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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4화

하은설이 랩 하는 것처럼 퍼붓는 욕에 김욱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여태까지 육윤엽 빼고 그를 이렇게 욕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욱은 겨우 정신을 다잡고 입을 뗐다.

“은설 씨,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하은설은 여전히 화가 나서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오해? 제가 무슨 오해를 해요. 은혜를 갚지는 못할망정 배신을 하니까 하는 말 아니에요? 블루 항공의 상속권을 뺏은 게 오해라는 거예요, 아니면 같이 자라온 정도 무시하고 유진이를 회사에서 내보낸 게 오해라는 거예요?”

하은설이 어디서 들은 헛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욱은 꼭 해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 오해예요. 저는 상속권을 뺏은 적도, 유진이를 회사에서 내보낸 적도 없어요. 현재 블루 항공의 대표는 여전히 삼촌이고 장차 그 자리를 물려받을 사람 역시 유진이예요.”

“이제 와서 능청스럽게 발뺌할 생각 하지 마요!”

하은설은 코웃음을 치며 그의 말을 하나도 믿지 않았다.

“유진이가 다 저한테 말했어요! 제가 친구 말은 안 믿고 당신이 하는 헛소리를 믿을 것 같아요?”

김욱은 드디어 일이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알 것 같았다.

“제 말을 못 믿겠다면 저와 함께 유진이 한테 물어봅시다.”

김욱은 누구보다도 떳떳했다.

다만 심유진이 장황하게 거짓말을 널어놓은 터라 이 둘이 쉽게 화를 삭힐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김욱의 당당한 모습에 하은설은 괜히 망설여졌다.

“진짜... 유진이한테서 회사를 뺏은 게 아니에요?”

하은설은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맹세해요.”

김욱은 손을 가슴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만약 제가 거짓말한 게 맞다면 천벌을 받을게요.”

“됐어요. 그만하세요.”

하은설은 다급히 김욱의 입을 막았다.

“믿을게요. 제가 믿으면 되잖아요.”

그녀는 골치가 아팠다.

“방금 일부러 욕한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아무튼 미안해요. 김욱 씨”

김욱은 더는 하은설한테 따지지 않았다.

이 일이 하은설 탓도 아니었고 누구 탓인지 따지기 시작하면 아수라장이 되어버릴 것이다.

“괜찮습니다.”

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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