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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가는 내내 천도준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눈앞의 모든 것은 마치 꿈만 같았다.

그렇게 이수용을 따라 이율 병원의 중환자실에 도착했을 때, 유리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니 온 몸에 삽관한 채 수술을 마친 어머니를 보았고 그제야 그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기쁨, 감격, 고마움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강물처럼 밀려왔다.

“어르신, 바라셨던 대로 이식 수술은 아주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장민호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천도준은 멍해졌다.

그의 어머니의 주치의인 장민호는 이율 병원의 유명한 닥터이자 의학계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아까 간이식을 제안한 것도 역시 장민호이다.

국회 의원들과도 편하게 담소를 나누던 장민호가 눈앞의 이 노인에게 이렇게 공손하다니?

“고맙네, 장 박사.”

이수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움을 전했다.

장민호는 움찔하더니 다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제가 어찌......”

이수용이 자상한 미소를 짓자 그제야 장민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장민호는 고개를 돌려 천도준을 바라보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천도준 씨, 효심이 지극하더니 이렇게 복을 받네요. 어머님은 적응기만 지나면 좋아지실 겁니다.”

그 말에 천도준은 더는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고맙습니다, 박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천도준이 무릎을 꿇으려고 하니 장민호는 다급히 그를 말렸다.

“이러지 마세요.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입니다.”

장민호는 이수용의 신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수용이 직접 나서서 천도준 어머니를 돕는 다는 건, 천도준도 평범한 신분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천도준도 바보는 아니다 보니 장민호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것 같았다.

비록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고, 또한 장민호도 그들 모자에게 늘 잘해줬지만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전에 그에게 했던 행동들이야말로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이었고, 지금 이것은 마치 을이 갑에게 대하는 태도와도 같았다.

“어르신, 별일 없으시면 전 이만 내려가겠습니다. 병원장님에게는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장민호가 말했다.

이수용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조용히 나온 것이니 병원장과는 굳이 따로 만나지 않을 거요.”

“알겠습니다.”

장민호는 더 길게 말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돌려 후회막급한 표정으로 천도준을 힐끔 보더니 자리를 떠났다.

털썩!

천도준은 무릎을 꿇고 눈시울을 붉힌 채 이수용에게 절을 올렸다.

“어머니를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저 천도준,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

천도준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수용은 다급히 그를 부축했다.

“도준 도련님, 어서 일어나세요. 어찌하여 이 아랫것한테 무릎을 꿇는다는 말씀입니까. 무릎을 꿇어도 제가 꿇어야지요.”

그 말에 천도준은 어리둥절해졌다.

엄마를 살렸다는 기쁨도 잠시 접어두었다.

첫 만남부터 이수용은 그에게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어려서부터 그는 어머니와 서로 의지하며 가난하게 살아왔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그제야 집안 형편도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여 오남미가 그에게 시집오던 날부터, 그는 항상 마음속에 죄책감을 가지고 열심히 달려왔다.

아랫것이라니.

게다가 롤스로이스 팬텀을 타고 온 아랫것이라니!

이수용은 활짝 웃으며 설명했다.

“사실 이번에 어머님을 살려드린 것도 모두 주인님의 뜻입니다.”

이수용은 잠시 멈칫하더니 계속 말했다.

“즉 도련님의 부친이십니다.”

쿵!

천도준은 그대로 얼어붙어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버지라는 사람은 그에게 아득히 먼 존재였다.

어렸을 때 그의 어머니는 그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는 이미 죽었다고 말했다.

“그럴 리가요. 저의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천도준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수용은 자기의 예상이 맞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아버님은 사망하신 것이 아니라 많은 돈과 재산을 소유하신 거물입니다. 당시 도련님의 어머님과 서로 사랑해서 도련님을 낳으셨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한 두마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답니다.”

그 말은 천도준의 마음속에 거센 파도를 일으켰다.

이 모든 사실을 믿기 어려웠던 천도준은 두 주먹을 꽉 잡은 채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말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라면 왜 우리 모자를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거죠?”

말을 하면 할수록 감정이 격해진 천도준은 중환자실을 가리키며 울부짖었다.

“하필 우리 엄마가 저렇게 되고 나서야 찾는대요? 게다가 본인이 직접 오지 않고 어르신을 보낸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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