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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죽여버릴 거야

이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하지만 최은영은 현재 남자에게 보호받은 것에 감동받아 그런 기분을 느낄 틈이 없었다. 그때 주현호의 보디가드들이 주현호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도련님, 이 자식 좀 고수 같은데요. 위험할 것 같아요.”

주현호가 보디가드의 뺨을 때렸다.

“다들 이것밖에 안돼?”

주현호가 시선을 이선우에게로 돌렸다.

“너나 너네 엄마나 목숨이 참 질기다. 어제 나랑 지은이 때릴 때 즐거웠지? 각오해. 내 뒤에 부하들 보이지?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우리한테 사과하고 보호비를 내면 너랑 너네 엄마는 풀어줄게. 아, 그리고 이 두 아가씨는 나랑 술 한잔 하러 가고.”

주현호가 또다시 음흉하게 이설과 최은영을 바라봤다. 이선우는 간신히 살기를 억누르며 담담히 말했다.

“여긴 병원이야, 일단 나가서 얘기해. 걱정 마, 네가 원하는 거 내가 다 만족시켜 줄 테니까.”

이설이 분노했다.

“지금 뭐라고 한 거예요?”

하지만 최은영이 이설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봤기에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은영이 이선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처리할 수 있어요.”

“아니요, 당신을 힘들게 할 수 없어요. 제가 처리할 테니까 저희 엄마 잠시만 돌봐주세요. 금방 올게요.”

이선우의 말이 최은영 마음속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건드렸다. 그녀는 바로 이설을 데리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선우 씨는...”

“조용히 해, 선우 씨를 믿자.”

최은영은 더 이상 남을 지키는 게 아니라 남에게 보호받는 입장이 된 기분을 처음 느꼈다. 그녀는 이제 이선우를 완전히 신임했다.

병실밖으로 나가자 이선우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공기의 온도도 확연히 내려간 듯싶었다.

“가죠, 주현호 씨. 그렇게 대단한 집안이시니 저 두 여성분도 어디 도망가시진 못할 겁니다.”

말을 마치고 이선우는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그는 병원에서 소란스럽게 굴고싶지 않았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하네.”

주현호는 보디가드 두 명을 시켜 병실을 지키게 하고 나머지 사람들을 데리고 이선우를 따라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나저나 이선우 너도 참 대단하다. 우리 지은이한테 차이고 바로 저렇게 예쁜 여자를 둘이나 꼬신 거야? 비결이 뭔데?”

“우리 엄마는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말을 마치고 이선우는 주현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순식간에 그의 다리를 부러뜨렸고 그의 부하들도 피할 수 없었다. 2분도 안 되는 사이에 이선우는 모두를 제압했다.

양지은은 놀란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지하주차장이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 이선우는 주현호의 성한 다리를 밟았다.

“이선우, 너 미쳤어? 내 다리에 손대기만 해. 너네 집안은 이제 끝장이야!”

하지만 이선우는 자비 없이 주현호의 나머지 다리도 부러뜨렸다. 주현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말했다.

“두고 봐... 우리 삼촌이 너네 집안사람들 다 죽여버릴 거야.”

“우리 엄마 다리를 부러뜨렸으니 나도 이 정도는 해야하지 않겠어? 다시 일어설수 있는 기회는 줄게. 이틀 내로 10억 준비해서 우리 엄마한테 사과해. 아니면 다시는 양성에서 살 수 없게 만들어줄 테니까.”

이선우의 차가운 목소리에 모두가 그대로 얼어버렸다. 제일 놀란 건 양지은이었다. 그녀는 이선우가 감옥에 수감된 5년 내로 이렇게 강해져서 돌아왔을 줄 몰랐다. 양지은이 벌벌 떨면서 말했다.

“넌 이제 끝장이야. 감히 우리 현호오빠를...”

이선우가 자비 없이 양지은의 뺨을 내리쳤다. 그리고 주저앉은 양지은의 얼굴을 발로 밟았다.

“왜, 나도 죽이게? 어디 한번 해봐. 네가 감히...”

양지은은 날카로운 이선우의 눈빛에 기가 눌려 뒤의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똑똑히 들어, 딱 이틀 준다. 이틀 내로 돈 들고 사과하러 오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알아서 각오해.”

이선우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병실에 돌아와 보니 엄마는 아직도 의식은 없었지만 상처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빨리 왔네요. 별일 없었어요?”

최은영이 물었다. 무사히 돌아온 이선우를 보고 이설은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아까 이선우의 발언에 여전히 분이 덜 풀린 상태였다.

“이렇게 겁 많고 연약한 사람인 줄 몰랐네요. 아까 정말 저희 둘을 그 사람들한테 넘겨서 술이나 같이 마시게 내버려두려고 했던 거예요? 제 손에 죽어볼래요?”

이설이 이선우에게 달려들려고 했으나 최은영에게 제지당했다. 최은영이 이설을 혼내려는데 이선우가 그런 최은영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요. 욱하지 말고 안정을 취하라고 했잖아요.”

“알겠어요. 안 그럴게요.”

최은영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선우가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최은영은 사건이 순조롭게 해결됐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이선우가 이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설씨, 왜 저를 그렇게 적대시하는 건지 이해는 돼요. 전 확실히 별 볼 것 없는 사람이고 엄마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고 감옥도 갔다 왔고 여자한테 차이기까지 했어요. 하지만 이설씨랑 은영 씨를 저 자식들한테 넘길 만큼 못나지는 않았어요.”

“지금 은영 씨는 아직도 다 낫지 않은 상태니까 화를 내서도 안되고 무리해서도 안 돼요. 이설씨는 은영 씨를 모시는 사람이니 혹시 저한테 불만이 있다면 은영씨 병세가 호전된 다음에 다시 얘기해도 될까요?”

사실 이선우는 이설이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걸 처음부터 느끼고 있었다. 그는 그게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은영이 그로 인해 영향을 받는 건 원치 않았다 이설도 그제야 자신이 잘못했음을 깨닫고 최은영에게 사과했다.

“사과는 내가 아니라 이 사람한테 해야지.”

이설은 아직도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선우에게도 사과를 했다. 이선우가 드디어 아까부터 궁금했던 질문을 꺼냈다.

“두 분 다 군인이 신 건가요?”

“네.”

최은영이 솔직하게 대답해 줬다. 이선우가 궁금해하는 게 있다면 그게 뭐가 됐던 솔직하게 대답해 줄 준비가 되어있었다. 이선우가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그래서 이렇게 심하게 다치셨군요. 은영 씨가 이렇게 다칠 때까지 부대의 남자들은 다 뭐 했대요? 아무튼 오늘 와줘서 고마워요. 일단 두 분은 돌아가서 쉬세요. 저도 엄마 모시고 집으로 가볼게요.”

“저희 엄마가 많이 호전되시면 그때 저희도 다시 치료 시작하는 걸로 하죠. 그 사이에 어디 불편한 곳 있으면 꼭 연락 주세요.”

이선우는 비록 부대에 있었던 사람은 아니지만 거기는 엄격한 보안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최은영과 이선우는 번호를 교환하고 각자 집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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