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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곧이어 두 여자는 살벌한 싸움을 벌였다. 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매장에 둘러싸여 그녀들을 구경했다.

점장이 부랴부랴 경호원을 불러왔다. 경호원은 뒤엉킨 두 여자를 재빨리 떼어놓았다.

안수지는 어릴 때부터 온실 안의 화초로 자라 아예 차수현의 상대가 못 됐다. 한바탕 다툼 에도 그녀는 공격을 몇 번 해보지 못했고 곳곳에 멍이 들어 몰골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주변에 몰린 인파를 본 안수지는 곧바로 생각을 바꾸며 속상한 얼굴로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상처투성이가 된 얼굴로 사람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다들 여기 좀 보세요. 이 지독한 여자가 고등학교 때부터 건달 같은 남자들과 어울리더니 이젠 또 여느 재벌집 내연녀가 되었는지 아예 기고만장하게 주먹까지 휘둘러요. 세상에 어떻게 이토록 파렴치한 여자가 다 있어요!”

“안수지, 함부로 비방하는 거 명예훼손 죄 라고 했다!”

차수현도 절대 이 누명을 뒤집어쓸 리가 없었다. 그녀는 재빨리 반박에 나섰다.

“내가 비방해?”

안수지는 이주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말해봐 이주원, 너 전에 얘랑 같은 과였잖아. 딴 사람들은 몰라도 넌 잘 알 거 아니야! 이년이 언제 이렇게 부유한 적이 있었어?”

이주원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 차수현은 늘 가정형편이 어려웠고 바로 그것 때문에 그도 그녀를 포기하고 안수지를 선택했다.

안수지의 집안 조건이라면 그에게 괜찮은 기회를 잡을 수 있게해줄 수 있으니까. 이렇게 생각한 이주원이 입을 열었다.

“수현아, 선배로서 네가 이렇게 변한 모습을 보니 나 너무 속상해.”

차수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한때 이주원을 거절한 일로 그에게 미안함이 남아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는 여자 등골이나 빼먹는 비겁한 남자였다.

이주원은 비록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매장에 몰린 사람들은 그가 안수지의 편이란 걸 전부 알아챘다.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이렇게 천하게 굴다니, 쯧!”

“어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 내연녀 주제에 이렇게 당당한 년은 또 처음 봐.”

“따끔하게 혼내줘야 할 것 같아. 안 그러면 이 세상 모든 내연녀가 기고만장하게 날뛰겠어! 이봐요 아가씨, 신고하세요. 이런 년은 경찰서에 잡혀가야 정신을 차려요.”

한 무리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입을 재잘거리며 안수지를 지지하자 그녀는 어깨가 으쓱하여 차수현을 힐긋 노려봤다.

“들었어? 다들 너 같은 년이 역겹대. 그래도 한때 알고 지낸 사이니 한 번 기회를 줄게. 지금 바로 무릎 꿇어. 잘못했다고 반성하고 앞으로 더는 이런 일 없을 거라고 맹세해. 뭐 그럼 나도 한번 봐주든가 해야지.”

무릎을 꿇으란 안수지의 말에 차수현은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 주변 사람들은 재미난 구경거리를 지켜보듯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고 누군가는 심지어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을 준비를 했다.

차수현은 당연히 그녀에게 수긍할 리가 없었다. 하여 이를 악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편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마음이 찔려 이러는 줄 알았다. 이때 차수현의 뒤에서 몇몇 사람들이 손을 내밀더니 그녀를 강제로 바닥에 짓눌렀다. 마치 지금 당장 무릎이라도 꿇리게 할 기세였다.

차수현이 이를 악물고 애써 버티고 있을 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모님, 어떻게 된 일이에요? 도련님이 밖에서 한참 기다리고 계십니다.”

윤찬은 차수현이 좀처럼 전화를 받지 않자 백화점 안으로 들어와 봤는데 이 광경이 펼쳐지고 말았다.

사모님? 도련님?

안수지는 흠칫 놀라더니 이상한 눈빛으로 윤찬을 노려봤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얘가 정말 사모님이라고요? 내연녀가 아니라?”

윤찬은 느닷없는 질문에 어리둥절해 하더니 안수지를 힐긋 노려봤다.

“이봐요 아가씨, 함부로 남을 비방하는 거 명예훼손죄 인건 알죠!”

윤찬은 온은수의 수행비서로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절대 일반인에게서 볼 수 없는 아우라로 다가왔다. 그가 나타나자 좀 전의 오합지졸들은 감히 설쳐대지 못한 채 고분고분 길을 내주었다.

차수현도 더 이상 안수지와 얽히고 싶지 않아 윤찬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안수지는 한동안 충격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그녀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차수현이 떠난 방향으로 냅다 쫓아갔다.

차수현이 대체 어떤 재력가를 만나는지 너무 궁금했다!

백화점 밖으로 나온 그녀는 저 멀리서 차수현이 자동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지켜봤다. 차 뒷좌석에 남자 한 분이 앉아있는 것도 얼추 보였다.

비록 거리가 멀지만 그 남자한테서 굉장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재벌가의 자식임이 틀림없었다!

차수현이 정말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되었단 말인가?

안수지는 순간 기분이 잡쳐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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