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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도윤은 붉게 물든 눈으로 지아를 바라보았다.

“말해 봐, 그 사람 사랑해?”

지아는 오히려 되물었다.

“언젠가 내가 정말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돼도 그게 뭐 어때서? 도윤 씨, 우린 이혼했어.”

핸들에 올려진 도윤의 손은 아직 결혼반지를 끼고 있었고, 그는 이 결혼이 끝났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지아야, 네 자유를 구속할 생각은 없지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건 안 돼.”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도윤은 분명하게 말했다.

“죽여버릴 거야, 진짜로.”

지아가 도윤에게 달려들었다.

“이럴 줄 알았어. 당신이 강욱 씨한테 그런 짓을 했지, 벌써 죽었어?”

도윤은 이런 식으로 전개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어떻게 지아에게 자신이 무사하고 살아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까?

더욱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도윤은 지아의 손을 낚아채며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럼 오늘 다른 남자 때문에 날 만난 거야?”

사실 마음속으로 후회했다.

‘지아야, 너한테 진심으로 화내는 건 아니야.’

지아는 도윤이 너무 담담하게 강욱을 언급해서 마음속 의심을 떨쳐 버리던 참이었다.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날 구해준 사람이고 잘 살아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도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만나게 해줄게.”

도윤은 다시 시동을 걸고 식당으로 향했고, 재빨리 우산을 들고 조수석으로 다가갔다.

지아는 따뜻하게 입고 있었고 도윤은 검은 우산을 들고 눈보라를 막아주었다.

두 사람은 막 결혼했을 때와 달라진 게 없었다.

지아는 걸음을 멈추고 우산 아래로 날리는 눈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지아야, 왜 그래?”

“옛날 생각 나서. 도윤 씨,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아는 자신도 여전히 도윤을 사랑하고, 그 또한 자신에 대한 감정이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서로 사랑해도 멀리 돌고 돌아 이생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음식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맛있었고, 주인은 그들을 알아보고 특별히 지아가 좋아하던 주스를 가져다주었다.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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