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인사를 나누었다. 사람들은 서씨 가문과 최씨 가문이 대대로 친분을 이어온 관계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두 가문은 그야말로 상업계를 휘어잡는 가문이었다.하지만 서창호는 오래전에 회사를 매각하고 상업계에서도 은퇴를 하였기에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고 소문에 의하면 손녀딸을 데리고 세계 일주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그러나 서씨 가문의 명성은 여전히 전국적으로 자자하였다.안제문은 서창호가 준비해 둔 선물들을 꺼내 보였다. 한 폭의 세계 명화와 가치가 조를 뛰어넘는 청남의 부지... 등등 종류가 다양한 선물들이었다.서씨 가문에서 보낸
서정원은 그대로 뒤돌아서자 최성운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최성운이 그녀를 따라 나온 것임이 분명했다.“누가 제가 집 가는 것마저 최성운 씨에게 보고를 올려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죠? 최성운 씨, 지금은 퇴근 시간이고 저희는 직장 상사와 부하의 관계도 아닌데 제가 뭘 하던 제 자유죠.”서정원은 최성운이 뜬금없이 시비를 건다고 생각했다.바로 이때, 한 대의 차량이 두 사람 앞에 멈춰 섰고 기사가 나와 두 사람을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서정원은 그 차가 최성운의 차임을 바로 알아보았다. 최성운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최성운은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당겼고 애초에 자신이 그녀와 얘기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하면서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순간 자신이 왜 방금 차 안이 너무나도 조용하여 그녀에게 말을 걸었는지 알 수가 없었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그 후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차가 문 앞에 정차되고 최성운은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서정원은 그런 최성운을 무시한 채 천천히 느릿느릿하게 내려서 집으로 들어갔다.최성운은 거실 소파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었고 서정원은 그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여전히 여유
서정원은 서류들을 잘 분리해 두었다. 그녀의 기억력은 아주 좋았고 한번 본건 다 기억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녀는 대충 서류의 내용들을 훑어보았고 어떤 방면으로 데이터를 정리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입력하기 시작했다.과정은 조금 따분하였지만 그녀에겐 아주 쉬운 일이었고 하면 할수록 속도도 점차 빨라졌다.그녀의 키보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다른 동료들의 이목을 끌었고 수근수근거리기 시작했다.“타자하는 속도가 정말 빠르네요. 저도 나름 빠른 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정원 씨를 보니까 따라도 못 가겠어요.”“시골에서 올라와서
서정원이 짐을 챙기던 찰나에 하은별이 전화를 걸어왔다.“도대체 얼마나 더 걸려야 완성하는 거죠?”“이미 완성했어요.”“뭐라고요? 정말 열심히 검토해 보셨어요?”하은별은 그녀가 이렇게나 빨리 완성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서정원은 성격을 꾹꾹 참으면서 말했다.“네 열심히 검토해 봤고요, 다른 용건 없으시면 끊을게요. 전 지금 퇴근해야 하거든요.”“안 돼요! 지금 퇴근할 수 없어요!”하은별은 별안간 소리를 질렀다.서정원은 걸음을 멈추었다.“왜죠?”“방금 진 대표님이 제게 연락하셨는데 추가해야 할 데이터가 남아있다고 하더
“이미 11시가 되었는데도 서정원이 아직도 안 들어왔네요. 정말 어디 가서 뭘하는지 모르겠다니까요.”최성운은 목이 마른 느낌에 주방으로 내려가자 최지연의 말소리를 듣게 되었다.곧이어 이진숙이 입을 열었다.“시골에서 온 애는 티가 난다니까. 세상 물정도 모르고 조심하기는커녕 이 시간이 되도록 집에도 안 들어오고! 분명 어디서 질펀하게 놀고 있을 거다!”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최성운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어제 그녀가 그에게 보인 태도만 생각하면 이상함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어차피 그녀가 뭘 하든 그와 상관없는 일이었다.이진숙
“서정원 씨? 서정원 씨!”최성운은 그녀를 안아 들고 얼굴을 살짝 때렸다.“왜 그래요? 괜찮아요?”서정원은 미간을 찌푸렸고 최성운의 말에 대답하는 건지 아니면 혼자 중얼거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어두워... 가지마... 가지마...”‘어둡다고?’‘어둠을 무서워하는 거였군!’최성운은 순간 마음이 누그러졌고 갑자기 예전에 어둠 속에서 창백해진 얼굴로 자신을 지켜주겠다고 하던 여자아이가 떠올랐다.최성운은 왠지 모르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이제 집에 갈
최성운은 순간 화가 났고 그대로 방을 나갔다.나오자마자 최성운은 최지연과 부딪치게 되었다. 최지연은 문이 닫히는 순간 침대에 누워있는 서정원을 보게 되었다.“오빠, 왜 지금 서정원의 방에서 나오는 거야?”최성운은 그런 최지연을 무시한 채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최지연은 더욱 궁금해졌다.“설마 어제 서정원 방에서 잔 거야? 둘이 어젯밤에 뭐 했는데?”아침부터 시끄럽게 구는 최지연에 서정원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흩뜨렸고 화장실로 들어가 자신의 모습을 정리했다.그녀는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어젯밤 엉망이 된 모습을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