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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무조건 죽인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도범은 상관없다는 듯 밖을 한 번 내다봤다. 지유는 수아를 데리고 소나무 아래에서 놀고 있었다.

“흥, 어디 이따가도 그렇게 당당하게 굴어보시지!”

성경일은 더 이상 도범과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곧 도범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머지않아 여러 대의 차량이 집 밖에 멈춰 섰고 장건이 여러 명의 남자들을 데리고 성큼성큼 집안으로 들어섰다.

장건은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욕을 내뱉었다.

“누구야? 감히 우리 도련님을 때리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지금의 장건은 마침 분노에 사로잡힌 상태였다. 자신이 감히 상대조차 할 수 없는 놈을 만난 덕분에 애꿎은 손가락을 하나 잃었기 때문이었다.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성 씨 어르신의 전화를 받은 그는 도련님이 맞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당장 처리하라는 명을 받았다.

“이 도범이라는 쓰레기가 나를 때렸다, 전쟁터에 좀 있었다고 생색내려는 건 가 본데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성경일은 장건이 사람들을 데리고 온 것을 보곤 순식간에 기세등등해져서 말했다.

“젠장, 정말…”

욕을 하며 마당 안으로 들어선 장건은 금방이라도 싸움판을 벌일 기세였다. 그는 이곳에서 더러워진 기분을 풀 생각이었다.

하지만 성경일 앞에 선 남자를 본 순간, 장건은 놀라서 제자리에 얼어버리고 말았다.

“또 만날 줄 생각도 못 했네!”

도범이 담담하게 웃으며 붕대를 감은 장건의 손을 바라봤다.

“그래도 약속은 잘 지키는구나, 남자답네, 말한 대로 한 걸 보니!”

성경일은 도범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어 미간을 찌푸리곤 장건을 보며 말했다.

“둘이 만난 적 있어?”

성경일의 말을 들은 장건이 씁쓸하게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 점심시간도 다 되어가는데 그만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장건이 말을 하며 성경일을 향해 눈을 깜빡였다.

“밥? 밥은 무슨 밥? 저놈 때려, 젠장, 오늘 이 화풀이를 하지 않으면 내가 사람도 아니다!”

성경일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장건의 뜻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짝!”

그때 도범이 성경일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뺨을 때렸다.

“너…”

“장건, 이놈 때려!”

“짝!”

“장건…”

“짝!”

연이어 이어지는 따귀에 성경일은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장건, 왜 다들 가만히 있는 거야?”

성경일이 곧 울듯한 얼굴로 물었다. 이렇게 억울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장건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의 부하들도 용형이 죽는 모습을 제 눈으로 확인했었기에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난 장면이 연출되었다. 장건이 도범 앞으로 오더니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고 사과를 하곤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도련님을 모시거라!”

순식간에 성경일 옆으로 모여든 남자들이 그를 데리고 마당을 벗어났다.

“이거 놔, 장건, 왜 그래? 저놈 때려눕히라니까. 장건, 너 오늘 왜 이렇게 물러터졌어?”

성경일은 끌려가는 와중에도 욕을 했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이 결국 남자들에게 끌려나갔다.

“이게…”

나봉희와 도영호는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멍해졌다. 도범이 끝장날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이런 해프닝을 목격하게 될 줄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장건이 너를 무서워하는 건 아니겠지? 두 사람 아는 사이야?”

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말하자면 길어!”

도범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가 땅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며 물었다.

“시율아, 왜 저런 쓰레기를 주우러 다닌 거야? 도대체 5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건데?”

그 말을 듣자마자 나봉희는 화가 나서 도범을 문밖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이게 다 너 같은 쓰레기 때문이지, 네가 우리 딸을 강제로 범해서 수아 저것을 임신하게 만들지만 않았어도 우리 시율이 그 집에서 쫓겨나지 않았을 거야, 그럼 이런 쓰레기를 주우면서 살게 될 일도 없었겠지!”

“어머니, 그만하세요. 도범은 아무 잘못 없어요, 모두 다 제가 원해서 한 거예요, 도범은 저를 강요하지 않았어요!”

박시율이 소리쳤다.

“그날 밤 일 후회할 것도 없어요, 저 박시율 후회 같은 거 절대 안 하는 사람이니까. 제가 저지른 일이니까 제가 책임질 거예요, 그때 할아버지께서 저더러 도범이랑 결혼하라고 한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이 사람 선택한 거예요!”

“그럴 리가 없어, 저놈이 너를 강요한 게 분명해. 네가 술에 취한 틈을 타 그런 짓을 저지른 거라고!”

“너는 박 씨 집안의 아가씨고 저놈은 그때 한낱 배달부에 지나지 않았어, 너한테 어울릴 리가 없잖아.”

나봉희는 박시율의 말을 믿지 않고 이를 악문 채 도범을 보며 말했다.

“쓰레기 같은 놈, 우리 딸 청춘 다 망쳤으니까 보상금 내놓고 당장 이혼해, 우리 시율이가 성 씨 집안 도련님이랑 결혼하게.”

“어머니, 말씀드렸다시피 시율이가 허락하지 않으면 저도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

도범이 단호하게 말했다. 박시율에게 시선을 돌린 그가 다시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시율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얘기해 줄 수 있어? 박 씨 집안에서 쫓겨났다 하더라도 쓰레기를 주우면서 생활할 정도는 아니잖아? 너는 인맥도 많고 능력도 좋은 사람인데 좋은 일자리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잖아.”

도범의 말을 들은 박시율이 씁쓸하게 웃더니 말했다.

“나라고 이러고 살고 싶었겠어? 아이를 임신하고 배가 커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박 씨 집안사람들은 아이를 지우라고 성화였어, 그런데 내가 동의하지 않겠다고 하니 나를 내쫓았고. 나는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아무 일도 찾을 수 없었어, 게다가 할아버지께서 다른 회사에 절대 나를 채용하지 말라고 명령까지 내리셨어!”

말을 멈춘 박시율이 탁자 옆에 앉더니 처량하게 말했다.

“그래, 나를 쓰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지. 바로 박 씨 집안을 무서워하지 않는 성 씨 집안사람들이었어, 하지만 그 사람들도 아이를 지우면 나를 써주겠다고 했어, 그리고 성경일은 매일 나한테 치근덕거리기 바빴고.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박 씨 집안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지, 내가 쓰레기를 줍는 것 외의 일을 하는 걸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으니까. 내가 자그마한 장사를 시작하려고 해도 모두 깽판 쳐버렸다고!”

“가증스러운 것들!”

도범은 더 이상 박시율의 말을 듣기 힘들었다. 장군님의 아내씩이나 되는 사람이 다른 이의 강요하에 쓰레기를 주우면서 힘든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니?

“거봐, 이게 모두 다 너 때문이야, 쓰레기 같은 너 때문에 우리 집이 이렇게 처량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거라고.”

나봉희는 여전히 아니꼽다는 듯한 얼굴로 도범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시율이 아버지 다리는 건설 현장에서 다쳐서 저렇게 된 거라고, 이제 더 이상 치료하기도 힘들다고 했어, 흑흑. 아이구, 내 팔자야!”

“어머님, 아버님, 죄송합니다. 저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도범은 눈물을 흘리는 나봉희와 밥 한 끼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가족들을 보며 자책감을 느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 도범이 돌아왔으니 앞으로 그 누구도 우리 가족들을 괴롭히지 못할 겁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나봉희는 화가 나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전쟁터에서 금방 돌아온 주제에 무슨 능력이 있다고? 듣기 좋은 말로 아부할 필요 없어, 내가 보기엔 우리 시율이가 누군한테 시집을 가도 너 같은 쓰레기한테 시집을 가는 것보다 백 배 천 배는 좋은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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