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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두 사람은 손을 다 씻고 자리로 돌아갔다. 유남준은 조금 어두운 안색이었지만 박윤우의 가식적인 친절함에 이끌려 식탁에 앉았다.

“아저씨, 지금 눈이 안 보이시니까 자주 넘어지시겠네요?”

박윤우가 물었다.

“아니, 안 넘어져.”

“그럼 앞이 보인다는 거네요?”

박윤우는 여전히 단순하고 무해한 질문을 던졌다.

유남준은 많이 지쳤지만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대답했다.

“이제 길을 기억해서 넘어지지 않아.”

“그렇군요.”

“됐어. 이제 그만하고 밥 먹어. 이따가 다시 얘기해.”

박민정이 말했다.

이렇듯 박윤우는 하고 싶은 말이 끝이 없었다.

식탁을 훑어보다가 당근 요리를 발견한 박윤우는 당근을 먹을 수 있는 자신은 엄마를 닮았지만은 당근을 안 먹는 형은 무조건 쓰레기 아빠를 닮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박윤우는 젓가락으로 당근을 가득 집어서 유남준의 그릇에 놓아주며 말했다.

“아저씨, 당근 많이 드세요. 선생님이 당근을 많이 먹으면 눈 건강에 좋다고 하셨어요.”

박예찬은 박윤우가 쓰레기 아빠에게 골탕을 먹이려는 것을 보고 어리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도 곧바로 기회를 잡고 옆에서 거들었다.

“윤우야, 너 바보야? 아저씨는 눈이 안 보이잖아.”

유남준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

“...”

“어? 당근은 눈이 안 보이는 사람한테 소용이 없는 거야?”

박윤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했다.

두 아이가 번갈아 가며 눈이 안 보인다고 말하는 모습은 마치 사람들이 유남준 앞에서 박민정이 귀가 안 들린다고 놀리는 것과 흡사했다.

결국 박민정은 나서서 아이들을 제지했다.

“윤우야, 그렇게 말하지 마. 그거 예의에 어긋나는 거야.”

어쨌든 유남준은 두 아이의 생부다.

박윤우는 박민정이 화가 난 것을 보고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 이제 엄마가 없을 때 유남준에게 골탕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유남준은 앞이 안 보이지만 두 아이가 좋은 마음에서 한 말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박윤우는 일부러 그러는 것이 틀림없었다.

유남준은 당연히 이런 일로 아이들에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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