기고, 상품을 진열하는 일들 말이야. 누가 시키지 않아도 너 스스로 할 일을 찾아 해. 그리고 네 번째, 네 옷은 너 절로 씻어, 더러운 옷을 아무 데나 벗어두지 말고, 특히 소파에는 절대 버리지 마. 그리고 2층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들어가지 마. 들어가는 순간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알겠어?”

소정애가 이를 악물고 2층을 가리켰다.

소정애의 말이 끝나자 방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강우재와 소정애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강소준을 쳐다보았다. 시선이 맞닿은 세 사람이 동시에 최군형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이때 최군형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