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2화 자산을 빼돌리다

겉과 속이 달라 연기를 해야 하는 나에게 요 며칠은 진짜 힘들었다.

감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사는 부부들이 대단하기도 했다. 지금의 나는 우리 세 식구의 삶이 연기 같았다. 각자 자기 대본만 있는, 그런 드라마 말이다. 나나 신호연이나 서로 지지 않는 연기를 선보이는 듯했다.

콘돔을 발견한 후로부터 나는 그와 잠자리를 가지지 않았다. 그가 조금이라도 나에게 스킨십을 하면 나는 미친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게다가 불륜녀가 보내온 그 두 사진을 본 후에는 더욱 메스꺼웠다. 신호연이 나를 다치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럴 때마다 신호연은 나를 데리고 병원에 가려고 하지만 나는 괜찮다고 고집을 부렸다.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나를 병원에 데려갈 그였지만 이제는 그대로 나를 포기하는 신호연을 보며 우리 사이가 점점 멀어짐을 느꼈다.

요 며칠 나는 힘을 내서 이미연이 해킹해 온 진짜 데이터를 보게 되었다. 근년 간의 매출액이 생각보다 낮지 않은데다가 나의 예상보다 훨씬 높아 나는 매우 놀랐다.

하지만 고객 중의 80% 정도가 내가 데려온 고객이었다. 그 당시에 그들의 잠재력을 보고 내가 점찍어 놓은 고객들이었는데 몇 년 안에 꽤 성장하여 신호연이 떼돈을 벌게 했다. 나의 공로였지만 보상은 편안히 놀고 있는 신호연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그러니 신호연이 눈을 밖으로 돌릴 기회를 만들어 준 셈이다.

신호연이 나에게 준 자료는 그가 요즈음에 새로 개발한 회사 같았다. 이 회사 중에서 랜덤으로 뽑아서 찾아본 결과 개발 회사라고 하지만 그냥 투기로 먹고사는 유령회사였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장부에서 보면 그 회사들은 돈을 갚을 능력이 약했다. 이미 많은 돈을 지급하지 않기도 했고. 하지만 신호연은 바보가 아니다. 많은 돈을 받지 않으면 그만큼 리스크도 커진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우리의 장부를 찾아보아도 자금이 많지 않았다. 돈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수상했다. 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