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안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져 바닥에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똑똑히 들릴 정도였다.다른 사람들은 그 점원에게 동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점원의 안색은 이미 보기 나쁘게 변해있었다. 이때 매니저가 다가와 그녀에게 눈짓하였는데, 비싼 웨딩드레스이니 손님의 뜻에 따르라는 뜻이었다.이를 지켜보는 구현수는 기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강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구현수의 손을 꼭 쥐었다."괜찮아요, 사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그녀는 나지막이 그에게 속삭였다."이 드레스는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아요, 앞으로 따로 입을 기회도 없을 것 같은데...""이 카드로 결제해."구현수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결국 매니저와 디자이너가 함께 나서서 오해를 풀어주려 노력했다.구현수은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며 안에서 사이즈를 재고 있는 강서연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아무도 감히 그녀에게 빈정거리지 못했고, 전에 그 점원은 매니저에게 호통 받고 옆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디자이너는 강서연의 몸매가 좋다고 연달아 칭찬했고, 매니저도 그녀를 귀빈으로 모시며 차를 대접하고 물을 따라주며 조심스럽게 시중들었다.한참 뒤에서야 웨딩숍을 나선 강서연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시무룩했다.그 웨딩드레스는 600만 원이 넘었다...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현수 씨."그녀는 오랫동안 참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저 현수 씨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구현수는 걸음을 멈췄다.어린 여인은 검은 포도처럼 검고 큰 두 눈을 반짝이며 그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아까… 현수 씨가 너무 충동한 것 같아요.""뭐?""그러니까 아까 웨딩숍에서 말인데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 비싼 웨딩드레스를 샀어요? 600만 원이면 우리 둘이 얼마나 오래 먹고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봐요."구현수는 확실히 이 금액의 가치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다. 예전의 그에게 이 금액은 아마 한 끼의 밥값으로도 부족했을 것이다.
구현수는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문지르더니 심호흡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오성에 다녀오기는 해야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지금 돌아가면, 구현수가 비행기 사고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람들이 다시 말썽을 일으키며 더 악랄한 방법을 생각해 내 그를 해칠 것이다!"캐러멜과 바닐라 중 어느 쪽이에요?"생각에 잠겨있다가 고개를 돌려 보니 반짝이는 큰 눈과 마주쳤다. 그녀는 그를 향해 웃고 있었는데, 그 웃음은 그녀의 손에 든 밀크티처럼 달콤했다."왜 그래요? 안색이 안 좋아요...""괜찮아."다른 사람에게 들통나는 느낌은 정말 좋지 않았다.구현수은 딱딱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뒷모습을 보이며 말했다."혼자 먹어, 난 이런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강서연은 밀크티 두 잔을 손에 들고 그 자리에 한창이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입술을 깨물며 쫓아갔다.그녀는 그의 뒤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며 따라갔다. 그의 넓은 등은 차가운 벽과 같았다. 그 벽 너머에는 그만의 세계였고, 그녀는 비록 그의 가까이에 있지만, 도저히 그 벽을 넘어갈 수 없었다....신혼 다음 날은 평소와 다름없었다.구현수는 강서연에게 침대를 내주고 자신은 밖에 있는 소파에서 잤다. 이불도 하나뿐이어서 강서연에게 양보한 뒤 낡은 시트로 몸을 감쌌다. 강서연은 미안한 마음에 침실 문 앞에서 한참이나 서성거렸다."어서 가서 쉬어!"구현수의 말에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침대로 돌아갔다.구현수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아직 자신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지 못하였다.강서연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는 가볍게 웃었다.소문에 따르면 구현수는 성격이 차갑고 사람들과 잘 소통하지 않으며 싸움에 매우 익숙하다고 한다. 하지만 강서연은 그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느껴졌다. 적어도 그녀를 충분히 존중하고 배려해 주고 있다.현지 습속에 따르면 셋째 날에는 신부 쪽 집을 방문해야 한다.강서연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셋째 날에는 보통 남편과 함께 떡 같은 걸 준비하여 친
구현수는 짐작이 갔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방에 가서 서랍장을 열면, 안에 상자가 있을 거야. 그걸 가져와."강서연은 응하며 방으로 갔다. 그의 말대로 서랍을 열자, 가장 깊은 곳에 꽃이 조각된 나무 상자가 있었다. 상자의 꽃무늬는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는데 아주 아름다웠고, 상자에서 그윽하고 맑은 향기가 났다.구현수가 그 상자를 받아서 여니, 안에는 금빛 찬란한 장신구들이 담겨있었다. 목걸이와 귀걸이, 반지, 특히 금과 옥으로 만들어진 팔찌는 매우 특별했다. 금에 박힌 양지옥은 부드럽고 투명하며 색이 풍부하였는데 정말 아름다웠다.강서연은 어리둥절한 눈을 크게 뜬 채 그를 쳐다봤다."이건…""결혼할 때 제대로 된 예물 하나 못 갖춰줬잖아."구현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장신구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꺼내 보며 말했다."이것들은 너에게 보충하여 주는 거니 또 뭐가 부족한 것이 있다면 말해.”강서연은 긴장한 듯 손을 쥐었다 폈다 하였다. 그녀는 구현수의 표정 없는 얼굴을 바라보며, 어쩐지 가슴속에서 약간의 달콤함이 흘러났다.이 장신구들은 하나하나 정교하고 아름다워서 그 어떤 흠도 잡을 수 없었다.다만 그는 어떻게 이런 정교한 물건들을 가지고 있는 거지?구현수는 그녀의 속심을 알아차리기도 한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훔친 것도 아니고 빼앗아 온 것도 아니니 안심해."강서연은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어떻게 자기 남편을 이렇게 의심할 수 있어...'"자."구현수는 상자를 덮어 그녀 앞으로 밀었다. 그는 깊은 눈동자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이것들은 내가 꺼낼 수 있는 전부이자 이 집의 전부야. 우린 이미 결혼했으니, 너에게 이 집을 맡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구현수 씨, 전...""그리고 하나 더 말할 게 있어."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오늘 친정에 함께 가지 못할 것 같으니 나 대신 가족에게 사과 좀 부탁할게."강서연은 어리둥절해 있다가 갑자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긴장된 몸을 풀었다."네,
강서연은 입가의 미소가 갑자기 굳어지더니 가슴속에 잔잔한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임유정의 말이 맞았다. 결혼은 평생에 연관되는 일인데, 제대로 된 연애조차 한번 해본 적 없이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시집오게 된 것은, 정말 자기 평생의 행복을 건 거나 다름없었다.하지만...강서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비참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현수 씨에게 감사하고 싶어요. 만약 현수 씨가 나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이 거액의 혼수도 못 가질 거 아니에요?"엄마의 병이 나을 수만 있다면, 동생이 공부를 계속할 수만 있다면, 가족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기만 하다면, 그것이 강서연의 가장 큰 행복일 것이다."다음에 얘기해요."거의 다 도착한 것을 보고 강서연은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난 오늘 돈을 가지러 여기 온 거예요. 이제 돈을 받으면 언니한테 좋은 소식 전할게요."강서연은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얼마 가지 않아 강주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에 도착했다. 그녀는 길가에 서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여기에 서 있는 자신에게 위화감을 느꼈다...."어머, 동생! 왔어?"강유빈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비아냥거리며 계단에서 내려오더니 오만한 태도로 그녀를 위아래로 한바탕 훑어보았다.강서연이 요 며칠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한 것이다.그녀가 시집간 상대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빈털터리에, 동네에서 유명한 망나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강유빈은 기쁨을 참을 수 없었다.어려서부터 그녀는 항상 그 어떤 면에서도 강서연과 비교당하며 살아왔었다.강서연이 오래된 낡은 옷을 입고 있어도 주변에서는 예쁘다는 칭찬이 끊이질 않았다.강서연은 성격이 온화하여 사람들은 모두 그녀와 친해지고 싶어 했다.게다가 강서연은 성적조차 강유빈을 훨씬 뛰어넘었다.강유빈은 어렸을 때부터 강서연을 눈엣가시로 여겼고, 비록 강서연은 그녀를 해칠 마음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강유빈은 강서연을 난처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이
"아빤 집에 안 계셔!"강유빈은 입꼬리를 치켜들며 거만하게 말했다."아빤 네가 오늘 집에 다녀간다는 것조차도 잊고 계셔! 하긴, 그런 거지 놈에게 시집가는데 밥상을 따로 차릴 필요가 있겠어? 넌 창피하지도 않은가 봐?""상 차릴 필요는 없으니 내 혼수나 돌려줘!"강서연은 벌떡 일어나 강유빈의 앞을 가로막았다."혼수? 난 들어본 적도 없는데?"강유빈은 입가에 교활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그 순간 강서연은 억울함, 분노, 원망... 등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그녀는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미천한 사생아로 낙인찍힌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출신은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몇 년 동안 어둠 속에서 헤매면서도 그녀는 밝은 곳을 향해 다가가려고 무진 애를 썼다.어떤 제정신인 여자가 남을 대신하여 시집가려 할까? 그녀는 단지 엄마를 구하려고 터무니없는 요구에 응했을 뿐이다.그런데 이 작은 소망마저도 그들에게 박탈당하다니!"가지 말고 똑바로 말해봐!"강서연은 돌아서서 계단을 올라가려는 강유빈의 앞을 가로막았다."무슨 말을 하라는 거야?"강유빈은 강서연의 팔을 세게 꼬집으며 소리 질렀다.강서연은 너무 아픈 나머지 뒷걸음질을 치다가 그만 뒤통수가 벽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순간 귀도 먹먹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이런 강서연의 모습을 보며 강유빈은 더욱 음산하게 비웃었다."서연아, 너는 이미 시집간 딸이야, 그 촌구석에 버려진 오물이랑 다를 바 없어. 앞으로 우리 강씨 집안과 어떤 일로도 엮일 생각 말어!""아버지께선 나하고 약속하셨어! 내가 너 대신 시집가면 혼수를 푼푼이 주겠다고! 그럼 엄마도...""엄마를 좋은 병실에 입원시켜 좋은 약을 쓰게 하겠다던?"강유빈이 깔깔대고 웃었다."나의 바보 동생 같으니라고, 쯧쯧... 너는 그때 아버지가 왜 너와 네 엄마를 내쫓았는지 기억 안 나?"한줄기 섬뜩한 기운이 강서연의 가슴에 스며들었다."행실이 바르지 않은 네 엄마가 어데서 잡종을 임신해 가지
구현수가 집에 들어서니 강서연이 부엌에서 반찬 두 접시를 들고 나오고 있었다.강서연은 구현수를 보더니 근심 어렸던 얼굴에 애써 웃음을 띄웠다.구현수는 손을 씻고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는 하루 종일 훈련한 탓에 배가 무척 고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보자 식욕이 저절로 당겨 밥그릇을 들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맞은 편에 앉은 강서연은 가만히 앉아 꿈쩍도 하지 않는다."무슨 일 있어?"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에 강서연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러면 빨리 밥 먹어."구현수는 고기 한 점을 집어 강서연의 접시에 담았다."보기만 하면 배가 저절로 불러?"강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정말 입맛이 없었다. 이때 '띵' 하고 메시지 알림 소리가 들렸다. 동생 윤찬이 보낸 문자였다."누나, 엄마 병원비는 언제 가져올 수 있어?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더 이상 지급 안 하면 약을 끊는대!"강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침실 안의 낮은 서랍장을 바라보았다.지난번에 구현수가 준 금 장신구들, 특히 그 옥을 박은 팔찌는 꽤 값이 가 보였다..."뭘 멍하니 생각하고 있어?"강서연은 갑자기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남자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몸을 약간 떨었다. 매번 그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그의 남다른 기세는 무언의 강한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아무것도 아니에요..."강서연은 조용히 말했다.수저를 내려놓은 구현수의 눈빛이 더 깊어졌다."나한테 할 말이 있는 거 아니야?"강서연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구현수는 서두르지 않고 잠시 그녀를 쳐다보다가 가볍게 웃더니 다시 혼자 식사하기 시작했다.그녀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이상 그도 더는 묻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참지 못하고 저절로 말할 때가 오겟지...그날 밤 강서연은 마음이 어수선해서 윤찬이 보낸 메시지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다. 돈 버는 방법을 머릿속에 떠
전화 저편에는 침묵이 흘렀다.휴대폰을 사이에 두고도 배경원은 구현수의 무표정한 얼굴을 짐작할 수 있었다.희노애락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 것이 그의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마크니..."형!"배경원이 말을 이었다."형은 할 말 없어요?""어떤 말?"구현수는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이었다."그건 내가 선물한 것이니 이젠 그녀의 물건인 거야. 어떻게 처리하는가 또한 그녀의 일이기도 하고.""그래도 형님 증조할머니께서 쓰셨던 '금풍옥로' 인데..."구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덤벨에 무게를 가했다."그 팔찌를 얼마에 팔았어?""형수님이 안 팔던데요!"구현 수는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 어젯밤부터 그는 강서연이 안절부절못하며 계속 서랍 쪽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아마도 그녀가 장신구를 팔 거라 예상했다. 혼수를 강유빈한테 빼앗기고 어머니 병원비도 마련해야 하니 장신구를 팔지 않고서는 당장 이 돈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팔찌를 그대로 가지고 올 줄은 몰랐다."형, 나 오늘 마침 가게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팔찌 꺼내자마자 이내 알아봤지 뭐예요. 난 또 어느 간 큰 도둑이 훔친 줄 알았는데, 형수님이었네요! 형수는 정말 재미있는 사람 같아요. 난 일부러 점원에게 비싼 값을 쳐주라고 했는데... 아, 물론, 금풍옥로의 원래 가치와는 비교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형수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는 값이 많았을 거예요!""어, 그리고?"배경원은 머리를 긁적였다."그런데 저당 안 하겠대요!"구현수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젯밤 강서연의 걱정스러운 모습이 다시 머리에 떠올랐다.이미 부부가 되었는데도 그녀는 아직도 그에게 마음 줄 생각이 없는 건가? 이런 어려움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고... 구현수는 복잡한 미소를 지었다."이 일은 더 신경 쓰지 마."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땅이나 잘 관리해. 난 그 땅이 강 씨 손에 넘어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강명원 그 늙은이에게 압력 더 가해봐. 그들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어.""강
저녁 식사 후, 강서연은 과일 접시를 들고 구현수 옆에 와서 앉았다.한참이나 계속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구현수가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들여다보았더니 외국어 사이트를 들여다보고 있었다.화면 속 양복 차림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성공한 사람들처럼 보였다.이때 구현수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두 사람은 코끝이 서로 닿을 뻔하였다. 갑작스레 생긴 일이라 둘은 한참이나 이렇게 서로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강서연은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은 바로 튀어나올 것처럼 두근거렸다."왜 그래?"구현수가 물었다."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강서연은 어색한 듯 두 손을 꼬면서 말을 돌렸다."뉴스 보고 있나요?""경제 신문을 읽는 중이야.""그런 것도 봐요?"구현수는 얼굴에 옅은 웃음을 띠더니 매의 눈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서연을 바라보았다."그럼 당신은 싸움도 하고 감옥에도 갔다 온 나 같은 사람이 어떤 것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그런 뜻이 아니에요!"강서연은 얼굴이 빨개졌다."전 그저 현수 씨가 이렇게 많은 걸 알고 있는 줄 몰랐어요."갑자기 조용해지는 바람에 주위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약간 긴장했던 강서연은 구현수의 태연한 표정을 보고는 자신이 부질없는 걱정을 한 거로 생각했다.분명 합법적인 부부인데 같이 있을 때 이렇게도 어색하다니...강서연은 자신이 너무 멍청한 게 아니냐고 생각하며 작은 주먹으로 자기 머리를 때렸다.이 작은 동작은 구현수의 눈에 들어왔다.그의 입가에는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구현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과일을 먹으며 물었다."나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네? 없어요."강서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돈이 모자라지 않아?""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요?""아무 얘기라도 하고 싶어서."구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다른 부부들은 어떤 대화를 나누지? 모두 이런 사소한 일상을 얘기하는 게 아닐까?"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아님,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