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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그녀는 발을 쾅 구르면서 말했다.

"날 엄마라고 부르게 한 다음 쫓아버려요."

"애송아, 윤아 씨 말 들었지? 엄마라고 불러, 아니면......"

정호연은 큰 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뒤에 남자들은 잇달아 허리춤에 차고 있던 삼단봉을 꺼냈다.

"아니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네가 얌전하게 엄마라고 부르면 다시 생각해볼게."

정호연은 배시시 웃더니 또 이렇게 덧붙였다.

"그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윤아씨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해. 그러면 무사히 이곳에서 나갈 수 있어. 아니면 들려나가게 될 거야."

조윤아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고 앞으로 두 걸음 걷더니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녀는 강유호가 겁을 먹고 자신을 엄마라고 부른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류신아에게 보낼 생각이었다!

"부르지 않는다면?"

강유호는 이 상황이 너무 우스워 조윤아를 훑어보면서 말했다.

조윤아는 강유호가 겁을 먹지 않자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호연 오빠, 저 놈을 때려서 무릎을 꿇려요!"

알겠어! 정호연은 팔을 붕붕 휘두르더니 강유호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리려고 했다!

"못난 놈, 그만 두지 못해!"

바로 이때 호통소리가 들려오더니 다섯 명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 다섯 명을 본 룸 안에 사람들은 모두 넋을 잃었다.

월야 사장, 최월식!

부산 타워 사장, 오정도!

백호 부동산회사 사장, 김백호!

이니스프럴 사장, 김이나!

동남석유회사 부산시 총책임자, 이현!

이 사람들은 모두 몸값이 몇 천 억이 되는 거물들이었다! 아까 호통을 친 건 바로 최월식이었다.

그 사람들을 발견한 강유호는 미소를 지었다.

모두 예전에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예전 그들의 사정이 변변치 못했을 때 강유호는 모두에게 도움을 준 적이 있었다. 보아하니 지금 모두 창업에 성공한 것 같았다.

"못난 놈!"

최월식은 양아들이 둘째 도련님을 때리려는 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들어오더니 정호연의 뺨을 갈겼다!

"철썩!"

최월식이 힘껏 때렸기에 정호연은 빨갛게 부어 오른 얼굴을 감싸 쥐었다.

"양아버지!"

정호연은 크게 소리치면서 울먹거렸다.

"양아버지, 이 노가다놈이 시비를 걸었어요. 감히 1호 룸에 앉았다니까요!"

"철썩!"

최월식은 다시 그의 뺨을 갈기면서 크게 소리쳤다.

"현장 일을 하는 사람이 어때서? 그 사람들이 너에게 죄를 졌어? 배부르고 따스하게 며칠 지내더니 사람을 무시하는 것부터 배운 거냐? 내가 평소에 널 어떻게 가르쳤어!"

"양아버지!"

정호연은 내키지 않은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양아버지, 하지만 저 놈은 결국 외부인이지 않습니까? 왜 외부인 때문에 절 때립니까......"

최월식은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강유호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외부인? 넌 저 사람이 없으면 지금의 나도 없다는 걸 몰라? 저 사람은 강 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단 말이다! 넌 몇 십 년을 벌어도 둘째 도련님 하루 용돈도 벌지 못할 거야!"

뭐?!

순간 룸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정호연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 그는 예전에 양아버지가 월야를 열기 전 강 씨 가문에서 직원으로 있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양아버지는 항상 모두 둘째 도련님의 덕이라고 말했었다! 정호연은 저 꾀죄죄하게 생긴 놈이 강 씨 가문 둘째 도련님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조윤아도 충격을 먹었다!

지금의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그녀는 부산시에서 떵떵거리는 거물들이 겸손한 모습으로 강유호 앞에 서있는 걸 발견했다.

그럴 수가, 강유호는 그저 데릴사위잖아.

그녀가 류신아 집에 놀러 갈 때마다 항상 강유호는 청소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조윤아는 씻고 싶지 않는 옷이 있을 때 류신아 집에 가져가 강유호더러 씻으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런데 강유호가 강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라고?!

"유호 형님, 유호 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정호연은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강유호에게 허리를 굽실거리면서 사과했다.

"유호 형님, 모두 저 여자 때문입니다!"

정호연은 별안간 고함을 지르면서 조윤아를 가리켰다.

"모두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내가 유호 형님에게 실수했어! 얼른 꺼져!"

조윤아는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하지만 저희는 아직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았어요..."

조윤아는 인테리어 회사에서 출근하고 있었으며 월야는 마침 인테리어를 하려고 했었다. 이건 매우 큰 오더였고 계약이 성사된다면 인센티브를 적어도 2억은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조윤아는 회사에 알리지 않고 몰래 혼자 오더를 받으려고 했다. 혼자 책임진다면 2억이 아니라 4억을 벌 수도 있었다! 그녀는 당연히 그렇게 큰 돈을 포기할 수 없었다!

"계약은 무슨!"

정호영은 눈이 새빨갛게 변하더니 조윤아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네가 아니라면 내가 어떻게 윤호 형님에게 실수를 하겠어? 계약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너의 회사에 가서 사장님에게 고발하겠어. 네가 뒤에서 몰래 오더를 받았다고 말이야! 너희 회사는 직원이 몰래 오더를 받지 못한다는 규칙이 있어, 재판 나갈 준비나 해!"

쿵! 순간 조윤아의 고운 얼굴은 핏기가 싹 가셔졌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만약 회사가 이 일을 알고 소송한다면 배상은 둘째치고 감옥에 가야 할 수도 있었다!

"유호 오빠......"

이때 조윤아는 입술을 깨물면서 강유호 앞에 걸어갔다. 그녀는 강유호의 한쪽 팔을 잡더니 살짝 흔들면서 말했다.

"유호 오빠, 내가 잘못했어......"

그녀는 모기 같은 소리로 말했기에 자세히 듣지 않는다면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저 병신에게 사과해야 되는 날이 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또한 저 병신 앞에서 그녀는 비굴하게 굽실거려야 했다!

강유호는 무표정으로 그녀를 바라 보았다.

"아까 나에게 무릎을 꿇고 엄마라 부르라고 하지 않았어?"

"내가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

조윤아는 입술에서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물었다.

"내가 이렇게 무릎 꿇을게."

조윤아는 두 주먹을 꽉 쥐더니 자신의 모든 자존심을 버렸다. 그녀는 강유호 앞에서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유호 오빠, 제발 한 번만 봐줘."

조윤아는 강유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낮게 말했다.

"유호 오빠, 회사에서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난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어. 내가 이렇게 빌게. 신아 체면을 봐서라도 날 한번만 용서해줘, 응?"

"그래."

강유호는 덤덤하게 말했다.

"근데 날 뭐라고 불렀어?"

이렇게 말하던 강유호는 귀를 파면서 조윤아를 바라 보았다.

무릎을 꿇고 있던 조윤아는 이 말을 듣고 흠칫했다. 그녀는 당연히 강유호의 말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아빠."

조윤아는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낮게 말했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예전에 그녀는 강유호를 가장 무시했고 그를 보는 것만 하여도 역겹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강유호 앞에서 모든 자존심을 버리게 되었다!

"앞으로 날 볼 때면 그렇게 불러. 알겠어?"

강유호는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조윤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난 신아가 내 신분을 알길 원하지 않아."

강유호는 담배를 꺼내더니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알겠어, 알겠어."

조윤아는 이렇게 말하면서 강유호를 흘깃 보았다.

"아빠...... 걱정하지마. 오늘 일은 한 마디도 꺼내지 않을게."

강유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가보라는 뜻으로 손을 저었다.

"둘째 도련님, 제가 양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떠난 후 최월식은 허리를 굽혔다.

이와 동시 오정도, 김백호, 김이나, 이현도 분분히 다가와 경건하게 허리를 굽혔다.

"둘째 도련님, 예전에 저희들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김이나는 한 걸음 다가가면서 말했다.

"만약 둘째 도련님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희도 없었을 겁니다. 저희는 도련님이 이곳에 있는 걸 알고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면서 박스 하나를 꺼냈다.

김이나는 이니스프럴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는데 지금 꽤 유명한 뷰티 회사였다.

3년 전 그녀는 길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다가 부주의로 강유호의 차를 긁어버렸다. 하지만 김이나 는 도망치지 않고 저녁 내내 강유호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그때 강유호는 그녀가 참 인성이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어 창업에 보태라고 5500만을 쥐어주고 떠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5년이나 지난 것이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김이나가 박스를 여니 안에 족자 하나가 들어있었다.

족자를 펼치는 순간 강유호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꽤 오래되어 보이는 붓글씨였는데 낙관을 보니 왕희지였다!

이......이건...... 왕희지의 평안첩?

이 서예 작품은 뉴스까지 올랐는데 국내의 어느 신비한 재력가가 높은 가격으로 낙찰했다고 했었다!

"둘째 도련님이 골동품과 서화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저희들은 돈을 모아 수집가에게서 사왔습니다."

김백호는 피부가 매우 거뭇거뭇하여 웃을 때마다 하얀 이가 매우 눈에 띠였다.

"둘째 도련님, 사흘 후면 도련님의 생일이지 않습니까? 이건 저희가 도련님을 위해 준비한 선물입니다."

생일?

강유호는 이마를 탁 쳤다. 그마저도 잊고 있었다.

강유호의 생일은 류 씨 할머니와 같은 날이었고 사흘 뒤였다.

몇 년 동안 그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할 때 강유호도 덤으로 생일을 쇠곤 하였다.

그는 지금도 자신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

부산시 어느 카페.

서동호와 류신아는 서로를 마주보며 앉아있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부도난 일을 류신아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신아씨, 전 결정했어요. 사흘 후 할머니 생일에 전 당신에게 청혼할 거예요!"

서동호는 아련한 눈빛으로 류신아를 바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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