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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이거 깨끗이 세탁하였으니 절대 문제없을 거예요!"

"아이고, 세탁했다고요?"

점원은 차갑게 비웃었다.

"하루만 빌리고 왜 세탁했어요? 결혼용으로 빌린 거 아니에요? 설마 입고 농사지으러 간 건 아니겠죠?"

낯가죽이 얇은 강서연은 점원의 말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녀가 결혼하던 날의 상황은 농사짓는 것보다 별로 더 낫지는 않았다. 큰비를 맞으며 진흙탕 시골길을 걸었고, 새하얀 웨딩드레스도, 웨딩 신발도 모두 더러워졌으며 발도 다 까지고 말았다.

점원은 웨딩드레스의 치맛자락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이따금 그녀에게 불쾌하다는 눈길을 보냈다.

"서연 씨, 이런 웨딩드레스는 세탁하더라도 손빨래가 아닌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해요! 드라이클리닝이 무슨 뜻인지 아시죠?"

점원은 강서연의 성격이 만만한 것을 보고 일부러 그녀를 조롱했다.

"어휴, 우리가 이 가게를 연 이후로 웨딩드레스를 팔기만 하였지 이렇게 임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쯧쯧, 웨딩드레스 한 벌도 못 사면서 무슨 결혼을 해요?"

"웨딩드레스를 사지 못하면 결혼을 못 한다... 이게 어느 법률에라도 적혀있어?"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서연은 어리둥절하여 돌아섰는데, 구현수가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강서연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녀를 껴안으며 점원을 바라보았다.

"저렇게 '웨딩드레스 대여' 라고 크게 써놓고서, 모두를 눈먼 사람 취급하는 거야?"

"아니..."

"게다가 이렇게 스타일도 별로고, 품질도 그저 그런 웨딩드레스를 집에 사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점원은 그들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못 사면 못 산다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요? 이렇게 허물 잡는 게 아니라... 저희 가게에는 특별히 디자인된 고급 드레스도 있다고요!"

구현수는 홀 정중앙에 있는 웨딩드레스에 눈길이 갔다. 머메이드 핏으로 몸매를 잘 드러내고 은은한 금실로 포인트를 주었으며 가슴 부위에는 작은 다이아몬드들이 박혀 있었다.

비교적 뛰어난 디자인인 건 확실하지만, 그가 전에 봐온 것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아이고, 그만 봐요, 본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서연 씨,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지고 결혼 상대 좀 잘 고르지 그랬어요? 정말 제가 안타깝네요!"

"저와 제 남편 일은 당신 같은 외부인이 참견할 게 아니에요."

이 말이 나오자, 구현수는 살짝 놀랐다. 고분고분한 성격인 줄만 알았던 그녀가 지금은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다른 사람과 논쟁하고 있다.

강서연은 한 발짝 앞으로 나오더니 그 점원을 노려보며 말했다.

"웨딩드레스는 드라이클리닝 하여 다시 가져다드릴게요. 하지만 당신은 방금 한 말에 대하여 제 남편에게 사과해요!”

"예?"

강서연은 언제나 성격이 약한 건 아니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괴롭히는 건 참을 수 있지만, 만약 그녀와 연관 있는 사람을 괴롭힌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울 것이다. 비록 그 대상이 전에 만난 적도 없고 결혼한 지 하루밖에 안 되는 남편일지라도 말이다.

그녀는 화난 표정으로 다시 한번 중복했다.

"제 남편에게 사과하세요!"

점원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듣는 척도 안했다.

"아니, 사과할 필요 없어."

구현수는 웃으며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 웨딩드레스 마음에 들어?"

"네?"

강서연이 구현수의 손가락 방향을 따라 보니 정중앙의 찬란한 웨딩드레스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녀는 이 남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구현수는 카드를 꺼내 카운터에 놓으며 말했다.

"우리 마누라가 저 웨딩드레스가 마음에 든다고 하니 저걸로 줘!"

순간 공기가 굳어져 버리는 것 같았고 점원은 눈을 크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강서연도 어리둥절하게 구현수를 바라보았다.

"현수 씨, 지금 이게..."

그녀는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우리 이미 결혼했잖아요!"

"결혼한 기념으로 하나 더 사."

구현수는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저런 건 사이즈를 재어 특별히 제작하여야 하는 거 맞지? 가게에 전문적으로 재는 사람 있어?"

점원은 그제야 반응을 보이며 즉시 아첨하며 웃는 표정으로 공손히 물었다.

"저기... 정말 주문하시겠습니까?"

"어, 지금 당장 내 마누라 사이즈부터 체크해 봐."

"그럼 바로 디자이너분께 연락하겠습니다..."

"아니, 네가 직접 해!"

점원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네가 직접 안 하면 주문하지 않을 거야."

카리스마가 강한 남자 앞에서 점원은 좀 당황한 듯 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문은 아주 드문 거라 점원은 줄자를 꺼내 강서연에게 다가갔다.

"서연 씨,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치맛자락까지 잴 수 있겠어?"

구현수는 피식 웃으며 차갑게 점원을 바라보며 말한다.

"치맛자락 부분은 무릎 꿇고 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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