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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두 자매가 아무리 의술을 몰라도 아빠의 혈색으로 보아 확실히 병세를 진정시켜 주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바로 눈앞의 이 미쳐 날뛴 소년이 구해주었다!

허성태가 비스듬히 눈을 떴다. 가슴에 꽉 막혔던 그 기운도 말끔히 사라졌다.

“아빠, 괜찮으세요?”

허윤진이 감격에 겨워하며 물었다.

“괜찮아. 아까보다 몸이 훨씬 개운해진 것 같구나.”

허성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꼼꼼한 허사연은 아빠 몸에 꽂은 은침을 아직 빼내지 않았다는 걸 바로 발견했다.

그녀가 막 빼내려 할 때 진서준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움직이지 말아요! 지금 잠시 아버님 병세를 진정시켜 드렸을 뿐이에요. 침은 아직 빼면 안 돼요.”

일곱 개의 은침은 북두칠성 모양으로 허성태의 몸에 꽂혀 있었다.

이것은 청하13침 중의 일곱 번째 침, 이름하여 연명침이다!

허성태가 두 딸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감격에 겨운 눈길로 진서준을 쳐다봤다.

“살려줘서 고맙네 젊은이!”

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

“따님께서 제 부탁을 들어줘서 아버님을 구해드린 겁니다.”

허사연과 허윤진은 진서준이 방금 말한 그 일이 떠올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두 사람 중 한 명만 진서준과 결혼하면 그녀들도 받아들일 수 있겠는데 뜻밖에도 둘 다 시집가게 생겼으니 차오르는 수치심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 무슨 부탁인지 말해줄 수 있겠나?”

허성태가 의아한 듯 물었다.

그는 방금 혼미 상태에 빠져있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

“아버님을 구해드리면 제게 20억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진서준이 말했다.

이건 허윤진이 방금 꺼낸 얘기이다.

두 자매가 동시에 그와 결혼하는 건 단지 오만한 허윤진을 처벌하기 위한 진서준의 장난일 뿐이다.

설사 결혼한다고 해도 허사연처럼 온화하고 착한 언니와 결혼하겠지.

진서준이 두 자매가 동시에 그와 결혼해야 한다는 일을 언급하지 않자 그제야 허사연 자매도 본인들이 놀림을 당했다는 걸 알아챘다.

안도의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허윤진은 또다시 울화가 치밀었다.

‘우리 두 자매가 설마 20억보다 못하단 뜻이야?”

허성태는 황급히 수표 한 장 꺼내 진서준에게 건넸다.

“젊은이, 이 20억 원 갖게. 그리고 밥 한 끼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내게 기회를 줄 수 있겠나?”

허성태가 미소 지으며 물었다.

진서준은 담담하게 수표를 건네받고 머리를 내저었다.

“괜찮습니다. 제가 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오늘은 유지수와 이지성 이 두 인간쓰레기를 처리하는 날인데 계획을 파탄할 순 없지!

그가 거절하자 허윤진이 코웃음치며 말했다.

“주책 떨긴! 서울시에 우리 아빠랑 함께 식사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닥쳐!”

허성태가 정색하며 딸아이를 노려봤다.

“내 말 맞잖아요 아빠!”

허윤진이 내키지 않은 듯 끝까지 대꾸했다.

진서준은 허성태가 왜 음식을 대접하는지 너무 잘 안다. 그의 병을 완치하고 싶어서겠지.

“걱정 마세요, 아버님. 제가 볼일 마치고 병원 가서 아버님 병을 꼭 완치해 드릴게요.”

진서준에게 속내를 들킨 허성태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는 마지못해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병원에서 자네 오기만을 기다릴게.”

허사연은 앞으로 나아가 진서준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후에야 떠나보냈다.

다시 차에 오른 후 허윤진이 의아한 눈길로 물었다.

“아빠, 왜 그 사람한테 그렇게 깍듯이 대해요? 의술 좀 아는 것뿐이잖아요.”

허성태가 가볍게 웃으며 머리를 내저었다.

“윤진아, 넌 아직 몰라. 내 이 병은 고질병이라 부영권 신의라 해도 완치는 불가능해. 그 신의도 의술이 뛰어나고 명수로 강남의 모든 가문의 존경을 받고 있지. 방금 그 젊은이는 나중에 부영권 신의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할 거야.”

허성태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평화의 시대에 신의는 모든 부자가 추앙하는 대상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고 돈 많은 사람은 유독 더 두려워한다.

허윤진은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유지수, 당장 나와!”

한 고층 건물 계단 안에서 진서준이 분노 조로 외쳤다.

“누가 우리 집 앞에서 시끄럽게 굴어?!”

방문이 열리고 화려하게 치장한 중년 부인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바로 유지수의 엄마 이봉숙이었다.

진서준을 본 그녀는 팔짱을 끼고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너였네, 이 병신 같은 놈! 우리 지수 이제 지성이랑 결혼했으니 더 이상 찾아와서 괴롭히지 마! 안 그러면 경찰에 확 신고해서 너 또다시 감방에 가둬둘 줄 알아.”

진서준이 음침한 얼굴로 차갑게 쏘아붙였다.

“지수는요?”

“오늘 우리 손주 백일잔치하는 날이라 오션 호텔에서 연회를 치르는 중이야!”

이봉숙이 코웃음치며 말했다.

이때 한 젊은이가 방에서 걸어 나왔다.

진서준을 본 젊은이는 야유 조로 말했다.

“진서준? 네가 무슨 낯짝으로 우리 누나 찾으러 와? 병신 같은 너 때문에 우리 누나 청춘을 다 낭비했잖아. 너만 아니었어도 진작 우리 매형한테 시집갔을 텐데!”

말을 내뱉은 젊은이는 바로 유지수의 친남동생 유건우였다.

진서준과 유지수가 연애할 때 유건우는 수없이 진서준에게 돈을 요구했다.

진서준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손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왜? 나 한 대 치게?”

유건우가 시큰둥하게 웃으며 진서준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쳐봐? 네가 그럴 배짱이나 있...”

퍽!

진서준은 그에게 주먹을 날렸고 이빨 서너 대가 순식간에 피에 섞여 허공으로 튀었다.

“감히 내 아들을 때려? 감방에 처넣어야지 원!”

이봉숙이 앙칼진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닥쳐!”

진서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이봉숙은 머리가 윙윙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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