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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가라고 하면 군말 없이 가!

심지안의 당황스러움을 눈치챈 운전기사가 설명했다.

“도련님께선 귀국하신 지 얼마 되지 않으십니다. 때문에 본가를 제외하고 소유한 집은 이것 하나뿐입니다. 만약 아가씨가 불편하시다면 제가 도련님에게 말씀드릴게요.”

“전 괜찮아요!”

그녀는 잠시 강우석의 삼촌이 오랫동안 해외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다른 부잣집 도련님들과는 달리 집이 하나밖에 없다는 건 어쩌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내다 보면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오후 다섯 시 반, 모든 짐 정리를 마쳤다.

그녀는 거실을 쭉 둘러보았다. 별장의 전체적인 인테리어 스타일은 심플 그 자체였는데 반드시 필요한 가구들과 전자제품을 빼고는 아무것도 없어 썰렁한 느낌까지 들었다. 운전기사의 말대로 확실히 최근에 이사를 한 것 같았다.

심지안의 시선이 이어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 문을 여니 안에 꽉 채워져 있는 신선한 식자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빙긋 웃으며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기 시작했다.

아내로서 일하고 들어온 남편에게 따뜻한 음식을 준비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30분 뒤, 성연신이 집에 돌아왔다.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오자 심지안은 바쁜 와중에도 고개를 돌려 성연신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있었는데 넓은 어깨와 긴 다리, 곧게 뻗은 몸선이 어우러져 만든 정장핏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다.

비현실적인 남자의 모습에 눈길을 사로잡힌 심지안은 저도 모르게 몇 번이나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올라가서 쉬어요. 음식이 다 준비되면 부를게요.”

성연신은 앞치마를 입고 반달웃음을 지어 보이는 여자를 보며 덤덤히 “네.” 한마디 대답하고는 서재로 올라갔다. 그 모습은 마치 여자가 요리하는 일을 아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오늘은 심지안이 처음으로 직접 요리를 하는 날이라는 걸 말이다.

물론 요리는 대실패였다.

심지안은 자신이 만든 제육볶음을 한참 쳐다보고는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안에 넣었다.

순간 그녀의 작은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음... 먹을 만은 하네. 좀 쓰긴 하지만.”

성연신은 아마 높을 확률로 이런 음식에 손도 대지 않을 것이다.

시계를 보니 다시 한번 하기에는 늦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체면을 지키기 위해 곧바로 배달 앱을 켰다...

하지만 그녀가 음식을 채 주문하기도 전에 심전웅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기 바쁘게 심전웅이 다짜고짜 물었다.

“너 지금 어디에 있어?”

아직은 강우석의 삼촌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밝힐 때가 아니다. 그녀가 잠시 생각하고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저... 유진이의 집에 있어요.”

그 말을 들은 심전웅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그가 태연히 거짓말을 하는 딸을 혼내려고 한 순간, 옆에 있던 은옥매가 그를 제지했다.

은옥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타일렀다.

“화내지 말아요. 중요한 일 얘기를 해야 하잖아요.”

“맞아요. 아빠, 우린 반드시 이번 달 내에 우 대표님과의 프로젝트를 성사시켜야 해요...”

심연아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하지만 우 대표님이 꼭 지안이가 직접 가야 사인하겠다고 하네요.”

눈앞 회사 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두 모녀를 보고 있으니 심전웅은 자연히 심지안에 대한 못마땅함이 더더욱 부풀어 올랐다. 말을 듣지 않는 것도 모자라 이젠 늙은 남자와 어울려 다니다니, 정말이지 심씨 집안의 수치이지 않은가.

그는 애써 노기를 억누르며 명령조로 말했다.

“내일 점심 블루스퀘어에 가서 우 대표를 만나 계약을 체결하고 와.”

심지안이 이마를 찌푸렸다.

“우 대표님 쪽 일은 황준기 씨가 맡아 하지 않았나요?”

“황준기는 회사를 그만뒀어. 네가 대신해.”

“하지만 전 그 프로젝트에 대해 전혀 몰라요.”

심지안의 얼굴에 의아함이 서렸다.

“황준기 씨가 없으면 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팀원들 중 한 사람을 보내면 되잖아요.”

심전웅은 이제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가라고 하면 군말 없이 가! 만약 가지 않거나 일을 망친다면 앞으로 다시는 회사 일에 손댈 생각도 하지 마!”

그는 말을 마친 뒤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심지안이 핸드폰을 멍하니 쳐다보며 고민하고 있던 사이, 심전웅은 프로젝트에 관한 자료와 진행 상황을 그녀의 메일로 보냈다.

한 번 훑어보니 확실히 심전웅의 말대로 마지막 사인 절차만 남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윤도 만만치 않은 걸 보니 만약 이 일을 맡아 성사시킨다면 적어도 1억 정도는 그녀의 몫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집에 돌아가진 않더라도 돈은 놓쳐선 안 된다.

심지안은 메일을 끄고 나서야 자신이 아직 음식 주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상가상으로 그녀가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성연신이 서재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는 기둥에 몸을 기댄 채 비스듬히 서서 주방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음식은 다 준비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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