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쿠리 촌은 원시림 끝자락에 있는 작고 오래된 마을로, 어느 나라 관할에도 속하지 않고 사방에 독초와 독충이 많아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당시 우서진은 스승의 소개로 우연히 소쿠리 촌에 들어갔고, 소쿠리 촌에 들어가는 방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마을 바깥쪽은 안개가 자욱했고, 북쪽은 절벽과 바위로 둘러싸여 있었다.일반인이 함부로 마을에 들어가면 독사에게 물려 죽거나 독기에 중독되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우서진이 미리 준비한 방호복과 방독면을 쓰고 모두들 도윤을 들것에 실은 채 들어갔다.도윤은 점점 상태가 나빠지고 정신이 혼미해졌다.낯선 곳에 처음 온 진봉도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완전 무장을 했음에도 발밑에서 독사와 전갈이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슈슉-“형, 소리 들려?”진환은 도윤의 곁에 서서 덤덤하게 대답했다.“여기에는 독사가 많아서 뱀 소리가 나는 건 당연한 거야.”“그런데 평범한 뱀 소리와는 좀 다른 것 같아.”“기분 탓이야.”진봉은 이런 독이 있는 곳에 오느니 차라리 공동묘지에 가서 무덤을 파는 게 낫겠다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문득 머리 위 나무에서 주먹보다 큰 거미가 떨어졌다.“젠장!”진환의 미간이 펄떡펄떡 뛰었다.“여긴 열대우림과 가까워서 동물이 큰게 당연해. 동물의 왕국 못 봤어? 아마존에는 수십 미터 길이의 보아뱀도 있어.”이 나이에도 호들갑을 떠는 동생을 보며 진환은 머리가 지끈하며 할 말을 잃었다.갑자기 진봉의 눈을 크게 뜬 채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목소리가 떨렸다.“형, 형, 혹시 저게...”“또 뭘 본 거야?”진환이 꾸짖으려는 순간, 고개를 들어 보니 갑자기 독기 중에 커다랗고 긴 그림자가 나타났다.진봉은 두 다리가 덜덜 떨렸다.“이게 전설 속에 나오는 거대한 뱀은 아니겠지?”“내가 그런 소설 그만 보라고 했지, 뱀이 똑같은 뱀이지 전설 속의 뱀은 또 뭐야? 저렇게 큰 건 아마 비단뱀일 거야. 비단뱀은 독 없어.”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 물체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
안개, 숲, 큰 뱀, 그리고 여자아이.머리 위 거대한 나무에서 한 줄기 빛이 쏟아져 내려와 아이의 몸에 바로 닿았다.아이의 피부는 새하얗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고 작은 얼굴은 섬세하고 예뻤으며 더욱 특별한 것은 눈이 녹색이었다! 이목구비는 입체적이었고 외국인과 매우 흡사했다.몸에는 옛날 색동저고리를 입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신발이 없는 맨발이었다.발목에는 오색으로 엮은 발찌 두 개가 있었는데 위에는 방울까지 달려 있었다.서양인 얼굴에 고대의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내는 극도로 아름다운 소녀였다.소녀는 큰 붉은 뱀의 몸 위에 높이 앉아 있었고, 얼굴에는 앳된 기색 없이 내려다보는 모습이 여신처럼 신성했다.특히 어깨에 내려앉은 빛줄기는 소녀를 더욱 거룩하게 보이게 했다.마치 소설 속 성녀 같았다.소녀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마치 여기서 뭐 하려는지 묻는 것 같았다.우서진은 서둘러 설명했다.“꼬마야, 여기 심한 독에 걸린 환자가 있어 독을 치료하기 위해 마을에 들어가야 길 좀 안내해 줄래? 우리는 악의도 없고, 해칠 생각도 없어.”소녀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큰 붉은 뱀은 즉시 소녀의 뜻을 알아듣고 들것에 실린 도윤을 향해 다가왔다.진봉은 말할 것도 없고, 진환도 소름이 돋아 뒷걸음질 쳤지만 책임감 때문에 감히 반 발짝도 물러설 수 없었다.뱀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자 그 거대한 몸집에 불같은 붉은 비늘을 가진 뱀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잔뜩 공포에 질렸다.소녀는 뱀에서 뛰어내려 도윤의 옆으로 걸어왔다.도윤의 몸도 보호복으로 단단히 싸여 있었고, 고글 너머로 굳게 감긴 두 눈이 보였다.진봉은 서둘러 도윤의 옷을 살짝 들어 올려 몸에 있는 붉은 자국을 드러냈다.“우리 집 보스가 구심독에 걸렸는데 이제 고작 하루 남았습니다. 구해내지 못하면 살아날 희망이 없어요. 아가씨, 제발 마을에 들어가게 해주세요. 저희는 해칠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소녀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대한 뱀의 머리를 쓰
어린 소녀는 비록 작았지만 이곳에서 지위가 높은 게 분명했다.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이 앞장서서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진환은 그들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똑바로 서서 공손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아가씨.”소녀는 부드럽게 고개만 끄덕일 뿐 입을 열지 않았다.일행은 소녀를 따라 대나무 숲으로 향했고, 소녀는 그들에게 잠시 멈춰서 기다리라는 손짓을 했다.이윽고 혼자서 대나무 숲으로 걸어 들어갔는데 대나무 숲 옆에는 돌다리가 있는 작은 개울이 무척 고즈넉해 보였다.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수백 년을 살아온 고목이었다.나무에는 빨간 리본이 매달려 있었고, 리본 끝에는 작은 방울이 달려 있어 바람이 불면 딸랑딸랑 울렸다.이곳은 화려한 장식은 없었지만 마음이 무척 편안했다.미셸이 작게 말했다.“저 아이 말 못 하는 건가?”우서진은 차갑게 바라보았다.“닥쳐, 쥐도 새도 모르게 죽고 싶어?”진환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붉은 색을 가리켰다.미셸은 초록색 눈동자에 등골이 오싹해나며 식은땀이 흘렀다. 숲에서 봤던 뱀이 줄곧 따라오던 것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백발의 할머니 한 분이 목조 주택에서 걸어 나오자 우서진이 서둘러 앞으로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아, 아주머니, 저 우진입니다. 그때 저를 살려주셨는데 기억하세요?”보통 그 나이가 되면 눈도 침침하고 귀도 안 들릴 텐데 조원주는 나이가 들었지만 손발이 날렵했고, 눈빛은 또렷했다.조원주가 입고 있던 옷은 어린 소녀의 옷과 비슷했고, 흰색의 긴 머리가 나무 비녀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무척 정정해 보였다.“서진이구나. 어느새 40년이 지났네. 넌 예전과 똑같네. 이젠 키가 안 클 테지?”우서진의 나이 든 얼굴이 붉어졌다. 당시 우서진은 심한 독살을 앓고 있었고, 선생님이 그를 데리고 왔을 때 겨우 10대였다.당시 조원주는 마흔을 갓 넘긴 나이였고,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해 또래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성격도 털털해서 우서진을 치료해 준 뒤
조원주의 표정 변화를 눈치챈 미셸이 서둘러 말했다.“할머님, 아는 사람이에요?”조원주가 미셸과 도윤을 번갈아 보았다.“둘은 무슨 사이야?”미셸은 진환 일행이 말하기 전에 서둘러 대답했다.“이 사람 약혼녀예요. 제발 살려주세요! 저한테 무척 중요한 사람이라 없으면 안 돼요. 필요하시면 제 피를 뽑아가셔도 돼요. 혈액형이 같거든요.”진환 일행은 모두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식으로 무턱대고 대답하는 게 옳지 않은 것 같았지만 도윤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그런 것까지 설명할 여유가 없었다.“많이 사랑하니?”조원주는 계속 물었다.우서진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원주의 표정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네, 오랫동안 이 사람을 사랑해 왔고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구할 거예요.”“명이 고달픈 부부구나.”조원주는 손을 탁 칠 뻔했다.“안타깝지만 내 능력이 부족해서 구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을 알아봐야겠네.”그렇게 말하며 조원주는 손을 흔들며 사람들을 쫓아내려고 했다.소녀는 도윤의 그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조원주의 옷깃을 애원하듯 잡아당겼다.조원주는 아이의 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무무야, 이 사람은 우리가 구할 수 없으니 이만 보내.”도윤은 무언가를 감지한 듯 힘겹게 눈을 떴지만 독 때문에 눈앞이 흐릿했다.어렴풋이 할머니가 아이의 손을 잡고 떠나고, 아이가 돌아보았지만 아이의 얼굴은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우서진은 조원주의 달라진 태도에 황급히 쫓아갔다.“아주머니, 제발 살려주세요. 이대로 죽으면 안 되는 사람이에요!”“서진아, 도와주기 싫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 너도 의학을 배웠으니 구심독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잖아. 게다가 이미 독에 감염돼 저 지경으로 됐는데 내가 뭘 해줄 수 있겠니?”“아주머니, 방법이 있을 거예요. 아직 하루가 남았으니 시도해 볼 수도 있잖아요.”“시도해? 난 못한다. 그러다 죽기라도 하면 내가 무슨 수로 갚아주겠어? 됐다, 우리 촌에서 외부인은 환영하지 않으니 너희도 시간 낭비
미셸은 어리둥절했다. 할머니는 왜 갑자기 태도가 달라진 걸까?“왜 그렇게 쳐다봐, 연기라도 하는 거야?”조원주는 비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꺼져, 내 집 더럽히지 말고.”말하며 조원주는 무무의 눈을 가렸다.“보지 마, 눈만 버려.”미셸은 흠뻑 젖은 채로 돌아서서 욕설을 퍼부었다.“무슨 저런 까다롭고 이상한 할망구가 다 있어! 안 구해 주면 말지 대체 나한테 뭘 끼얹은 거야, 무슨 냄새가 이렇게 고약해?”진봉은 코를 막으며 멀리 피했다.“누나, 멀리 있는 게 좋겠어. 오랫동안 묵혀둔 오줌 같은데 괜히 보스한테 피해주지 마.”미셸은 울고 싶었다.“오줌? 어떻게 나한테 소변을 뿌릴 수 있어!”우서진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이곳에선 오줌으로 악을 쫓아.”“아니, 나는 살아있는 사람인데 오줌으로 날 쫓아요?”“이게 다 네 말도 안 되는 소리 때문이잖아.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 네가 약혼녀라고 한 순간부터 태도가 달라졌어.”“평생 데려가는 사람 없어서 정신병이라도 걸린 거 아니야? 드라마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부탁하면 그 마음에 감동해서 구해주던데, 이럴 줄 누가 알았겠어?”동정을 받기는커녕 오줌을 뒤집어쓰고 말았다.이렇게 비참할 수가!“저기 개울이 있으니까 일단 가서 씻고 와서 다시 생각해 봐야지. 이젠 되돌릴 수 없어. 보스한테 하루밖에 안 남았어.”진환은 똥오줌을 맞을 각오를 하더라도 조원주에게 부탁해야겠다고 결심했다.구할 수 있든 없든, 시도라도 해보는 것이 지금처럼 죽음을 바라보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형, 나도 같이 가. 난 낯짝이 두꺼워서 맞아도 괜찮아.”우서진도 뒤를 따르자 양요한은 방에 혼자 남았다.그는 고통스러워 자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도윤을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총 한 방이면 해결할 수 있었던 일을 그 얼굴 때문에 이런 상황에 처하다니.“당신이 이곳에서 죽어도 그 여자는 알지도 못해요.”도윤은 온몸의 기관이 독의 영향을 받아
이를 본 양요한은 다급하게 물었다.“꼬마야,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겠니?”무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제스처를 취했고 양요한은 일부 알아들을 수 있었다.“너는 못하지만 다른 사람은 할 수 있다고?”무무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누구, 할머님?”무무는 고개를 저으며 이번에는 양요한이 알아들을 수 있는 제스처를 취했다.“네가 말하는 그 사람이 네 엄마야?”무무는 고개를 끄덕였다.양요한은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그럼 엄마는 지금 어디 계셔?”무무는 또 다른 제스처를 취했다.“멀리 가셔서 언제 돌아오실지 모른다고? 이걸 어떡하지, 보스에겐 하루밖에 남지 않았는데. 무무야,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게 시간을 연장할 방법이 없을까?”무무는 도윤을 바라보았다. 도윤은 청각도 영향을 받아 양요한의 목소리가 귀에 닿는 데 몇 초가 걸렸고 마치 가공된 소리처럼 들렸다.도윤은 모든 감각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이번엔 가망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큰 손이 무무의 손을 다시 잡았다.괜찮아, 그냥 조용히 죽기만 기다리면 되겠지.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입술에 액체가 떨어지자 도윤은 무의식적으로 혀를 내밀어 핥았다.양요한은 두 눈을 크게 떴다. 무무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없겠냐고 물었을 뿐인데 무무는 칼로 자신의 손바닥을 베어 도윤이 피를 마시게 했다.판타지 소설에서나 일어날 장면이 눈앞에 나타나다니 너무 신기했다! 잠시 꿈을 꾸는 것 같았다.겨우 목소리를 되찾은 양요한이 물었다.“이렇게 하면 독이 퍼지는 걸 늦출 수 있어?”무무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갑자기 문 앞에서 조원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무야!”무무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무의식적으로 손을 숨기려는 듯 조원주를 두려움에 떨며 바라보았다.“어떻게 그럴 수 있어? 어린 네가 다치면 네 엄마한테 뭐라고 설명하겠니?” 조원주는 서둘러 출혈을 멈추기 위한 약과 지혈을 위한 붕대를 가져왔다.양요한은 황급히 말했다.“할머님, 무무가 방금 자기 엄마가 사람
무무가 입술을 다물고 대답하지 않자 조원주는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었다.“불쌍한 아이야, 애초에 네 엄마가 떠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걸 알아야 해. 너희 모녀가 아직 살아 있는 걸 알면 분명히 네 엄마를 다시 가둬버릴 거야, 그러길 바라?”무무는 고개를 저었다.“그럼 모르는 척해야지. 어차피 네 엄마는 이 마을에 없으니까 저 남자가 이걸 이겨낼 수 있을지는 본인한테 달렸어.”조원주는 한숨을 쉬었다.“네 어머니는 과거에 고생도 많이 했고, 특히 너를 낳을 때는 목숨까지 걸었어. 지금이라도 어머니께 감사하고 어렵게 얻은 이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무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이상하게도 도윤은 무무의 피를 마신 후 한 시간 정도 지나자 눈과 귀가 맑아지고 간단한 음절도 말할 수 있게 되었다.한 시간이 지날 때마다 뻗어나가던 붉은 선이 피를 마신 이후 더 이상 심해지지 않고 멈춘 듯 보였다.“보스, 몸은 좀 어떠세요?”도윤은 놀랍게도 혼자 일어나 앉을 수 있었다.“많이 좋아졌어. 어떻게 됐어?”“상황이 좋지 않아요. 어린애 엄마가 보스를 구할 수 있다는데 이미 마을을 떠났고, 여기에는 외부와 연락할 수단도 없어요. 몸속에 있는 독을 잠시 멈춘 것뿐이지 아이 엄마가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는 그저...”진봉은 말을 하기 싫은 듯 말끝을 흐렸다.도윤은 오히려 태연했다.“사람은 누구나 죽는 법이지.”“그래도 보스는 다르잖아요!”“크게 다르지 않아.”도윤은 나지막이 기침을 했다.정말 이게 마지막이라면 죽기 전에 지아와 아이들을 한 번만 더 보고 싶다는 마지막 소원이 있었다.도윤은 천천히 일어나 비틀거리며 바깥으로 나갔다.방금 씻고 온 미셸이 도윤을 부축해 주려 달려왔다.“오빠, 막 움직이지 마.”“저리 비켜.”도윤이 미셸의 손을 뿌리치는데 그 간단한 동작에 온 힘을 다 써서 넘어질 뻔했다.진봉은 도윤을 부축하기 위해 달려갔다.도윤은 덤덤하게 말했다.“날 데리고 그 아이한테 가서 고맙다고 전해야겠어.”아이 덕분에
특히 무무의 맑은 눈동자는 10여 년 전 지아를 처음 봤을 때,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맑은 눈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해하던 때와 똑같았다.그 생각은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가 금세 사라졌다.이 세상에는 비슷한 사람이 있는 게 정상인데, 전에 암살한 여자도 지아와 비슷하지 않았던가?게다가 지금쯤이면 소망이는 다섯 살, 여섯 살이 넘었을 텐데 어떻게 지아가 초록 눈동자를 가진 아이를 낳을 수 있었을까?괜한 생각이겠지.도윤은 자신의 얼굴에 새겨진 붉은 선에 어린아이가 겁을 먹을까 봐 걱정되었다.그래서 표정을 가다듬고 부드럽게 말했다.“무무야, 네가 날 구해줬지? 고맙다.”무무는 고개를 저으며 손을 놓으면 도윤이 쓰러질까 봐 두려운 듯 놓지 않았다.“말을 못 해?”무무는 고개를 끄덕였다.도윤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는지 손을 뻗어 얼굴을 어루만졌다.“삼촌이 큰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해 줄게.”마을 사람들은 독을 해독하는 데는 능했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병은 도구로 치료해야 했다.무무가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본 도윤은 다시 웃었다.“삼촌은 너를 해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 무서우면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전해줘. 삼촌의 말은 언제든 유효해. 삼촌이 죽더라도 꼭 치료해 줄 사람이 있을 거야.”무무는 속상한 마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도윤은 이 자세가 너무 힘들었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헐떡거렸다.무무는 불편한 표정을 짓는 삼촌을 보며 다시 피를 뽑아주고 싶었다.도윤은 손을 뻗어 칼을 만지는 무무의 손을 잡고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고맙지만 네 피로 치료할 수 없어. 결국 삼촌을 살릴 수 없으니 낭비하지 마.”지금 마신 피로는 기껏해야 하루 반 정도만 생명을 지연시킬 수 있고, 무무의 피를 빼서 열흘, 한 달을 지연시켜도 결국은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무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도윤을 바라보았다.도윤은 남은 시간 안에 이 마을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도윤은 아직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