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천은 웃었다. “그래요, 앞으로의 협력 기대할게요. 그… 전에 제가 약 탔던 일… 다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온연은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그건 당천씨의 의도가 아니었잖아요, 맞죠? 이전에 인생에서 제시카씨의 영향이 너무 컸었어서 그런 거겠죠. 앞으로 열심히 하시면 예전보다 훨씬 더 재밌게 살 수 있을 거예요. 궁금한 건데… 잘 됐을 때 서양양씨랑 어떻게 할지 생각 있어요?” 당천의 얼굴에 미소가 굳으며 침묵했다. 한참 후에 그가 말했다. “무슨 생각이 있겠어요? 지금도 그 사람이랑 그 가족들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도 모르겠는 걸요. 제가 봤을 때 연애는 신성한 일이에요. 서로 좋아한다는 첫번째 요소가 있고, 두번째는, 결혼할 목적이 있어야 하며, 가족들의 축복을 받는 게 세번째 요소이죠. 근데 이 세번째 요소가 충족되지 않았어요. 제시카를 위해 몇 년 동안 시간을 낭비해서 예전에 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분명 지금처럼 이렇게 매끄러운 성격은 아니었거든요. 아직도 제시카랑 처음 만났을 때 너무 긴장해서 말도 못 했던 게 생각나네요… 만약 제가 예전 같은 모습이었으면, 어쩌면 아무것도 망설이지 않았겠죠, 제 말 이해되나요? 예전 같았으면 제가 결혼을 목적으로 순수하게 연애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하면서 모든 사람의 축복을 받았겠지만, 제가 그렇게 운이 좋은 편은 아닌가 보네요. 그 사람은 좋은 아가씨라 저랑 어울리지 않아요. 처음에 그 사람이랑 사귀었을 때 다른 여자들이랑 다른 걸 느꼈어요. 몸에서 느껴지는 깨끗하고 순수한 분위기가 제 영감을 자극했죠. 근데 제가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한테 가족들을 배신하라고 하고 나몰라라 하라고 할 수는 없어요. 아직까지는 제가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온연은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표면적으로 들었을 땐 되게 고상해 보이지만, 저는 다른 의미로 들리네요. 왜 당천씨가 양양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 것 같죠? 단순히 영감을 얻기 위
말을 한 뒤 서양양은 뒤돌아 뛰어갔다. 온연은 난감해졌다. 서양양과 당천 일에 그녀는 처음부터 끼는 걸 거절했었다. 그녀는 마더 테레사가 아니었기에 아무 일에나 관여하기 싫었는데 하필 그녀가 연루되고 말았다. 그들 사이에 일은 그녀가 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오후 내내, 서양양은 그녀를 아는 체하지 않았고, 예전처럼 시도때도 없이 수다를 떨러 오지도 않았다. 그녀는 서양양이 속상해서 그런다고 생각해 해명할 생각도 없었고, 좀 진정되면 다시 상황을 보려고 했다. 다음 날 서양양이 이직했다는 소식을 들을 줄은 그녀는 예상하지 못 했다. 서양양은 그래도 그녀에게 편지를 남겼고, 자신의 엄마가 원하는 대로 다른 일을 하러 갔다고 적었다. 충격을 받은 서양양은 엄마와의 전쟁을 포기하고 예전처럼 ‘착한 아이’로 다시 돌아갔다. 온연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마지막 결과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서양양이 이 일을 좋아하는 걸 알았고, 처음에 회사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많은 고생을 했어도 회사를 떠나려 하지 않았었다. 매일 거의 제일 먼저 회사에 출근도 하고 바쁠 때도 의욕이 넘쳤다. 그녀가 다시 서양양에게 전화를 했을 때, 이미 없는 번호여서 이 번호가 사라진 상태였다. 생각을 한 뒤, 그녀는 이 일을 문자로 당천에게 말했지만 당천은 답장하지 않았다. 아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을 테다. 이렇게 두 사람은 짧은 추억을 뒤로 하고 새출발을 했다. 한달이 좀 넘게 지난 뒤. 당천과 제시카의 일이 드디어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목가네도 정식으로 당천과 계약을 했고, 회사 홍보팀에 시켜 당천이 제시카 일에 대해 결백하다는 입장문을 적은 뒤, 당천의 짧은 영상도 제작했다. 영상 속 당천은 카메라 앞에서 매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저와 제시카씨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습니다. 처음 그 분을 만났을 때 저는 순진한 남자아이였고, 긴장해서 말도 못 했었습니다. 그 분이 저한테 애정을 표현하셨을 때 저는 결혼을 생각하고 사귀자는
당천이 영입되고, 여름 시즌이 다가왔다. 매 계절 초기엔 모든 회사들이 다 바빴고, 목정침의 퇴근 시간도 늦어졌으며 주말에도 대부분 회사에서 추가 근무를 했다. 온연은 주말에 지루할 때면 콩알이를 데리고 진몽요를 불러 같이 쇼핑을 했고, 진몽요도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와 경소경이 얼마나 아이에게 불친절한지 욕을 했다. 온연은 농담식으로 말했다. “너한테만 잘 해주면 되는 거 아니야? 그 사람한테 아이는 우선이 아니었잖아. 원래 결혼할 계획도 없었던 사람이 너 때문에 결혼이라는 새장 안에 갇혔는데, 적응할 시간 좀 줘야하지 않겠어? 친 자식이니까 언젠간 좋아하게 될 텐데, 넌 뭘 그렇게 걱정하는 거야? 나도 처음엔 목정침씨가 콩알이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는 손에서 놓지를 않더라.” 진몽요는 씩씩거렸다. “경소경씨는 달라! 매일 퇴근하고 어머님네 갈 때마다, 내가 애 좀 안고 있으라고 해도 싫다고 하고, 내가 안고 있으면 된 거래. 그게 말이야? 나 혼자만의 아이가 아니잖아? 이것만 보면 그 사람은 얼음 같은 목정침씨 만도 못 해!” 의류 코너에서 쇼핑을 하면서 온연은 예전에 당천이 목정침에게 팔았던 디자인의 실물을 보았다. 디자인은 벌써 출시가 되었고, 마치 영혼을 불어 넣은듯 실물이 그림 보다 훨씬 생동감 있었다,. 진몽요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 보며 투덜댔다. “저거 그 당천 디자이너가 직접 그린 거라던데, 너네 목가네랑 계약했다며? 하긴 이런 뜨거운 감자 같은 일에 손 댈 수 있는 사람도 목가네 밖에 없지. 게다가 이 뜨거운 감자를 제대로 익은 감자로 만들어 놨으니, 다른 회사였으면 분명 회사까지 같이 망했을 거야.” 온연은 자신 있게 미소를 지었다. “목정침씨 손에 들어가면 그렇게는 안되지.” 진몽요는 혀를 찼다. “얼씨구, 너 지금 자랑하는 거야? 그래, 네 남편 잘 났다 잘 났어, 됐지? 목정침씨 보고 처음에 겁먹었던 게 누구였더라? 목정침씨 피한다고 외지에서 디저트 가게 차린 게 누구였었지? 콩알이가 생겨서
한참 대화를 나눈 뒤, 진몽요는 그제서야 온연과 함께 화장품을 사러 온 게 생각났다. 뒤를 돌아봤을 때 온연의 표정이 좋지 않자 의심스럽게 물었다. “연아, 왜 그래? 표정이 너무 안 좋아 보이는데? 어디 아파?” 온연은 옅게 숨을 들이마셨다. “응, 갑자기 머리가 좀 어지럽네. 오늘은 그냥 안 살래, 가자.” 진몽요는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 “빈혈 때문에 어지러운 건가? 너가 너무 말라서 그래, 가서 목정침씨한테 제대로 몸보신 좀 해달라고 해. 이왕 왔는데, 사고 가는 게 낫지 않아? 계산하는 게 힘든 것도 아니고. 넌 앉아서 쉬고 있어, 내가 해줄게, 너가 어느 브랜드 쓰는지 아니까.” 예군작의 시선은 다시 온연을 향했고, 도발이 섞여 있는 눈빛에,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온연은 이 화를 삼키고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예군작과 1초라도 더 있다가는 조금이라도 더 위험해질 것 같아 그저 진몽요가 빨리 화장품을 사온 다음에 나가고 싶었다. 고의였는지는 모르지만 예군작은 그 꽃 얘기를 꺼냈다. “몽요씨, 제가 준 그 꽃 폈어요?” 진몽요는 카드를 직원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폈어요, 말 안 해줬으면 까먹을 뻔했네요. 겨울에 폈더라고요, 참 이상한 꽃이에요. 그렇게 오랫동안 키웠는데 한겨울에 피고 말이에요. 근데 계속 엄마 집에 있어서 보러 갈 시간이 없었어요. 제가 마지막으로 봤을 땐 꽃봉우리였거든요. 예전에 꽃이 피면 저한테 알려줄 비밀 있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오늘 마침 만났으니까 물어볼게요, 비밀이 뭔데요?” 온연은 숨이 멎었고 죽일듯이 예군작을 보았다. 예군작은 그녀를 향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정말… 궁금해요? 마음의 준비가 안됐을까 봐서요.” 진몽요의 호기심이 발동되었다. “무슨 비밀이길래 마음의 준비까지 해야 되는데요? 저 멘탈 강해요, 그러니까 얼른 말해요, 흥미 떨어지기 전에요.” 온연은 더 이상 앉아있을 수 없어서 무섭게 일어나서 말했다. “몽요야! 우리 가자, 나 진짜 몸이 안 좋은 거
예군작과 아택도 금방 백화점을 떠나 차로 돌아왔다. 옆에 쌓인 여성용 물품들을 보면서 예군작의 미간엔 짜증이 섞여 있었다. 아택은 백미러로 그를 보며 낮게 말했다. “도련님, 기왕 해성에 돌아가셔서 사모님을 만나 뵙기로 하셨으니 옆에 있는 물건들 때문에 이미 결정하신 일에 영향받지 마세요. 만약 도련님께서 지금 다른 행동을 하신다면 어르신이 절대 실권을 넘겨주지 않으실 겁니다. 예군작은 창밖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도 알아.” 만약 어르신의 압박만 아니었다면 그도 오늘 특별히 밖에 나와 국청곡을 위해 이렇게 많은 물건을 사지 않았을 테다. 예상치 못 하게 이곳에서 진몽요와 온연을 만났고, 온연의 반응을 보니 목정침은 분명 그녀에게 숨기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그 꽃은 다른 사람이 선물한 거였다. 남아프리카에서 특이한 품종이라 국내로 들이는 데 꽤나 고생을 했다. 꽃이 피는 시기가 정확하지 않아서, 세심하게 돌 봐준다면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그는 원래 그 꽃이 피었을 때가 적절한 시기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자신이 전지인 걸 말하려 했다. 그러나 계획을 변수들을 따라가지 못 했고, 계속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했으며, 그가 진몽요를 구하기 위해 다리를 다친 일도 그 안에 속했다… 방금 진몽요가 아이를 데리고 온 걸 봤을 때, 그의 질투심이 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정말 그녀에게 모든 걸 말하려 했으니 지금 상황을 보니 마음대로 행동하면 안될 것 같았다. 만약 그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녀의 곁에 있는 사람은 여전히 그였을 텐데… 저녁, 목가네. 목정침은 오늘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식탁에서, 온연은 낮에 진몽요가 예군작을 마주친 얘기를 꺼냈다. “오늘 몽요랑 애들 데리고 쇼핑 갔는데 예군작을 마주쳤어요. 근데 예군작이 당장이라도 자기가 전지인 걸 밝히려는 거 같아서 깜짝 놀랐지 뭐예요.” 목정침은 인상을 찌푸리며 격한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걱정 마, 이번엔 아마 우연히 마주친 거일 거야.
온연이 물었다. “왜 멈췄어요? 계속 해요.” 목정침은 꾀를 부리며 말했다. “너가 밀어주던지, 아니면 너가 데리고 타던지.” 온연은 어렸을 때 그네를 타다가 넘어진 적이 있어 트라우마가 있었다. “아니요, 당신이 데리고 타요, 내가 밀어줄게요. 근데 당신은 다리도 기니까 그네 타기 쉽잖아요. 힘도 안 들 텐데, 왜 나보고 밀어달라는 거예요?” 그는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너도 참여하는 느낌 좀 받으라고, 거기 가만히 얼빠진 거위처럼 서있지 말고.” 이 말은 틀린 게 없었다… 온연은 단념하고 두 사람의 뒤로 걸어간 뒤, 손바닥을 그의 등에 대고 살짝 힘을 실어 밀자, 그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콩알이는 신이 나서 계속 소리를 질렀다. 원래 콩알이는 서예령 앞에서만 몸을 움직이며 신날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예전에 그녀가 콩알이를 놀아주던 방식이 너무 조용하고 딱딱했던 것뿐이었다. 엄마가 처음이고, 어린 아이와 거의 처음 접촉을 해본 거라 그녀는 아직 배울 게 많았다. 한편, 백수완 별장. 저녁 식사 후, 경소경은 평소처럼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그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진몽요는 늘 질리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주방 벽에 기대어 그를 보고 있었다. 경소경은 참지 못하도 장난을 쳤다. “뭘 그렇게 봐요? 당신도 설거지하고 싶어요?” 그녀는 애교스럽게 콧방귀를 뀌었다. “아니요, 내 손 거칠어 질까 봐 싫다면서요? 나한테 이런 거 시키기 싫은 거 아니었어요? 아이 낳으니까 생각이 변한 거예요? 난 당신 이런 모습만 보고 있는 게 좋아요, 꼭 억울한 며느리 같잖아요.” 그녀의 말에 그는 사레가 들렸다. “며느리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난 상남자라고요! 내가 집안일 한다고 당신이 날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아무것도 안 할 것 그랬네요.” 자리를 다 치운 후 그녀는 비밀스럽게 그를 위층으로 끌고 올라와 불을 껐다. “줄 거 있어요.” 시야가 갑자기 어두워지자 경소경은 안정감
그가 불을 키려고 스위치를 찾자 진몽요가 막았다. “싫어요! 불 끄고 있는 거 좋잖아요, 나 좀 부끄러워요.” 그녀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는 확실하게 알았다. 그녀는 그가 아이를 낳을 때 생긴 튼살을 싫어할까 봐 두려워하는 거였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고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웠다. “바보예요? 당신 같이 뻔뻔한 사람이 부끄러울 때도 있어요? 나 당신 안 싫어해요, 내 아이를 낳기 위해서 생긴 자국이니까, 그건 당신의 대한 위대한 찬사죠.” 진몽요는 그의 수작에 걸려 들었고, 그의 입은 모든 말에 능통한 것처럼 애정표현을 할 때는 절대 말을 더듬지 않았다. 경소경은 그녀가 방심한 틈을 타 불을 켰다. 불이 켜진 그 순간, 진몽요는 황급히 이불로 자신의 몸을 가렸다. “당신 미워요! 나 불 키기 싫다고요!” 그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 한참 후. 진몽요는 경소경의 품에 안겼다. 경소경은 그녀의 손을 잡고 더 이상 그녀가 장난을 못 치게 했다. “그만 해요, 나 요즘 좀 힘들어서 그런데, 오늘은 나 좀 놔줄 수 있어요? 앞으로의 날들도 있잖아요.” 그녀는 바보처럼 웃었다. “당신 늙었네요......” 경소경은 그녀가 옛날 얘기를 꺼낼 거 같아서 얼른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오늘 일찍 자요, 나 내일도 회사 가야 해요.” 진몽요는 갑자기 낮에 백화점에서 예군작을 만난 일이 생각났다. 예군작이 국청곡을 위해 물건을 사러 왔다는 건 두 사람의 관계가 좋다는 걸 설명할 수 있었고, 이걸 경소경에게 알리면 그가 긴장을 안 하지 않을까? 안야가 경소경에게 음모를 꾸미려 한 게 어쩌면 예군작이 지시한 게 아닐 수도 있었다. 그 안엔 아마 오해가 있을 테고, 이렇게 긴 시간동안 예군작이 자발적으로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녀는 생각할수록 예군작이 그런 일을 못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후 그녀는 떠보듯이 말했다. “낮에 연이
진몽요는 갑작스러운 그의 변화에 놀라서 입을 벙긋거리다가 아무것도 말하지 못 했다. 금방 경소경은 등을 돌리고 잠들었고 그녀는 순간 마음이 공허해졌다. 방금까지 괜찮았다가 예군작을 언급했다는 이유 때문에 갑자기 이렇게 변했다… 그녀는 자신이 잠 들고 난 뒤 경소경이 서재에 숨어서 줄담배 핀 걸 몰랐고, 담배를 쥐고 있던 손가락은 쉴 새 없이 떨리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예군작이 전지인 걸 알게 됐을 때의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기 싫었다. 무너지지 않을까? 그는 그녀의 앞에 너무 많은 감정을 티낼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진정시키는 걸 선택했다.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녀가 예군작을 만나게 하지 않는 거였기에, 여러 방법으로 방어를 한 줄 알았으나 방어하지 못 했다. 다행히 온연이 그 자리에서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 새벽, 해성 국가네. 예군작은 비행기에서 내린 후 바로 예가네로 가지 않고 국청곡을 찾으러 국가네에 갔다. 어르신이 확실히 말했듯이 그는 국청곡을 만나러 온 것이니 조금이라도 미적거릴 수 없었다. 사위가 장애인이 아닌 걸 알고 난 뒤, 국가네 사람들의 태도는 예전과 달라져 그를 좋아했다. 그가 집에 들어오자 여러 사람들은 예군작을 둘러싸고 따뜻하게 안부를 물으며, 그가 오는 걸 알고 국가네 사람들은 특별히 새벽까지 기다렸다. 국청곡 엄마의 미소는 어색할 정도로 짙었다. “군작아, 주방에 야식 좀 만들어 놓으라고 했는데 먹을래?” 예군작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니요, 저는 야식 먹는 습관이 없어서요.” 국청곡 엄마의 미소는 살짝 굳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래, 청곡이는 이미 잠들었으니 너도 걔 방 가서 쉬어. 둘이 오랜만에 만나서 할 일도 있을 텐데, 우린 방해 안 할게.” 예군작 가볍게 “네” 라고 대답한 뒤, 그가 위층으로 올라가자 국청곡의 엄마는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접었다. 그녀는 예군작이 그녀의 체면을 하나도 안 세워줄 줄은 몰랐고, 그녀가 특별히 준비한 야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