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기모진이 왔다. 그는 소만리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그녀의 죄를 물으러 온 것이다. 면회실 안의 불빛이 아주 희미했지만 기모진의 무서운 표정은 잘 보였다."나 만영 언니 안 밀었어, 기모진! 제발 내 말 좀 믿어줘!" 소만리는 결연한 태도로 말했다.그러자 기모진은 차디찬 손바닥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잡고 그녀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이미 물증이 다 나왔는데, 아직도 발뺌하는 거야? 그의 깊은 검은 눈동자에서 차가운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나 진짜 안 그랬어! 소만영이 고의로 나를 모함하는 거야! 나 진짜 안 밀었어, 진짜야!"소만리는 감정에 복받쳤고, 그가 자신을 믿어 주길 바랐다. 그러나 기모진은 더 힘을 주고 사납게 소만리의 목덜미를 끌어당겼다. "만영이가 자기 목숨이랑 뱃속 아이를 걸고 일부러 떨어졌다고? 소만리, 네 변명이 웃기지 않아?""만영 언니 뱃속에 아이 네 친 자식 아니야…” 소만리는 아픈 마음을 참고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기모진을 쳐다봤다.“닥쳐!” 소만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모진이 말을 끊으며 소만리를 뿌리쳤다. 소만리는 양손에 수갑을 찬 채 한동안 몸을 가누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그녀의 배가 아파오며 얼굴이 급격히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참으며 힘겹게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기모진, 내가 안 밀었어. 정말 안 밀었다고!". 기모진은 그녀를 위에서 내려다봤다. "네 이런 쓸데없는 말들은 감옥에 가서 해명해. 소만리, 잘 들어. 만약에 만영이 뱃속에 아이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있으면 너 죽을 줄 알아!” 그는 차갑게 말하며 가차없이 돌아섰다. 소만리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기모진을 향해 애절하게 말했다. "모진아, 나 배 아파..." 그러나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재빨리 떠났다. 교도관은 면회실 문을 닫고 소만리를 감옥으로 다시 들여보냈다. 이날 밤, 소만리는 계속 아팠다. 그녀는 교도관에게 임신했다고 말했지만 그를 도와주기는 커녕 같이 있는 수감자들은 그녀
소만리는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꼈다. 여자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남자에게 자신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소만리는 그를 마주할 때마다 가장 비천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에게는 그가 남긴 상처가 남아있다. "누가 들어 오래?" 기모진이 그녀를 문밖에서 가로막았다."여기 내 집이야"소만리는 기모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집? 이 집이 너한테 어울려?" 그가 비웃으며 차갑게 말했다. 기모진의 한마디 한마디는 듣고 소만리는 가슴에 못이 박힌 듯 아팠다."만영이 아니었으면 너 평생 감옥에서 살았을 거야." 기모진의 말에는 소만영에 대한 애정이 배어 있었다."그래 맞아, 만영 언니 아니었으면 내가 언제 감옥에 가보겠어? " 소만리는 비웃으며 말했다. "소만리, 너 아직도 변명을 해?" 기모진은 소만리의 대답이 언짢았다. "모진아, 아니야. 내가 하는 말 다 사실이야!" 소만리는 주먹을 불끈 쥐고 고개를 들며 거듭 강조했다. 기모진의 고운 얼굴이 차가워지며 소만리를 째려봤다. "네가 한 짓이 아니야? 좋아! 지금 당장 밖에 나가 빗속에서 무릎 꿇으면 내가 믿어줄게.” 소만리는 아랫배를 감싸고 멍하니 서 있었다."믿어 달래며, 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해?!" 기모진이 차가운 목소리로 재촉하다.소만리는 비를 맞으며 우수에 찬 눈으로 기억 속에 긴장했던 기모진을 쳐다봤다. "모진아, 그리워...""모진아, 나 배고파." 소만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 안에서 소만영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소만영도 여기에 있었다.말할 수 없는 통증이 순식간에 번지며 그녀의 마음은 점점 무너졌다. 마치 구렁텅이에 빠진 것 같았다.기모진이 귀찮다는 듯 소만리를 힐끗 쳐다봤다. "만영이 오늘 밤 여기서 잘 거야. 이 집에 다시 들어오고 싶으면 내가 만족 할 때까지 무릎 꿇고 있어." 그는 이 말을 남기고 문을 닫으며 들어가버렸다.소만리는 차가운 빗방울을 맞으며 그의 몸도 같이 차가워졌다.밤이 되자, 안방 불이 켜지고 커튼에
#기모진은 갑자기 너무 놀라 가슴에 가시가 박힌 듯 아팠다. 그리고 그는 망설임 없이 소만리를 끌어안았다. 이 장면을 옆에서 보고있었던 소만영은 기모진을 막으며 말했다. "모진아, 너 만리 데리고 어디 가려고 하는 거야?”. 하지만 기모진은 그녀를 외면한 채 소만리를 업고 병원으로 뛰어갔다.병원으로 가는 길, 기모진의 머릿속에는 어린 시절 한 여자아이를 만나 아름다웠던 장면들로 가득해져 그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소만리를 싫어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그녀를 안고 응급실로 와버렸다.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말했는데, 지금 그의 셔츠에는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묻어 있었다... 기모진은 순간 숨을 쉬기 힘들었고 처음으로 소만리가 무사하길 바랬다. 밖에서 기다리며 서성거리는 그의 마음은 조마조마했다.그때 간호사 한 명이 안에서 나오자 기무진이 급히 그녀를 막으며 물었다. "제 아내는 좀 어때요?” 간호사는 기모진을 보고 원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남편분도 참…. 임산부를 비 맞게 하고, 게다가 온 몸이 상처투성이에요. 몸에 한기가 가득하고, 출혈도 있어서 아기 생사는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할 것 같아요.기모진은 순간 심장이 멎을 것 같았고, 머릿속에는 오직 소만리가 무사하기만을 바랬다.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수술실 문이 열렸다.기모진은 곧장 소만리에게 달려갔지만 아직 깨어나지 않아 소만리의 핏기 없는 얼굴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그는 참지 못하고 차가운 소만리의 손을 움켜쥐며 따뜻하게 바라봤다. “소만리, 나한테 왜 모진 오빠라고 불렀는지, 내가 어린 아리와 한 약속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말해줘.”소만리는 VIP병실에서 잠들어 있었지만 누군가 그녀의 손을 계속 잡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수 있었다. 그 따뜻함이 점점 그녀의 피부에 스며들며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소만리가 완전히 깨어난건 이틀이 지나서이다., 그녀가 움직이자 누군가 손목을 꼭 잡고 있는 게 느껴졌다. 침대 옆에 기댄 기모진이 그녀의 손을 꼭 감싸고
소만영의 말을 듣자 기모진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소만리의 주치 의사와 소만영의 이야기를 들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죠? 소만리가 이런 일을 저지를 줄 몰랐어요…" 소만영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기모진은 잘 들리지 않아 올라가려 할 때, 의사가 난감해하며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사실 의사로서 저한테 이런 거짓말을 하라는 것은 덕을 해치는 거에요. 동생분도 참… 임신도 안 했는데 임신한 척하고 가짜 피로 아이까지 있는 척해서 우리까지 속이다니. 정말 어이가 없네요!”이 말을 듣고, 기모진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연기? 소만리가 임신한것도 연기였고 흘린 피도 가짜란 말이야?!"만리가 이렇게까지 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사람 목숨으로 거짓말할 줄 몰랐어요. 심지어 선생님들에게 남편한테 거짓말해달라고 부탁까지 하고, 정말 자기 맘대로네요!”"동생 좀 말려주세요, 남편도 언젠가 가짜 임신 눈치챌 거예요" 의사는 말을 끝내고 자리를 떠났다.소만영은 의사 선생님을 뒤쫓아가 말했다. "선생님, 제발 누구에게도 절대 이 일을 말하지 마세요. 특히 제 여동생 남편한테요. 동생 남편이 알게 되면 동생을 때려 죽일까 걱정돼요.”의사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이 일은 당사자들이 해결하세요. 어차피 소만리씨 지금 당장 퇴원해도 됩니다.”“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소만영은 의사의 뒷모습을 향해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인사를 마친 소만영은 긴 한숨과 함께 미간을 찌푸렸다."만리야, 너 이번엔 정말 너무했어. 네가 나인 척 모진이 어릴 적 소꿉친구라고 거짓말한 거는 이해할게, 근데 어떻게 임신했다고 거짓말할 수 있어?” 소만영은 한숨을 쉬며 옆에 서 있는 기모진을 보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녀는 두려워 떨며 기모진을 바라봤다. "모진아, 너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기모진은 긴장해서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는 소만영을 보고 화를 가라앉히며 말했다. "소만리가 이런 일을 저지르는 걸 뻔히 알면서도 소
기모진은 싸늘하게 웃으며 소만리를 흘겨봤다. "하… 소만리, 내가 너를 너무 우습게 봤군. 감히 의사까지 동원해서 임신했다고 나를 속여? 내가 너 같은 여자한테 속아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어?”소만리는 눈물을 글썽였다. “모진아 난 정말 널 속인 적 없어! 내가 어떻게 이런 일로 너를 속일 수 있어. 내 배를 만져봐, 여기 정말 아이가 있어..."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일어나 기모진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말을 믿어주고, 뱃속에 있는 작은 생명이 움직이는걸 느끼길 바랬다.하지만 기모진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저리 가! 더러운 손으로 나 만지지 마 !" 기모진의 눈빛이 칼처럼 날카로웠다. "임신했다고 말하지 마!" 지금 네가 정말 임신했다고 해도 나는 그 아이 원하지 않아, 너랑 안 어울리니까! 소만리, 너 같은 여자랑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모진아!" 떠나는 기모진을 보고 소만리는 비틀거리며 쫓아가 그의 팔을 잡았다. "모진아, 가지마, 네가 영원히 지켜주겠다고 약속 했잖아, 내가 너의 아리야, 설마 나 잊은 거 아니지?”애원하던 소만리의 말이 그를 자극했고, 소만리는 순간 살기를 느꼈다. 잠시 후, 기모진은 소만리를 밀쳐 바닥에 넘어졌다. 고통스럽게 아랫배를 부여잡고서 무서운 눈빛을 한 기모진을 보았다."소만리, 너 진짜!""모진아..." 소만리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그를 애타게 불렀지만 기모진은 모질게 말 하며 그녀가 죽든 말든 전혀 상관하지 않고 가버렸다.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바닥에서 일어났고,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아까 그의 다정함은 꿈이었을까? 꿈에서 깨어나니 더 슬펐다. 소만리는 자신을 비웃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모진 오빠은 더 이상 아리가 알던 소년이 아니었다...기모진은 더 이상 오지 않았고, 심지어 안부조차 묻지 않고 마치 이미 그녀를 잊은 듯했다. 소만리는 며칠째 병원에 있었지만 몸이 회복되지 않고 갈수록 허약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예선에게 부탁해 전문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지만 소만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모진은 소만리가 죽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그에게는 소만리가 죽는 게 더 나았다. 하지만 소만리는 뱃속의 아이를 위해 더 열심히 살아갔다.의사는 뱃속의 아이와 소만리가 상극이라고 했다. 아이가 자라는 위치가 종양을 누르고 있어 뱃속의 아이가 자랄수록 소만리의 상태는 더욱 악화될거 라고 했다..소만리는 인터넷으로 많은 회사에 이력서를 지원했지만 한 군데도 합격 통보가 오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작은 회사에서 보수 좋은 반지 디자인 의뢰를 받고, 집에서 하루 종일 바쁘게 일 하며 밥을 챙겨 먹고 있었다.. 임신한지 3개월이 되었는데 겨울이라 두꺼운 스웨터를 입고 있어서 임산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안부를 묻지 않는 기모진이 익숙해졌다.이때, 갑자기 현관문에서 발걸음소리가 들리자 기모진이 들어왔다. 그는 검은색 가죽 자켓을 걸치고 욕망에 금치 못해 매혹적이었다. 그의 손에는 두개의 캐릭터 봉지가 들려 있었다. 소만리가 자세히 보니 아기의 옷이었다. 그녀는 매우 의아하며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모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만영이 거야." 그가 다정하게 말했지만 이는 소만영을 위한 다정함이었다.소만리의 기대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소만리, 설마 이게 네 거라고 생각한 거야? 우리 사이에 어떻게 아이가 생겨.” 그가 비웃으며 덧붙인 그 한마디가 소만리의 마음을 더욱더 아프게 했다."기모진, 넌 정말 못됐어!" 그녀는 그의 차가운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너같이 뻔뻔한 여자한테 내가 다정하길 바라는 거야? 소만리,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 그는 미소 지으며 가늘고 긴 눈망울로 핏기 없는 소만리의 얼굴을 흘겨보고 차갑게 돌아서 위로 올라가 버렸다.기모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만리는 메마른 입가에 쓴웃음을 지으며 나지막이 웅얼거렸다“기모진, 내가 너랑 그렇게 안 어울리는데 왜 그때 나랑 그런 약속을 한 거야?”소만리는 산부인과에 가서 검진을 받아보니 몸
소만리의 말을 듣고 예선은 다급하게 말했다.”소만리, 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나 진지해.” 소만리는 희미하게 웃으며 눈앞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에는 아름다운 추억의 장면이 담겨있었다."이 바다에서 모진이랑 결혼을 약속했었어."라고 말하더니 소만리는 곧바로 말을 바꿨다. "아니지… 나 혼자 사랑을 시작한 곳이라고 봐야지.”예선은 잠시 멍 했고, 문득 뭔가 떠올랐다. “이곳이 바로 너희가 처음 만났던 곳이구나!”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눈을 감았고, 그녀의 계란형 얼굴에 햇빛이 쏟아졌다. “처음 만날 날 기모진이 ‘아리, 나중에 커서 나의 신부가 되어줘.’ 라고 말했어.” 그녀는 말하면서 천천히 눈을 떴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렀다."남자들이 하는 말 다 거짓말이야!” 기모진이 여자들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을 진짜로 받아들이니!”"응, 진짜라고 믿었어. 진짜가 아니어도 나 진지해.""만리야, 포기해. 기모진 같은 남자 네가 사랑할 가치가 없어." 예선은 소만리의 노력이 아깝다고 말하며 그녀를 설득했다.그러나 소만리는 그저 웃으며 말했다. “예선아, 12년이야… 기모진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어.” 기모진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이미 뼛속 깊이 파고들었다. 기모진을 포기한다는 게 어디 말처럼 그렇게 쉽나?"그래서 이 남자 때문에 목숨까지 걸겠다는 거야?" 예선의 말과 함께 싸늘한 찬바람이 불어와 소만리의 마음이 차가워졌다.“기모진만 행복하면 돼.” 기모진에게 빠진 소만리는 그녀 자신조차 잃었다.“예선아, 나 아마 아이 못 낳을 것 같아.”소만리가 조개껍질을 주워 들자 머릿속에 추억의 장면이 떠올라 입술을 꽉 깨물었다."내가 더 이상 귀찮게 안 하면 기모진도 좋아할 거야. 나도 이제 우리 아기와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영원히 이 바다에 잠들 수 있으니 행복해, 영원히…”예선은 소만리를 바라보며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지금도 웃고 있는 소만리가 바보같이 보였다. 그 무정한 남자를 얼마나 사랑
기모진의 태도에 소만리는 의아했지만, 그녀도 더 이상 예전처럼 그의 비위에 맞춰주지만않았다. "기모진씨가 하고 싶은 말씀이 뭐에요?"“방금 뭐라고 불렀어?"소만리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에 기모진은 불만스러웠다."뭐라고 부르든 그게 뭐가 중요해요? 어차피 기모진씨는 항상 저를 무시했잖아요.” 기모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만영이 배가 점점 커져서 이제 곧 만영이에게 내 아내 자리를 돌려 주려고.”소만리는 기모진이 언젠가는 이혼을 강요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 순간이 막상 오니 하늘이 무너지는거 같았다. 소만리는 차가운 얼굴의 기모진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그럼 저는요?" 그녀는 이 말을 하자, 마치 자신과 뱃속 아이가 웃음거리로 느껴졌다.기모진은 깊고 날카로운 눈으로 소만리를 쳐다봤다."네가 내 말을 들으면 우리 관계는 유지할 수 있어."소만리는 잠시 멍하고 있다가 웃었다. “그러니까 기모진씨 말씀은 그 뻔뻔한 내연녀에게 내 자리를 양보 하라는 거죠?” 소만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모진의 표정이 싸늘해졌다.소만리의 가슴이 조여지자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기모진, 내가 죽지 않는한 절대 소만영 그 내연녀 뜻대로 되게 두진 않을 거야!” 소만리는 급히 위층으로 올라가서 방 문을 잠갔다. 그녀는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녀는 조금만 늦었으면 기모진에게 이혼하지 말아 달라고 매달릴까 두려웠다.그녀의 바램은 변하지 않았다. 영원히 그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모진이 그녀와 영원히 함께 있겠다고 약속한다고 해도 그의 무정함은 그녀의 상상 이상이었다.소만리는 기모진을 마주칠 자신이 없어 이사를 했다. 그가 혹시 또 이혼합의서의 사인을 강요하고 소만영 때문에 어떻게든 뱃속의 아이를 해칠까 봐 두려웠다.소만리는 혹시 기모진이 집 나온 자신에게 안부를 물을까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그에게는 전화 한 통 없는 것을 보아 그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매일 소만영과 사랑을 나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