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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일 년에 수억은 훨씬 넘게 벌고 자산도 수백억대이긴 하지만 2천만 원을 이리 잃게 되니 정가혜는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너무 허무하게 쓰여버린 것 같아서 말이다. 왜 주서희와 이런 내기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

정말 유치하다.

소파에 앉아 쿠션을 잡고는 이를 갈며 바보 같은 자신을 막 뭐라 하는 그녀를 보며 연이가 환하게 웃었다.

아이의 순진무구한 웃음을 보고 주서희는 한동안 넋을 잃었다.

“가혜 씨, 빨리 봐요. 연이가 웃었어요.”

그 모습을 본 정가혜도 손을 내밀어 연이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그래, 네가 웃었으니 이 돈도 값어치가 있는 거야.”

주서희는 팔꿈치를 무릎 위에 올리고 한 손으로 뺨을 괴고는 연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웃다가 고개를 숙이고 레고를 만지작거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혜 씨, 나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아이에게 주려고 했었다. 근데 안타깝게도 그녀는 자궁이 없다.

모성애가 가득 찬 온화한 그녀의 눈빛에 왠지 모르게 우울함이 배어 있었다.

그런 주서희의 모습에 정가혜는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서희 씨, 윤 선생님이랑 결혼하고 나서 아이를 입양할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아이를 그렇게 좋아하니 낳지 못한다면 아이를 입양해서 내 자식으로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생각해 봤어요. 결혼 후에 한 명 입양할 생각이에요.”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연이와 함께 지내다 보니 아이를 너무 갖고 싶었다. 낳을 수 없다면 입양해서 키우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강한 여인이라 아쉬움이 있어도 어떻게든 해결 방법부터 찾아내는 사람이었다.

사랑에 용감한 그녀는 설령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하더라도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온다면 그녀는 또다시 마음을 열 용기가 있었다.

그러나 정가혜는 그녀와 달랐다.

지난 몇 년 동안 잘 버텨왔고 강한 여자처럼 보여도그것은 겉모습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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