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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박민정은 결국 일단 시도를 접기로 했다.

너무 오래 허덕거린 탓인지 그녀도 피곤이 마구 미려와 함께 잠들었다.

다음날.

따사로운 햇살이 포근하게 얼굴에 드리워졌다.

유남준은 간만에 이렇게 푹 잤다.

눈 떠 보니 박민정이 몸을 쪼그리고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한없이 차가운 눈빛은 그 순간 이상하리만큼 온화해졌다.

실내에 에어컨을 틀어서 그녀가 추위에 몸을 움츠리고 있자 유남준은 옷을 덮어주려 했다.

이때 박민정이 비스듬히 눈을 떴다.

유남준의 다정한 두 눈을 본 순간 그녀는 자연스럽게 말이 새어 나왔다.

“남준 씨.”

유남준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

박민정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품에서 굴러떨어져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밀려오는 고통에 그녀는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

유남준은 횡설수설하는 그녀를 보더니 얼른 잡아당겼다.

“방금 뭐라고 불렀어?”

“네? 뭐요?”

박민정은 모르는 척 얼렁뚱땅 넘기려 했다.

이를 눈치챈 유남준도 더는 캐묻지 않았다.

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또다시 야유 조로 말했다.

“박민정 씨는 참 뭐든 잘 까먹는다니까.”

아침에 금방 깼을 때의 부드러운 눈빛과는 달리 지금 그는 한없이 차갑고 냉랭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정은 그제야 아까는 자신이 잘못 본 걸 알아채고 눈가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가 대학에 들어간 후 유남준은 유앤케이에서 근무했고 그때부터 아예 딴사람으로 변해버린 듯 너무 차가워졌다.

이전의 다정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한밤중에 괴롭힘을 당하는 그녀를 찾으러 다니던 유남준은 더더욱 없었다...

처음엔 그가 회사 일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가 커서 성격이 점점 난폭해지는 거로 여겼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그의 성격은 항상 이랬다. 그녀는 다만 어릴 때 그를 진정으로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대표님, 어제는 제가 식사를 대접해드렸으니 집까지 바래다 드리진 않겠습니다.”

박민정이 말했다.

그녀는 지금 간접적으로 그를 내쫓고 있다.

“내가 갔으면 좋겠어?”

박민정이 아무 말 없자 유남준은 표정이 확 어두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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