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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유진의 등장은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처음 보는 화려한 모습이었다. 긴 드레스를 늘어뜨린 채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귀에 달린 태슬 귀걸이가 불빛 아래 반짝거렸고 남다른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낯빛은 분노를 짓누르고 있는 듯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빈은 순간 자신들이 나눈 대화를 유진이 들어버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다른 이가 손을 댄 여인을 그가 다시 품을 리는 없을 것이다.

“여긴 왜 왔어?”

한빈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딱딱하게 말했다.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야, 나가!”

유진은 사람들을 한번 슥 훑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뗐다.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당사자가 있으면 안 되는 거야?”

“유진아 어떻게 왔어?”

소희가 한빈 옆에 붙어서더니 웃으며 말했다.

“오늘 너무 예쁘다.”

‘이렇게 화려한 모습으로 나타난 건 한빈이와 다시 잘해보려고 온 건가?’

소희는 숨 막힐 듯 아름다운 얼굴을 쳐다보며 당장이라도 망가뜨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유진은 소희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한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내가 오면 안 돼? 오길 다행이지, 아니면 우리 사이 감정이 식었단 건 모를 뻔했잖아.”

소희와 한패인 여자들이 큰 소리로 비웃어댔다.

“한 대표님 찾으러 온 거야? 더 큰 동아줄을 찾아 떠난 줄 알았는데 왜 다시 돌아온 거야?”

“맞아, 강지찬은? 왜, 한 번 놀더니 바로 버려진 거야?”

유진은 이 추악한 여인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헛구역질이 났다.

한빈은 유진의 눈을 똑바로 보지도 못한 채 증오로 가득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너랑은 이미 파혼했잖아. 돌아가, 쪽팔리게 하지 말고.”

유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술 더 떠 한빈의 앞으로 다가가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제 에이프릴 홀에서, 강지찬한테 널 풀어달라고 사정하다가, 브랜디를 두 병이나 마셨어.”

한 발짝 더 다가가더니 한빈의 눈을 꼿꼿이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감정이 식은 지 오래됐다고? 나한테 강지찬을 찾아가라고 사정할 때 네가 했던 말은 잊은 거야?”

한빈은 낯빛이 어두워졌다. “정유진...”

유진은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큰 소리로 외쳤다.

“풀려만 나면 화려한 결혼식을 올리게 해주겠다며, 날 제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희가 그녀를 밀치며 말했다.

“빈이는 너한테 그 사람이랑 잠자리까지 가지라 한 적 없어! 정유진, 네가 스스로 한빈이보다 좋은 남자를 찾아 질척댄 거야. 이제 와서 불쌍한 모습을 하면 누가 봐 준대? 왜, 강지찬이 네가 천한 년이라고 봐주지 않으니 다시 한빈이한테 들러붙는 거야? 너 한빈이를 뭐로 보는 거야?”

한빈도 단호하게 말을 얹었다.

“정유진, 옛정을 생각해서 더는 뭐라 하지 않을게. 제발 몸 좀 아껴, 질척대지 말고.”

눈앞의 익숙하고도 낯선 얼굴들에 유진은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항상 말싸움에 자신 있었던 그녀였지만 이 정도로 파렴치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순결과 7년의 청춘을 다 바쳐 사랑한 남자였는데 지금, 이 순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자리에 멍하니 선 채 모두의 놀림감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직도 안 나가? 알짱대지 말고 꺼져.” 누군가가 그녀를 잡아끌었다.

“온몸에 키스 마크나 달고 싸돌아다니네, 이렇게 천박한 여자는 또 처음 봐.”

“내 여자한테 흔적 좀 남긴 게 뭐가 잘못됐죠?”

순간 룸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의 시선이 목소리를 따라갔고 시선의 끝에는 룸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제일 앞장섰던 강지찬은 휴대폰을 최의현에게 넘기더니 다가와 유진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급해서는, 전화 좀 받는 것도 기다리지 못해요? 한참 찾았잖아요.”

소유욕과 사랑으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유진을 바라보는 눈빛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했다.

유진은 그의 변화에 깜짝 놀랐다.

“...”

‘이 사람 연기 전공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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