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야, 걱정 마. 이 문제는 끝나지 않았어. 엄마가 화풀이해줄게!”고상아는 이소희를 위로해 주면서 눈빛이 차가워졌다.“어떡해? 집안의 모든 것은 오빠가 책임지고 있어. 신경주와 구아람과 친한데. 엄마가 어떻게 할 거야?”고상아는 원망했다.“네 오빠가 신경주와 같이 있는 걸 허락하지 않으면, 신씨 가문 그 저능아와도 함께 있을 수 없어! 할아버지가 있잖아. 어르신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 너와 경주의 혼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 그리고 신효정을 우리 이씨 가문에 들여보내지 않을 거야!”“엄마, 오빠가 우리를 경계하고 있어, 우리의 속셈을 모를 것 같아?”이소희는 마음이 급해서 눈시울을 붉히고 소리를 쳤다.“신효정 그년을 지켜주고 있는데, 우리가 손댈 기회가 있겠어?”“기회는 있을 거야. 진주의 그 바보 딸을 아무리 좋아해도 24시간 동안 데리고 다닐 수 없어. 유희가 챙기지 못할 때도 있어!”고상아는 정말 격분했다. 평소 명예와 재산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딸이 괴롭힘을 당하고 명예를 잃을 것 같으면 모든 장애물을 제거할 것이다. 고상아는 이소희를 경주에게 시집보내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이유희에게 내세울 수 있는 며느리를 찾아줄 것이다. 그 여자는 절대 진주의 비천한 딸이 아닐 것이다.아람의 발걸음은 빨랐다. 문밖으로 나가 스포츠카에 올라타더니 관해 정원을 나섰다. 이곳은 마치 독이 있는 것 같았다. 스포츠카가 막 정문을 나서자 핸들을 꼭 잡았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시원한 바람에 파란 스포츠카에 등을 기대고 우아하게 서 있는 윤유성이 보였다.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모르겠지만 표정에 조급한 흔적이 없다.아람의 차가 나타나자 윤유성의 우울한 눈빛이 밝아졌다. 스포츠카에 등을 떼고 수줍은 소년처럼 아람을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스포츠카는 급제동을 하고 윤유성 앞에 멈췄다.“왜 여기에 있어요?”아람은 깜짝 놀라며 차에서 내렸다.“기다리고 있었어요.”윤유성은 입꼬리를 올리고 눈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저를요? 왜
“유성 씨, 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아람은 약간 당황한 듯 본능적으로 윤유성의 어깨를 밀었다. 하지만 이 몸부림은 경주의 눈에서 애매하게 보였다.윤유성은 대답하지 않고 포옹을 더욱 깊게 했다. 다시 눈을 들어 경주의 화난 눈과 마주쳤다. 눈빛에서 조롱과 냉소가 숨기지 않고 전해졌다. 아람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윤유성은 놓아주지 않았다.경주의 심장은 만 개의 칼에 찔리는 것처럼 온몸의 신경이 떨려서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아람과 윤유성이 안고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자신을 죽이는 것보다 더 견딜 수 없고, 전장에서 총에 맞을 때보다 만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경주는 안색이 어두운 채로 뒤돌아섰다. 마치 술을 너무 많이 마셔 힘없이 비틀거리며 돌아갔다. 이때, 윤유성은 팔이 느슨해졌고, 아람은 이 틈을 타 격렬하게 몸을 풀며 조심스럽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눈시울은 화가 나서 붉어졌다.“윤 도련님, 이러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경고할게요. 그렇지 않으면 친구도 못해요.”“미안해요. 미안해요, 아람 씨.”윤유성은 바로 억울하고 죄책감 있는 표정으로 바꾸었다. 두 손을 허공에 멈추고 부끄러웠다.“저를 친구로 생각하는 걸 알아요. 저도 필사적으로 절제하고 있는데, 자제력이 부족했어요. 안 그럴게요. 다음부터 안 그럴게요. 아람 씨, 용서해 주세요. 네?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아람은 짜증이 나서 이마를 잡고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오빠들 외에 다른 남자가 저를 만지는 게 정말 싫어요. 이걸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어요.”윤유성은 이를 악물고 어색한 두 손을 내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정말 다른 남자를 받아들일 수 없어? 그럼 신경주는 뭐야? 심지어 비서인 임수해도 너에게 가까이 가는데. 왜 나만 안 돼?’“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늦었어요. 먼저 갈게요.”아람은 갑자기 익숙하게 설레는 숨소리가 느껴져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러자 마음은 설명할 수없이 허전했다. 아람의 뒤에는 아무 사람도 없었다....경주는 납덩이를 묶은 것처럼 무거운
아람의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성주의 별장으로 질주했다. 원래는 진주를 목표로 삼고 갔지만, 돌아오는 내내 경주에게 벽에 밀린 장면만 떠올랐다.경주는 불같은 강렬한 시선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어둡고 슬펐다. 경주의 무력하고 비참한 표정을 지울 수 없었고, 핸들을 잡은 손은 붉어지며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었다.그 눈빛이 너무 설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 그 시선이 송곳처럼 아람을 뚫는다고 해도 이소희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숨질 수 없다.아람은 침울한 표정으로 차를 내리자 이미 별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구윤, 구도현, 임수해가 보였다.“아람아!”“오빠, 일곱째 오빠, 수해야. 다들 왜 여기 있어?”아람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도현한테 들었어. 너 혼자 신씨 가문으로 갔다고. 수해와도 같이 가지 않았다며. 왜 그러는 거야, 계집애야. 왜 혼자 간 거야?”구윤은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쉬며 아람의 어깨를 감쌌다.“하지만 오늘 밤 신경주도 집에 있다고 들어서 마음이 노였어. 신경주가 있으면 네가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거야.”“왜 신경주가 있으면 내가 괴롭힘을 안 당해?”아람은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오물거렸다.“신경주의 마음속에 네가 있어. 반드시 널 지켜줄 거야.”“허, 웃기지도 않아, 오빠.”아람은 가슴 끝이 떨리며 어조가 더욱 강해졌다.“내가 3년 동안 신경주의 와이프를 했어. 신씨 가문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손해를 봐도 신경주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낯선 사람보다도 못한데 왜 날 지켜주겠어?”“맞아, 형.”구도현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차갑게 웃었다.“신경주는 양심도 없고 의리도 없어. 그 당시 아람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결혼한 사이고, 아람은 신경주의 와이프야. 그럼 지켜줄 책임이 있어. 근데 무슨 짓을 했는지 봐봐.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있잖아. 봐, 이제 아람에게 구애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그 버릇이 나왔어.”“일곱째 도련님, 무슨 버릇이요?”
불빛을 통해 아람은 윤유성이 천천히 몸을 낮추고 정교한 얼굴을 팔에 묻고 아름답지만 쓸쓸한 눈동자를 보았다. 그 불쌍하고 외로운 눈빛은 15년 전 윤정용에게 벌을 받아 빗속에 서 있던 윤유성의 모습과 같았다.“헐, 언제 따라왔어? 아무런 인기척도 없네, 귀신이야?”구도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소름이 돋았다.구윤은 윤유성 쪽을 바라보다가 의미심장하게 표정이 복잡한 아람을 바라보았다.“널 따라 신씨 가문에 갔어?”“응.”이때, 스포츠카가 다시 시동을 걸고 급히 방향을 틀어 밤 속으로 사라졌다.“응? 바로 갔어?”구도현은 놀란 표정을 하며 눈썹을 찌푸렸다.“아람아, 널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다 이런 꼴이야? 나쁜 자식 아니면 스토커네. 오빠가 어떻게 네 걱정을 하지 않겠어?”“본론을 얘기하자.”아람은 더 이상 윤유성을 생각하기 싫어 침울한 표정으로 물었다.“일곱째 오빠, 홍영의 조사는 어떻게 됐어? 아직도 말을 안 해?”구도현은 짜증을 내며 한숨을 쉬었다.“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그 자식이 생각보다 충성심이 강해. 진주에게 정말 진심이야. 모르는 사람들은 그들이 부부인 줄 알겠어!”“그럴 거 같았어. 진주를 위해 사람을 죽일 수 있는데, 당연히 쉽게 말하지 않을 거야.”아람은 팔을 꼬고 침울한 눈빛을 하며 안색이 차가웠다.“이번에 내가 시킨 대로 심문해라는 건 그 남자의 의지를 꺾기 위해서야. 멘탈이 약해질 때 치명적인 한 방을 날려야 해. 진주에 대한 감정이 완전히 무너지게 해야 해.”“아람아, 어떻게 할 생각이야? 우리가 협조할게!”구도현은 주먹을 불끈 쥐며 그들이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 다짐했다.“진주의 죄를 밝히기 위해 홍영을 증인으로 세우는 것은 부족해.”아람은 주먹을 쥐고 눈을 부릅뜨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연서 이모가 진주 때문에 잃은 존엄과 입었던 상처들을 백 배로 갚게 할 거야!”“아람아, 도현아. 홍영과 진주의 사이에 대해 더 싶이 파고들어야 할 것 같아.”안색이 어두운 구윤의 눈빛에는 냉정한 빛
밤새 바빴던 이유희는 우울한 표정으로 신효정과의 사랑 둥지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기 전 하늘에는 함박눈이 내렸다. 리무진이 별장 앞에 도착했을 때 정연이 이미 큰 우산을 들고 문 앞에서 한참 서성이며 이유희를 기다리고 있었다.“도련님, 오셨어요.”이유희가 차에서 내리자 정연은 급히 인사를 하며 우산을 씌워주었다. 그리고 정연은 우산 밖에 서서 눈을 맞고 있었다.“효정은? 자?”이유희는 급히 물었다.“아가씨가 기다리고 있어요. 몇 번이나 말했는데 잠을 자지 않아요.”정연은 힘없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원망하지 마세요. 도련님을 걱정하셔서 그래요.”이유희는 마른침을 삼켰다. 가슴이 뭉클해져 별장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몸에 있는 냉기를 신효정에게 옮길까 봐 두려워 정연에게 잠옷을 준비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살금살급 올라가 신효정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했다.이유희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침대 위의 램프는 켜져 있있고, 이불에 반쯤 읽은 책이 있었다. 하지만 신효정의 작고 생기 넘치는 모습은 사라졌다. 당황한 이유희는 신효정의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욕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이유희는 화장실을 향해 다가갔다. 화장실 안은 갑자기 조용해지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효정아?”이유희가 사랑에 빠진 후, 신효정이 다칠까 봐 전전긍긍하며 지켜주고 있었다. 욕실에 인기척이 없는 것을 보자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무서웠다. 이유희는 긴 다리를 들고 문을 발로 찼다. 문짝이 날아갈 뻔했다.“아!”거울 앞에 서 있던 신효정은 당황하며 비명을 질렀다.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돌아서서 이유희를 바라보았다. 이유희는 깜짝 놀라 마른침을 삼켰다. 떨리는 뜨거운 시선이 조금씩 내려갔다. 신효정의 부드러운 얼굴을 지나 마침내 축축하고 부드러운 하얀 가슴에 떨어졌다. ‘허, 크지 않아 보이는데, 둥글고 꽉 찼네.’이유희의 머릿속이 텅 비었다. 눈시울이 붉어지며 저도 모르게 손을 움켜쥐었다. 마치 무엇을 환상하고 갈망하는 것 같았다
무거운 발걸음 소리를 들은 신효정은 뒤를 돌아볼 엄두가 없었다. 그저 부드럽고 동글란 어깨를 움켜쥐고 떨기만 했다. 마치 겁에 질린 토끼 같았다. 그 모습은 이유희를 정욕을 숨기고 있는 커다란 늑대처럼 보이게 했다.“효정아.”이유희는 마른침을 삼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부들부들 손을 떨며 신효정의 비단 같은 피부를 만지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때 신효정은 갑자기 나지막하게 말했다.“저, 저 샤워했어요. 바디 로션을 바르고 싶어요. 다 발랐는데 등만 바를 수 없어요. 아니면, 아니면 씻고 누워서 기다렸을 거예요.”이유희는 조용히 신효정의 말을 들으며 얼굴을 붉혔다. 손끝까지 찌릿찌릿하며 모든 감각이 예민해졌다. 이유희는 수많은 여자들을 만났다. 눈앞에서 벌거벗은 채로 있는 여자도 있었고, 수천 가지 방법을 쓰며 몸을 던지는 여자도 있었다. 그러나 긴장되어 가슴이 두근거리게 한 여자는 아무도 없었다.“유, 유희 오빠. 바디 로션을 발라줄 수 있어요?”신효정은 가녀린 어깨를 움츠리며 부드럽게 물었다.“효정아, 그래도 돼?”‘그래도 돼?’이유희는 거칠게 훔을 쉬며 말에 강한 욕망이 담겨 있었다. 신효정은 입술을 깨물며 어깨를 감싸고 있던 손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다.이유희의 심장을 갈비뼈를 치고 있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옆에 놓은 바디 로션을 집어 들고, 뜨겁고 젖은 손바닥에 하얀 로션을 자서 조심스럽게 신효정의 하얀 피부에 발랐다.‘아무것도 안 해, 난 아무것도 안 해. 이유희, 네가 짐승인지 아닌지 시험할 때가 왔어!’이유희는 손끝을 뜨며 주문을 반복해서 말하며 욕망을 억눌렀다. 하지만 신효정을 닿는 순간 모든 절제와 욕망이 주체할 수 없는 사랑으로 변해버렸다. 눈시울을 붉히며 신효정의 부드럽고 하얀 몸을 덥석 끌어안았다.“유희 오빠.”신효정은 나지막하게 부르며 얼굴을 붉혔다. 마치 술에 취한 것 같았다.“내 이름을 부르지 마.”이유희의 쉰 목소리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유희 오빠, 저...”“또 이름을 부르면 내가 무슨 짓을 할
신효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붉어진 귀와 사슴 같은 눈동자 담겨 있는 사랑과 가쁜 숨에서 이유희는 대답을 들었다.‘좋아요.’...밤새 이유희는 신효정을 안고 욕실에서 거실로, 다시 침대로 오며 쾌락을 느꼈다. 욕실로 돌아갈 때 참지 못하고 또 한 번 했다. 신효정의 부드러운 피부와 건드린 적이 없는 영역이 이유희를 죽이고 있다. 이유희의 몸과 마음은 그렇게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다.가느다란 허리는 결국 아파서 일어서지 못했다. 신효정은 이유희의 가슴에 누워 자비를 구걸하며 숨을 헐떡이더니 잠이 들었다.이유희는 마치 먹이를 먹은 사자처럼 나른하게 눈을 뜨고 품에 있는 애인을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이유희는 오른팔로 신효정을 감싸고 토닥이며 재워 주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이불을 들어 올렸다. 하얗지만 지저분한 이불 위에 붉은 꽃 한 송이가 은은하게 피어 있었다. 이유희는 입꼬리를 올리고 사랑이 담긴 눈으로 보더니 다시 키스를 했다.“음, 간지러워요.”신효정은 깊은 잠에 빠졌다. 그래서 이유희가 건드려도 깨어나지 않았다.“효정아, 넌 이제 정말 내 거야.”이유희의 턱이 신효정의 머리에 기대고 손끝으로 팔을 쓰다듬으며 또박또박 말했다.“걱정 마, 앞으로 고생하는 날은 없어. 내가 평생 지켜줄게. 부인.”...경주의 따귀는 진주의 고막을 건드렸다. 그리고 이빨 하나도 흔들거렸다. 큰 증오감을 품고 있어 심하게 때릴 수 있는 것이다.신효린은 진주를 병원으로 급히 데려가 치료를 받게 했다. 진주는 귀를 막고 아람과 경주에게 욕설을 품었다. 욕할수록 화가 났고, 화날수록 귀와 얼굴이 아팠다. 기사는 어안이 벙벙해서 백미러를 들여다보았다. 평소 고귀하고 우아한 회장님 부인이 욕을 하면서 미친 모습을 보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뭘 봐?”신효린은 기사가 몰래 보는 것을 느껴 바로 엄격하게 말했다.“경고하는데, 엄마의 운전사가 되려면 입단속부터 잘 해! 차에서 한 얘기들이 한 글자라도 흘러나가면 네 가족은 더 이상 성주에서
그때가 되면 진주와 신효린은 정말 살 길이 없을 것이다. 진주는 3일 동안 병원에 입원했고, 신효린은 지루하게 3일 동안 곁에 있어 주었다. 3일째가 되어서야 부기가 빠졌다. 하지만 신광구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동안 신효린은 신광구에게 수없이 전화를 했다. 언제 진주를 보러 오냐는 질문에 신광구는 항상 대충 넘어갔다. 이 일을 알게 되면 진주가 대성통곡 할 줄 알았다. 결국 남편에게 사랑을 받고 싶지 않은 여자는 없다. 남편에게 무시를 당하면 그 누구든 화가 날 것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진주는 매우 침착했다. 울며 불며 난동을 피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밥도 제대로 먹고 요양도 잘했다. 너무 정상이어서 오히려 더 이상했다. 그 모습을 본 신효린은 어안이 벙벙했다. 신광구가 없는 진주는 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순간 신효린은 차갑고 무덤덤한 진주의 얼굴을 보니, 진주가 신광구를 사랑한 적이 없고 낯선 사람보다 더 낯선 느낌을 받았다.“엄마, 아빠가 사흘째 보러 오지도 않았는데, 화도 안 나?”신효린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흥, 급하면 안 돼. 네 아빠는 신경주와 같아. 집착할수록 무시할 사람들이야. 네가 차가울수록 그들이 더 다가올 거야. 남자들은 모두 천한 놈들이야!”진주가 장난을 치며 욕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사흘 동안 신광구에게 연락하지 않은 건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저 용기가 없을 뿐이다. 지금 퇴원 기준에 도달했지만 신광구를 피하기 위해 부상을 핑계로 병원에 있어야 했다. 그날 밤 아람이 소란을 피운 후 신광구가 진주를 보는 눈빛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어떻게 신광구에게 해명하고 이미지를 되돌릴 수 있는지 생각할 시간이 생겼다. 이때, 병동 문이 열렸다.“밖에서 기다려, 내가 들어가서 사모님을 만날게.”“네, 회장님.”신광구의 목소리를 듣자 진주 모녀는 멍해졌다. 진주는 급히 베개 밑에 있던 파우더를 꺼내 입술을 하얗게 만들어 조금 더 초췌해 보이려고 했다. 신광구가 들어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