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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어쩐지 성도윤이 오늘 밤에 나가라고 하더니, 새로운 애인을 집에 빨리 들이기 위해서일 줄이야!

아까 고작 이런 남자 때문에 가슴 아파한 자신을 떠올리자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었다.

임채원은 도도하게 차설아 앞으로 걸어가 거만한 말투로 쌀쌀맞게 말했다.

“당신이 차설아야? 아직도 안 갔어? 도윤이가 가라고 하지 않았나? 여태껏 미적거리며 버티고 있었던 거야? 뻔뻔스럽기도 하네.”

차설아는 그녀의 도발 따위 가뿐히 무시하고 계속해서 땅바닥에 널브러진 짐을 챙겼다.

“이봐, 당신 귀먹었어? 내 말 안 들려?”

“미안, 못 들었어.”

차설아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개가 멍멍 짖는 소리만 들렸거든.”

“감히 나한테 욕한 거야?!”

“내가 언제 욕했어? 본인이 직접 인정하는데 나라고 별수 있나?”

말을 마친 그녀는 캐리어를 끌고 길을 막는 임채원을 향해 고개를 까닥했다.

“비켜줄래? 사람이 지나가면 개도 눈치껏 피해준다고.”

“이...!”

임채원은 화가 나서 발발 동동 굴렀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전설 속 성씨 집안 둘째 며느리는 동네북으로 소문났을 텐데, 입이 이토록 거침없을 줄이야!

이를 본 도우미가 쪼르르 달려가 아첨하기 급급했다.

“채원 양, 화 푸세요. 집에서 쫓겨난 여자 때문에 몸이라도 상하면 본인만 손해잖아요. 앞으로 이 별장의 안주인은 채원 양이라고요, 저 여자는 아무것도 아니죠. 둘째 도련님의 부탁대로 채원 양이 지낼 방을 마련했으니 지금 바로 안내해 드릴게요.”

도우미의 말이 기분이 풀어진 임채원은 차설아를 공기 취급한 채 도우미를 따라 별장으로 들어갔다.

매서운 찬바람이 불어닥치는 밖에 또다시 차설아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눈앞의 웅장한 저택을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이곳에서 4년이란 시간을 보냈는데 결국엔 이처럼 초라한 결말을 마주하니, 정말 아이러니했다!

“안녕!”

차설아는 심호흡을 크게 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그날 밤 도심으로 올라온 그녀는 원룸을 계약했다.

비록 방이 크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발붙일 곳이라도 찾게 되었다.

차설아는 문득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성씨 집안 둘째 며느리’라는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드디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이내 핸드폰을 꺼내 4년 동안 차단했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누님, 4년 만에 드디어 내 생각이 났군요!”

해안시 4대 귀공자에 속하는 배경수는 반항의 아이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만 들어보면 고분고분한 부하가 따로 없었다.

그는 한층 격앙된 말투로 말했다.

“이혼한다면서요? 축하드려요. 성도윤처럼 무뚝뚝한 남자는 일찌감치 차버렸어야 했어요! 누님이 성씨 집안에 틀어박혀 동네북 신세로 지내는 동안 밖에서 얼마나 많은 소문이 떠돌았는지 알아요? 그 노인네들이 누님이 바로 두 눈에 쌍심지 켜고 찾아다니던 빅보스라는 걸 알게 된다면 아마 경악 할걸요? 어때요? 이번에 큰 건 해볼래요? 내가...”

“잠깐!”

쉴 새 없이 떠드는 녀석 때문에 차설아는 머리가 지끈거려 다시 차단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할아버지랑 다시는 복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 만약 진짜 날 보스라고 인정한다면 비밀로 간직해 줘.”

그녀에게 화려한 ‘과거’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굳이 끄집어낼 생각은 없었다.

“이번에 나 대신 조사해 줄 일이 있어서 연락했어.”

차설아는 배경수와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이때, 성도윤이 보낸 문자가 뜨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내일 9시, 구청.」

마치 한 글자라도 더 보내면 큰일 날 듯 한 간결한 문구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고.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던 그녀의 마음이 순식간에 차분해졌다.

‘이런 남자한테 기대한 내가 바보였지.’

「알았어.」

차설아는 즉시 답장을 보냈고 똑같이 무미건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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