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병원에서 걸어나온 소만리, 아직도 떨리고 있는 그녀의 손에는 검진서가 들려있었고, 눈가에는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소만리씨, 임신입니다.”라는 의사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3개월 전, 그녀는 아름다운 경도(도시 이름) 최고의 문벌 가족의 황태자와 결혼했다. 결혼식 날, 그녀는 모든 여자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고, 스스로도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10살 때 기모진을 만난 그 순간부터, 소만리는 기모진을 가슴에 품었다. 12년 동안 그녀는 기모진의 발걸음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왔고, 사람들 속에서 그를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애써왔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그녀는 자신과 기모진은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먼지처럼 하찮은 그녀가 어떻게 감히 이런 남자와 어울릴 수 있을까? 하지만 3개월 전, 하늘의 축복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그녀는 친구 생일 파티에 갔는데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옆에는 기모진이 누워있었다. 그녀와 기모진 사이 어젯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새하얀 침대 시트 위 빨간 자국이 말해주고 있었다.대체 어찌된 일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미 문밖에는 많은 파파라치들이 몰려있었고, 앞다투어 기모진과 신비한 여인의 외박 스캔들 기사를 보도하려고 지체할세라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기가 집안은 경도의 버금가는 문벌 귀족 집안이자 서향세가로 보수적인 기모진의 아버지는 이 사실을 알고는 곧바로 기모진과 소만리의 혼사를 발표했다.소만리에게는 꿈같은 일이었지만, 그것은 결코 아름답기만한 꿈은 아니었다. 기모진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를 싫어하고 미워했다. 소만리로 인해 그는 그가 사랑하는 여자, 그녀의 언니인 소만영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만리는 용기를 내 기모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원망과 실망에 휩싸인 그녀는 기모진에게 중요하게 할 말이 있으니 오늘 밤 집에 와줬으면 한다고 문자를 남겼다.신혼 3개월 동안,
다음날, 소만리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녀가 아직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맞은편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피임약을 던져왔다. “이거 먹어.”소만리가 서서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이미 단정하게 차려 입은 기모진이 보였다. 차가운 그의 모습은 어젯밤과 전혀 달랐다.피임약을 바라보는 소만리의 가슴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미 임신했다. 피임약을 먹으면 태아가 기형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피임약을 먹으면 안 된다. “안 먹어? 내가 먹여줄까?”아무런 반응이 없는 소만리를 보고 기모진은 짜증을 냈다. “소만리, 잘 들어, 내 아이를 가질 생각은 하지도 마! 너처럼 염치없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사람은 내 아이를 가질 자격이 없어!”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소만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분명히 한여름 날씨인데 소만리의 마음에는 차가운 바람이 분다. 아이가 그들 사이의 돌파구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너무 단순했다. 심지어 그녀는 그에게 이미 임신한 사실을 말할 용기조차 없었다.기모진은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고 소만리는 어쩔 수 없이 약을 삼키는척 했다. 사실 약을 혀 밑에 숨긴 소만리는 기모진이 눈치챌까 조마조마했다. 그때 마침 그의 전화가 울렸고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은 기모진은 전화 내용에 미간을 찌푸렸다. “뭐? 만영이가 자살했다고? 바로 갈게!”소만리도 놀라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만영언니가 자살했다고? 그녀는 불편한 몸을 상관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세수를 하고 옷을 대충 갈아입은 뒤, 아래층으로 급히 내려갔다.기모진의 차가 출발하려는 순간, 조수석 문이 갑자기 열렸다. “그 더러운 손 치워, 누가 내 차에 타라고 했어?”그의 무정하고 차가운 말에 소만리는 손을 주춤 움츠러뜨렸다. 먼지처럼 보잘것없는그녀는 조심스럽게 기모진을 바라봤다.“모진아, 나도 만영 언니가 너무 걱정돼, 같이 가게 해줘.”“걱정? 만영이가 죽으면 제일 기뻐할 사람이 너 아니야?”그는 차가운 눈으로 혐오스럽게 그녀를 쳐다보고는 액셀을 밟았다소만리는 창백한 얼
소구에게 느닷없이 걷어차여 넘어진 소만리는 무의식적으로 아랫배를 가리며 급히 해명하려 했고, 소구는 다시 그녀의 머리를 세게 때렸다."나쁜년! 만영이가 왜 너 같은 년때문에 자살을 해야 돼? 죽어야 할 사람은 바로 너야!"소구는 악에 받쳐 이를 악물었고, 소만리에 대한 증오는 극에 달했다."아버지 그만하세요, 저랑 모진이가 인연이 아닌 거에요. 저는 만리 원망 안 해요."병실 안에서 소만영의 울음 섞인 소리가 흐릿하게 들려왔다소만리는 입가에 피가 맺히고 머리가 웅웅 울리며 아팠다. 그녀가 아픔을 참으며 고개를 쳐든 순간, 소만영이 기모진의 가슴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기모진은 그녀를 감싸안고 있었고, 그의 매력적인 눈에는 흐느끼는 소만영을 향한 한없는 부드러움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은 너무나 따뜻해보였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소만리의 마음은 너무나 아팠다. 만약 그 일만 아니었다면, 지금 기모진의 아내는 얹혀사는 신세의 자신이 아니라 소만영일 것이다.비록 기모진과의 그 일은 그녀가 의도하고 꾸민 일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무거운 죄책감을 느꼈다."만영아, 너는 지금 이 상황에도 이 계집애를 감싸니? 만약 이 계집애가 그런 일을 꾸미지만 않았더라면, 지금 기씨 집안 며느리는 바로 너야! 너도 모진이랑 헤어질 수 없어서, 헤어지는게 너무 들어서 자살 시도까지 했잖아, 아직도 이 계집애를 감싸주다니…착해도 너무 착하구나!"소구는 딸 때문에 분개했다."아버지 그만하세요."소만영은 한숨을 내쉬며 상처받은 눈빛으로 소만리에게 말했다. "만리야, 모진이 좋아한다고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 난 너와 다투지 않아. 그런데 왜 이런 수단으로 모진이를 뺏어갈려고 하는거야?? 너한테 정말 실망이야.""만영 언니, 이 일은 내가 한게 아니야……"소만리가 변명을 하자 소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이 나쁜 계집애, 아직도 억지 부린다 이거지? 좋아, 어디 내 손에 죽어봐!"소구가 병실에 있는 의자
소만리는 지금 험한 욕설로 뒷담화를 까고있는 여자와 소만영이 동일한 인물이라고 연상하기 어려웠다. 소만리가 소씨 가문에 입양되어 소만영을 처음 보게 된 순간부터, 그녀는 소만영이 우아하고 고귀하며, 착하고 상냥한 대가집 규수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정말 짜증나! 치밀하게 계획해서 모진이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파파라치들까지 불렀는데! 그래서 모진이랑 외박한 모습이 찍혀서 모진이 아버지가 나를 기씨 집안 사람으로 허락하길 노렸는데... 방을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다른 놈이랑 잤지 뭐야, 더 열받는건 모진이가 소만리랑 자버렸단거야!"알고 보니 이것이 바로 진실이었고, 이것이 바로 방금전까지만 해도 소만리를 감싸주는 척하던 ‘착한 언니’의 진짜 모습 이었다. 소만리는 심장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모든게 가소롭고 슬프게 느껴졌다.이게 바로 기모진의 마음속 착하고 상냥한 완소 그녀이고, 사람들 눈에 우아하고 대범한 귀족 아가씨이자 소만리가 줄곧 존경해온 언니였다."너도 바보야, 어떻게 방을 잘못 들어갈 수가 있지?"소만영의 어머니 전예가 원망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거야 모진이한테 좀 더 유혹적으로 다가가려고 그랬지!"소만영의 짜증난 어투에는 조급함이 섞여 있었다."이제 어떻게 해야지? 단 1분도 소만리가 기씨네 가문 며느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기모진은 내 남자야!"그러자 소구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거야 간단하지, 방금 모진이가 너땜에 긴장해하는거 봤어? 네 말 한마디면 모진이는 당장이라도 그 계집애랑 이혼할 거야!"전예도 득의양양하게 웃었다."네 아버지 말이 맞아, 모진이는 할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계집애랑 결혼한 거야. 모진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 만영이 네가 입을 열기만 하면 기씨 집안의 며느리 자리는 니꺼야, 너 말고는 그 자리를 차지할 사람이 없어!"이 말에 소만영은 피식 냉소를 지었다."그 계집애가 나랑 경쟁할 자격이라도 있
소만영은 소민리가 갑자기 병실에 들어올 줄 상상도 못했고 게다가 이렇게 말할지 생각도 못했다. 세 사람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몇 초 뒤 소만영의 안색이 달라졌다. 소만영의 표정은 예전처럼 온화하지 않고 험악했다.“소만리 네가 왜 여기 있어?”소만리는 눈을 부릅 뜨며 비웃었다. “내가 지금 등장해야 너희 계획에 딱 들어맞지 않아?“네가 감히 우리 얘기를 엿들어?” 소만영은 당황한 듯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 만약 이 얘기를 안 들었다면 언니가 염치없이 여우짓 하는 여자일 줄 몰랐을 거야.”라고 소만리는 대답했다."이 죽일 계집애가 감히 만영이한테 욕을 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어?!" 전예는 화가 나서 소만리를 때리며 소리쳤다. 소만영은 피식 웃으며 눈을 부릅뜨고 소만리를 쳐다보며 담담해 보였다 "어머니, 이런 부모 없는 촌년한테 화낼 필요가 뭐 있어요, 동생아, 순순히 모진이랑 이혼하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네가 감당하지 못할가봐 걱정이야."소만리는 신주 모시듯 한 가족애에 대해 이미 체념했다. 자매라고 하는 것은 가식에 불과하다. 그녀는 소만영 보다 더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네가 지금 나에게 부탁한다면 생각해 볼게”“뭐?” 소만영은 갑자기 안색이 달라졌다. 마치 미친 사람을 보는 듯 소만리를 쳐다봤다.“이 죽일 년, 네가 미쳤구나!” 전예는 더욱 화를 내며 욕을 했다.두 모녀의 표정을 보고 소만리는 웃었다."그래, 나 미쳤다, 기모진은 평생 내 것이고! 기 씨 집안의 며느리 자리도 내가 독차지할 거야!".소만영은 악에 받쳐 화를 냈다. "소만리, 뻔뻔하게 굴지 마! 꿈도 꾸지 말라고!""나는 이미 꿈을 이뤘어, 지금 경도 사람들 모두가 기모진의 부인을 소만리라고 알고 있어! 소만영이 아니라!!" 말을 마친 소만리는 몸을 돌려 가버렸다. 뒤에서 소만영의 노발대발하는 욕설이 계속 들려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소만리는 병원에서 나와 산부인과로 갔다. 어젯밤 일과 기모진 때문에 받은 충격이랑 방금 넘어진 것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