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너머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보세요? 형수님? 그게요, 목정침이 지금 많이 취해서요, 좀 데리러 오실 수 있으세요?"형수님? 그 호칭이 그녀의 마음을 내려앉게 했다. 처음에는 그가 뭔가를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약간 얼떨떨한 마음으로 대답했다. "뭐라고요? 거기가 어딘데요?"맞은편이 너무 시끄러워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어느 술집인지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전화를 끊고 외투를 걸치고는 자고 있는 임집사님을 깨웠다. 그녀는 면허가 없어 혼자 그를 데리러 갈 수가 없었다.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저 멀리 술집 앞에 서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술에 취해 꽐라가 된 목정침 말고 두 명의 남자가 더 있었다.끼리끼리 모인다, 그게 그들에 대한 그녀의 첫인상이었다. 외모로만 놓고 봐도 모두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를 갖고 있었다. 다만 그녀는 그들을 만난 적이 없고, 그들의 모임 또한 익숙하지 않았다."어라? 목정침 엄청 꽁꽁 숨기더니, 오늘 술이 떡이 되어서야 결혼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이렇게 어리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설마 얘가 거둬키운 그 여자애는…아니죠?" 온연을 본 경소경의 눈이 번뜩였다. 그의 눈에는 의혹감도 조금 섞여있었다.온연은 눈을 내리깔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앞으로 다가가 목정침을 부축할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폐 끼쳐드렸네요."경소경이 무슨 말을 더 하려 하자 옆에 있던 임립이 그를 잡아당겼다. "됐어, 빨리 차에 태우는 거나 도와드려."차가 멀리 사라지자 경소경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아까 걔 진짜 거둬키운 그 애는 아니겠지? 정침이 걔는 무슨 생각이래? 저 애랑 결혼할 줄 난 꿈에도 몰랐다." 임립은 딱히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목정침 성격에 아무 이유 없이 자기 원수의 자식을 거둬 키웠을 거 같아? 다른 사람 눈에나 천사처럼 착하지. 실제로는 악마가 따로 없어."…목가네로 돌아온 온연은 젖 먹던 힘을 다해 목정침을 방까지 부
갑자기 공항에서 그의 팔짱을 끼던 여자가 생각이 난 온연은 의식적으로 그를 밀쳐냈다. "술부터 깨고 얘기해요." 그가 만약 제정신이었다면 날 건드리고 싶지도 않았겠지…?"꺼져!" 그가 나지막이 소리쳤다.온연은 몸을 흠칫 떨더니 황급히 일어나 자신의 잠옷을 여미었다. 그녀는 다시 옆방으로 돌아갔다. 달랑 침대 하나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잘 수는 있었다.이튿날, 그녀가 식탁에 앉자마자 유씨 아주머니가 황급히 자신의 방에 있던 이불을 치우는 걸 보게 되었다. 매트리스마저 사람들이 옮겨갔다. 위층에서 내려오던 목정침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를 몰아 떠나버렸다.그녀는 대충 음식을 먹고는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일을 할 때만은 그와 지내는 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금방 회사에 도착해 자리에 앉으니, 총책임자인 진흠이 서류 하나를 그녀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이거 카이웨에다 좀 전해주고 와. 기억해. 꼭 목대표의 비서한테 직접 전해줘야 해. 네가 능력이 있다면 목대표한테 직접 전해줘도 되고, 절대로 다른 사람한테 전해주면 안 돼."그녀는 멍해졌다.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카이웨는 목씨 그룹의 회사 중 하나였다. 목대표도 당연히 목정침을 말하는 거고…"진 책임님, 다른 사람 시키시면 안 될까요?" 그녀는 가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비록 무조건 만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혹시나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것도 너무 싫었다.진흠은 그녀의 책상에 걸터앉아 손을 자신의 양복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지? 이거 큰 건이야, 너보고 세상 물정 좀 알아보라고 일부러 너 시키는 건데. 만나게 될 사람들도 모두 카이웨 쪽의 엘리트들이고 운이 좋다면 목대표를 직접 만날 수도 있는 기횐데 안 간단 말이야? 내가 널 이렇게 챙겨주는데 너한테 안 좋은 일 시키겠어? 자, 빨리 가, 인턴 끝나자마자 '반항'하는 거야?"이 회사에 입사한 그 순간부터
목정침의 사무실에서 여자 목소리가 흐릿하게 흘러나왔다. "미워, 시간 없다고 거짓말이나 하고, 하나도 안 바쁘네 뭐. 나 맘에 드는 가방 생겼는데, 정침 오빠가 사주면 안 돼?"온연은 순간 숨이 멎어버렸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의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목정침이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 못했다. 곧이어 그 여자가 방에서 나왔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약간 넋이 나가 있었다. 지난번 공항에서 만난 그 여자였다.온연은 그녀의 의기양양한 얼굴보다 그녀가 신고 있던 하이힐에 더 눈이 갔다. 목정침은 그 어떤 사람도 이곳의 평온함을 방해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여자가 하이힐을 신고 오는 걸 허락하다니."또 너야? 너 정침 오빠랑 무슨 사이야? 난 너랑 모르는 사이인데도 너가 너무 싫어. 귀국하고 나서 정침 오빠 만날 때마다 너 마주쳤어. 짜증나 죽겠어." 심한 말이었지만 그녀의 애교 섞인 말투가 장난처럼 들리게 했다."전 그냥 서류 전해주러 온 거예요." 온연이 침착하게 대답했다."안 궁금해, 아무튼 정침 오빠는 내 거니까. 뺏을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녀는 황금색의 카드 한 장을 한정판 가방에 집어넣고는 흥하는 소리와 함께 그곳을 떠났다.30분이나 기다렸는데도 비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서류만 놓고 가버리고 싶었지만 서류 위에 쓰여있는 기밀이라는 말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녀는 책임질 자신이 없었다. 목정침은 컴퓨터에 띄워진 CCTV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그의 얼굴은 차갑게 얼어있었다. 그녀가 밖에서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두 시간 뒤, 그는 짜증스럽게 노트북을 덮었다. 전화를 치는 그의 얼굴이 무척이나 어두웠다. "너 오늘 휴가라 출근 안 한다고 온연한테 말해. 서류 내방으로 가지고 오라고."2분 뒤, 온연의 핸드폰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안녕하세요,
온연은 입술을 오물거리더니 그에게 대답했다. "아니요.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그녀가 막 돌아서자 만년필 한 자루가 그녀의 귓가를 스치며 곧장 사무실 문에 내리쳐졌다. 갈라진 만년필 사이로 흘러나온 먹물이 바닥을 더럽혔다.물건을 던진다는 것은 그가 엄청 화가 났다는 뜻이다. 그녀는 두려움에 얼어버렸고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에 대한 두려움을 억누르려 노력해봤지만 잘되지 않았다…"일로와!" 목정침의 목소리에는 화가 가득 차있었다. 그녀에게는 그 말이 그녀의 목숨을 앗아가는 전조처럼 느껴졌다.온연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그의 곁으로 다가가 옷자락을 배배 꼬면서 그를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그는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허리춤을 감싼 손에 살짝 힘을 주며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살을 에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금 뭐라 불렀어? 너 공과 사 구분이 그렇게 철저한 사람이었어? 그럼 집에서 부르는 호칭도 좀 고쳐야 하지 않나?"사무실 밖에서 두 시간 넘게 서 있을지언정 그를 만나러 들어오지 않던 게 떠오르자 그의 분노가 더욱 거세졌다.그가 왜 화가 난 건지 온연은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저…. 전 그냥 공사 구분 못한다고 생각하실 까봐…"목정침은 자신의 턱을 그녀의 어깨에 기대었다. 유혹적인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래? 그럼 밖에서 두 시간 동안 서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어?"그녀의 생각이 정확히 간파당하자 그녀는 찔린 듯 허둥지둥 대답했다. "아… 아니에요… 그냥 바쁘실가봐… 방해하기 싫어서…""내가 바쁜지 안 바쁜지, 누구보다 잘 알지 않나?" 그녀가 그를 찾아온 여자와 마주쳤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말문이 막힌 그녀는 고개만 떨구었다.그녀의 모습에 목정침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그녀가 침묵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됐어, 이제 그만 가봐. 서류는 내가 보도록 하지. 저녁은 집에서 저녁 먹을 거야."그의 말에 온연은 기쁜 마음으로 그에게서 벗어났다. 그녀
엘리베이터가 칠층에서 멈춰 섰다. 무시무시한 압박감에 진흠은 엘리베이터로 들어오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구석으로 옮겼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그 남자가 진흠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건드릴 사람을 건드려!" 그의 말투는 침착했지만 위협감이 섞여있었다.얻어맞은 복부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진흠은 배를 감싸며 주저앉고 말았다. "누구시죠?" 그는 당혹감에 휩싸였다."온연 남편."…목가네, 온연은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목정침이 돌아왔는지 확인해 보았다.조심스러운 그녀의 모습에 유씨 아주머니는 실소했다. "도련님 아직 안 오셨어!"그 말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저녁 먹으러 돌아온댔어요…" 그의 말대로라면 그가 그녀보다 먼저 집에 도착했어야 했다.그녀가 샤워를 끝내고 나왔을 때 목정침은 이미 식탁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몸과 살짝 젖은 머리가 금방 샤워를 끝냈다는 걸 설명해 주었다. 그는 항상 집에 돌아오면 샤워부터 했다. 그것이 그의 습관이었다.그녀는 그의 맞은켠에 앉아 묵묵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막 한입 먹으려는데 그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목정침은 핸드폰을 확인해보더니 받지도 않고 전원을 꺼버렸다. 그 모습이 온연을 의아하게 했다. 그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식사가 끝난 후 온연 조심스럽게 물었다. "머리 말려 드릴까요?"그는 거절하지 않고 먼저 몸을 일으켜 위층으로 올라갔다.온연의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되었다. 그녀는 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가 창가 옆에 앉기를 기다린 후 욕실에서 드라이기를 꺼내 그의 뒤에 섰다.손가락 사이로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그의 머리를 말려주었다. 남자의 머리카락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다니…. 그녀는 조금 놀랬다. 아무런 걱정 없이 그와 이렇게 가깝게 있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진몽요는 다음 주에 들어올 거야. 심개는 영원히 못 돌아오니까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온연
온연은 숨을 죽였다. 지금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게 얼마나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는지 그녀는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의 평생을 바쳐 빚을 갚으라고 한건 이미 엄청난 배려였다.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전 게스트룸에서 잘게요." 그것이 그녀의 최후의 발악이었다."한 발짝이라도 더 움직여봐." 그의 온몸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마치 바깥의 한기처럼 그녀의 가슴을 시리게 했다.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죽을 듯한 침묵의 끝에 드디어 그의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떠나고 싶어? 그래, 원하는 데로 해줄게! 대신…. 조건이 있어, 내 애를 낳아."애를 낳다니? 나보고 애를 낳으라고? 낳다니…그의 애를?온연은 갑자기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함께 망설임 없이 떠난 엄마가 생각났다. 소리 소문 없이 떠나버린 엄마 때문에 그녀는 어릴 때부터 비난과 조롱에 시달렸다. 아직도 그 기억들이 생생하게 기억났다.그녀는 아이를 낳는다는 일에 유독 거부감이 심했다. 아이를 낳는다는 건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말처럼 간단한 게 아니었다.하지만 그녀는 자유를 갈망했다. 이 감옥 같은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선택의 갈림길에 선 그녀는 오랜 고민 끝에 선택을 내렸다. "좋아요."목정침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마음속에 분노의 불씨가 피어올랐다. 그는 주먹에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 내가 널 안고 싶게 만들어야지. 마음만 먹는다고 끝인 줄 알아? 애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도 아니고, 헛된 생각은 안 하는게 좋을 거야!"온연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녀는 그의 앞으로 다가가 떨리는 손으로 그의 셔츠를 풀기 시작했다. 그녀는 속눈썹이 나비처럼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긴장한 눈동자를 숨길 수 없어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목정침이 그녀를 뭐라고 생각하는지 그녀는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을 키워준 사람이 남편이 되다니….긴장해서 그런
다음날 그녀는 아침도 먹지 않고 회사로 출근했다. 사무실 책상에 출처 모를 서류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온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누구 거야?"옆자리에 앉아있던 직원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진 책임님이 시키셨어. 너 혹시 무슨 일 있었어? 진 책임님이 온 부서 일을 다 너한테 시키셨어. 너 오늘 아무래도 야근해야 할 것 같아."그녀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일을 하기 시작했다. 왜 이런 짓을 당하게 된 건지 대충 예상이 갔다.점심시간 때 그녀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한통 왔다. "저는 강연연의 엄마인데요, 잠깐 만났으면 좋겠네요. 커피숍 '모카'에서 기다릴게요."그녀는 강연연의 이름을 곱씹으며 누구인지 열심히 떠올려 보았다. 낯선 이름에 그녀는 즉시 답장을 보냈다. "저는 강연연이 누군지 모릅니다."답장이 빠르게 날라왔다. "제가 알아요, 그쪽이 누군지. 올 때까지 기다릴게요."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목정침이 공항에 데리고 온 그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무엇에 홀린 듯 갑자기 그녀에게 무슨 일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쉬는 시간을 틈타 그녀는 회사를 벗어나 '모카'로 향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중산층 이상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분위기가 차분하고 고급 졌다.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녀는 또다시 문자를 받게 되었다. "창가 쪽 4번 테이블에 있어요."온연이 고개를 들어 주위를 쳐다보았다. 4번 테이블에 검은색 모피로 한껏 멋을 낸 중년의 여인이 앉아있었다.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보고 있는 바람에 얼굴은 보지 못했다.온연은 그녀에게 다가가 맞은 켠에 앉았다. "강연연씨 어머님?"맞은 켠에 앉아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자 온연은 얼어버리고 말았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네, 저는 진함이라고 해요. 그쪽을 뭐라고 불러야 하죠?" 그녀는 점잖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에게서 부잣집 사모님의 기운이 느껴졌다.눈앞에 보이는 익숙하고도 낯선 얼굴에 온연은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말
회사로 돌아온 그녀는 배 속에서부터 느껴지는 통증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진함의 얼굴이 그녀의 머릿속에 가득 찼다. 몇 십 년간 만나지 못했던 엄마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그녀는 상상도 못했다. 분노인지 역겨움인지 모를 감정이 그녀의 마음속에 요동쳤다.지나간 세월이 그녀를 몰라보게 변화시켰다. 비록 진함이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진함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그녀의 기억 속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조금 의아했다. 진함은 그녀가 여섯 살이 되던 해에 그녀를 떠났다. 바로 애를 낳았다 쳐도 강연연은 그녀보다 7살은 어려야 정상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강연연이 미성년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만약 친자식이 아니라면, 새엄마로 그녀를 그렇게 돌봤다는 얘기인데. 그럼 친딸인 자신은 뭐가 되는 거지?"온연, 너 오늘은 밤새 야근할 생각인 거지?" 진흠이 할 일이 없는지 온연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온연이 책상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본 그의 말투가 아니꼬웠다.온연은 진흠을 쳐다보지도 않고 몸을 일으켜 미처 끝내지 못한 일들을 계속했다. 그녀의 행동에 진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네 남편 정말 대단하더라. 회사까지 찾아와서 날 발로 찼다니까. 온연, 네가 여기 있는 한 내가 시키는 데로 해야 할 거야. 모든 일에는 응당한 대가가 따라야 하는 거야."그 말을 들은 온연의 몸이 얼어버렸다. "뭐라고요?"그 일을 생각하기만 해도 진흠은 화가 치밀었다. "너 몰랐어? 시치미 떼지마. 난 받은 만큼 돌려주는 사람이거든. 두고 보자고!"그녀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목정침이 회사로 찾아와서 진흠을 발로 찼다고? 장난치는 건가? 그녀에게는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그녀의 반응에 그녀가 겁이 난 줄 안 진흠은 화가 좀 풀렸는지 그녀에게 말했다. "…지금 나한테 사과하면 내가 용서해 줄 수도 있는데."온연은 그를 흘겨보고는 담담히 대답했다. "진책임님 제가 좀 바빠서 그런데 방해하지 말아주시겠어요?"진흠은 너무 화가 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