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웅은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이 눈앞에 있는 노인을 없애버리고 싶었다.그때 그의 마음을 알아챈 듯 남궁원이 서둘러 다시 입을 열었다.“지휘사 님이 저희 도련님과 의형제를 맺은 건 압니다. 하지만 도련님은 저희 가문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분이세요. 그러니 이 늙은이를 봐서라도 저희 도련님을 만나게 해주실 수 없으시겠습니까? 설득은 저희가 하겠습니다.”“꼬맹이 지금 여기 없어.”“네? 그러면 어디로 가셨는지요?”“지금 한창 우리 형님한테서 검술을 배우는 중이야.”정태웅은 솔직하게 대답했다.“그게 무슨, 누가 감히 우리 남궁 세가 검도 귀재 도련님에게 검술을 가르친답니까? 지휘사 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구씨 성의 장로가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정태웅을 바라보았다.남궁원 뒤에 있던 남궁 세가 사람들 역시 기가 막힌다는 듯이 콧방귀를 꼈다.“우리 남궁 세가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검도를 보유한 집안입니다. 그런데 그런 집안의 검도 귀재에게 검을 가르친다고요? 허 참, 말도 안 되는 소리를.”단호한 장로의 말에 정태웅이 물었다.“누가 꼬맹이한테 검술을 가르치고 있는지 알고 싶어?”“네, 어디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얼굴 한번 보고 싶네요.”구씨 장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에 정태웅은 재미있는 구경할 생각에 잔뜩 들떠서는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궁금하다면 내가 친히 데려가 주지. 미리 말하지만 이제 후회해도 늦었어.”“후회라뇨. 그럴 일 절대 없으니 안내해주시죠.”정태웅은 앞장서며 그들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그가 정말 남궁 세가 사람들을 데리고 윤구주와 남궁 서준을 찾으러 가려 하자 바닥에 쓰러진 인해민이 연규비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궁주님, 저들을 정말 이대로 보내주실 생각입니까?”그녀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잔뜩 묻어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분도 안 된 이 짧은 시간 동안 부상자가 너무나도 많이 생겼다.연규비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오늘 저들은 무사히 돌아가지는 못할 거니까.”“네?
검기들이 빼곡하게 모여 하늘을 가리고 또 윤구주도 가렸다.검기들은 남궁서준의 행동에 맞춰 웅장한 소리를 내며 천지의 힘을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충분히 에너지를 모은 다음 바람을 가르며 그대로 윤구주를 향해 날아갔다.108개의 검기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검이 만들어진 것을 보자 윤구주는 미소를 지었다.“역시 남궁 세가의 검도 귀재답네. 이렇게도 빠르게 천지의 힘까지 끌어당기다니. 신의 경지까지 머지않겠어!”윤구주는 오른손을 위로 올렸다. 그러자 거대한 소리와 함께 금색 방패막이 그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방패막이 나타남과 동시에 검기들이 그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마치 비가 내리듯 검기들은 하나둘 금색 방패 위에 꽂혔다. 바닥에 꽂혀버린 검기들은 폭발음을 내며 사라져버렸다.연기가 천천히 가시고 중앙을 보니 거기에는 윤구주가 멀쩡한 얼굴로 서 있었다.남궁서준의 108개의 검기가 그의 손에 전부 막혀버린 것이다.자신의 공격이 하나도 통하지 않은 것을 본 소년의 눈에는 희열과 흥분 그리고 존경심이 일렁거렸다.윤구주는 아직 하늘에 있는 소년을 향해 말했다.“꼬맹아, 네 공격은 확실히 대단해.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게 빠졌어.”“그게 뭔데요? 알려주세요, 형님”“너한테는 의가 없어.”“의요?”“그래, 사람을 죽이려는 마음인 살의, 너한테는 이게 없어. 네가 검을 뽑았을 때 사람을 죽이려는 기술은 충분했지만 살의는 어디에도 느껴지지 않았어. 너는 나를 죽이려는 마음이 없었던 거야.”윤구주의 말에 남궁서준은 침묵했다.윤구주는 그의 형님이다.그런데 어떻게 형님에게 살의를 내비칠 수 있단 말인가.“꼬맹아, 잘 기억해. 살의는 네 마음에서 나오는 거야. 다음번에 검을 뽑을 때까지 한번 잘 터득해봐.”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오른손으로 검결을 움직이며 소년을 가리켰다.“꼬맹아, 이 형님의 검은 어떤지 한번 봐줄래?”말이 끝나자마자 소년의 손에 있던 유용검이 바람을 가르며 곧바로 윤구주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윤구주는 머리 위에 있는 검을 잡더니
남궁서준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던 그때, 윤구주는 사람들의 기운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그는 그들이 다가오는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누군가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그 말에 남궁서준은 금세 경계태세를 갖추며 검을 잡았다.“기운으로 볼 때 남궁 세가 사람들이야.”윤구주는 시선을 내리고 소년을 바라보았다.“너 집에서 몰래 나온 거지?”남궁서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네.”“어쩐지. 상황을 보아하니 너 데리러 온 사람들인 것 같네.”그 말에 소년은 고개를 번쩍 들며 말했다.“형님, 저 안 갈래요. 형님 곁에 계속 있고 싶어요!”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너는 남궁 세가의 검도 귀재고 화진 제일가는 천재야. 그런 네가 홀로 밖에서 이러고 있는데 너희 집안이 마음 놓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형님, 저는 그런 거 하나도 관심 없어요. 천재라느니 검도 귀재라느니 이런 수식어 저한테는 필요 없는 것들이에요. 저는 형님 옆에만 있으면 돼요!”남궁서준의 다급한 말에 윤구주는 피식 웃었다.“그만 고집부리고 형 말 들어. 남궁 세가 사람들이 너 데리러 온 게 맞으면 알겠다 하고 이만 돌아가.”그 말에 소년의 눈가가 빨갛게 변해버렸다.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남궁 세가의 검도 귀재라 칭송받는 천재 소년이 윤구주의 옆에서 떨어지기 싫다는 이유로 눈물을 흘릴 줄을.남궁서준은 목소리가 잔뜩 가라앉은 채로 말했다.“제가 가면 형님은 누가 지켜줘요. 그리고 제가 가면 섭섭하지 않으시겠어요?”“꼬맹아, 너 없다고 내가 갑자기 죽는 것도 아닌데 뭘 그래. 그리고 이대로 다시는 보지 못하는 것도 아니잖아. 안 그래?”남궁세준이 빨개진 눈으로 뭐라 하려는데 윤구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형 말 들어. 네 검도는 남궁 세가의 검옥에서 수련을 해야만 해. 거기에 있는 검기가 너를 최고봉에 다다르게 할 거야. 나는 내 동생이 언젠가 화진의 제일 강한 검객이 되어 나타났으면 좋겠다.”“그럴게요! 딱 1
“도련님을 뵙습니다!”남궁서준은 그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정태웅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사람들은 왜 데리고 온 겁니까?”마치 남궁 세가 사람들의 얼굴은 보기도 싫었다는 양 원망과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정태웅은 억울한 얼굴로 대꾸했다.“왜 나한테 그래? 네 가족들이 멋대로 찾아온 거야.”소년은 그 말을 듣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시선을 돌렸다.그때 구씨 장로가 입을 열었다.“도련님, 집까지 모시겠습니다.”“집?”정태웅은 뭔가 생각난 듯 구씨 장로를 가리키며 말했다.“노인네, 잠깐 기다려!”그러고는 남궁서준을 향해 물었다.“꼬맹이, 너 여기서 뭐 했어?”“뭐하긴요. 검술을 배우는 중이었죠.”“하하하, 노인네, 들었지? 그 집 도련님이 여기서 검술을 배운다고 내가 그렇게 말해도 안 믿더니, 이제는 믿겠어?”정태웅은 구씨 장로를 향해 조롱 가득 섞인 얼굴로 말했다.그러자 심기가 언짢아진 장로가 혀를 찼다.“헛소리! 우리 남궁 세가의 검도는 세계 제일이며 도련님은 검도 귀재입니다. 그런 도련님을 가르친다니 어림도 없는 소리입니다.”“하, 정말 못 들어주겠네. 남궁 세가가 대단한 건 알겠지만 세상은 넓고 당신들보다 대단한 사람은 많아. 정말 진심으로 자기들 검도가 세계 최강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구씨 장로는 여전히 고고한 태도로 일관했다.“흥, 우리 도련님께 검술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그 말이 끝나자마자 남궁서준의 입에서 싸늘한 음성이 흘러나왔다.“방금 뭐라고 했지? 자격이 뭐가 어쩌고 어째?”“소인은 사실을 얘기했을 뿐입니다. 남궁 세가의 검도 귀재이신 도련님에게 누가 감히 함부로 검술을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장로의 말에 정태웅이 남궁서준을 바라보았다.“들었지? 저 노인네 아까부터 주제 파악도 못 하고 계속 너한테 검술을 가르쳐 줄 사람은 없다고 떠들어댔어. 아까는 백화궁에 있는 여자들에게 손도 댔고 말이야. 그리고 궁주님한테는 백화궁이 남자들 욕구나 풀어주는 곳이라는
“형님? 형님 누구?”남궁원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그러자 남궁서준이 차갑게 대답했다.“우리 형님 이름은 아무한테나 얘기해줄 수 없습니다.”그 말에 남궁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넷째 대장로인 자신이 아무나 인가?기가 막힌 듯 소년을 바라보니 그 소년은 다시 화제를 돌렸다.“그래서 정말 저를 막으시겠다고요?”그 말과 함께 남궁서준의 몸에서 살의가 흘러나왔다. 이 근방을 다 에워쌀 정도의 살의에 남궁원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민약 이대로 계속 막아섰다가는 이 15살 꼬맹이의 손에 자신이 먼저 죽을 것만 같았다.살의는 점점 더 짙어졌고 남궁 세가 사람들은 다리가 저절로 휘청거렸다.남궁원은 소년과 구씨 장로를 번갈아 보더니 어쩔 수 없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구씨, 미안하네. 나도 더는 안 되겠어.”“어르신!!”남궁원의 말에 구씨 장로는 그만 절망하고 말았다.입을 열어 마지막으로 빌어보고 싶었지만 남궁서준의 검이 더 빨랐다.쉬잉.날카로운 칼끝이 구씨 목에 닿자마자 빠르게 뼈와 살을 뚫고 나왔다. 구씨 장로의 머리는 허공에 잠깐 떠 있더니 이내 바닥으로 데구루루 굴러떨어졌다.남궁 세가의 내문 장로가 남궁서준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피가 흥건히 흘러나오는 머리를 본 정태웅은 신이 나서 달려가 발로 그 머리를 꾹꾹 밟으며 웃었다.“노인네, 이제야 좀 후회해? 하지만 늦었어, 하하하!”남궁원을 포함한 남궁 세가 사람들은 정태웅이 구씨 장로의 시체를 모욕하는 것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단칼에 구씨 장소를 베어버린 남궁서준은 그제야 유용검을 거두어들이며 정태웅에게 말했다.“이제 됐어요? 죽일 사람도 죽였으니 저는 이제 가볼게요.”“뭐? 간다고? 야 꼬맹이, 어딜 가?”정태웅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검옥으로 돌아갈 겁니다.”“진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네.”“저하는 어쩌고 이렇게 가겠다는 거야?”정태웅의 질문에 남궁서준은 빨개진 두 눈으로 외쳤다.“나라고 가고 싶어서 가는 줄 아세요? 형님이 나보
남궁 세가 사람들이 떠나간 후 정태웅의 뒤편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기척을 느낀 정태웅이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윤구주가 서 있었다.“저하, 줄곧 여기 계셨군요?”“그래.”윤구주는 짧게 대답한 후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남궁서준이 떠나간 곳을 바라보았다.“꼬맹이가 떠나서 많이 아쉬우신가 봐요?”정태웅은 그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아쉽지 않을 수 있겠어. 내 동생인데. 하지만 꼬맹이의 미래를 위해서 이대로 보내주는 게 맞아.”윤구주의 말에 정태웅은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꼬맹이를 위한 선택이셨군요.”윤구주는 씁쓸하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백화궁.윤구주는 정태웅과 함께 백화궁으로 돌아왔다.백화궁 입구에 막 도착해보니 거기에는 차량 여러 대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경찰차도 보였다.이에 사람들 쪽을 바라보니 바로 앞에 암부 제36여단 여단장인 원건우와 서남 경찰서장인 육명진이 서 있었다.두 사람은 윤구주와 정태웅을 발견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지휘사 님을 뵙습니다.”원건우는 윤구주의 정체를 아직 모르기에 정태웅에게만 인사를 올렸다.정태웅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두 사람을 의아하게 여기며 물었다.“여기는 왜 왔어? 특별한 일 없으면 찾아오지 말랬잖아.”원건우가 답했다.“중요한 보고가 들어와 이렇게 찾아왔습니다.”“뭔데, 빨리 얘기해.”정태웅이 귀찮은 얼굴로 물었다.원건우는 윤구주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외부인 앞에서는 얘기하기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그 뜻을 눈치챈 정태웅이 미간을 찌푸리며 화를 냈다.“뭐해, 말 안 하고. 그리고 옆은 왜 자꾸 힐끔거리는 건데? 얘기하기 싫으면 이만 돌아가. 나 피곤해.”그 말에 원건우는 서둘러 그를 붙잡았다.“아닙니다. 지금 당장 얘기하겠습니다. 크흠, 저희가 입수한 소식에 의하면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수십 명의 킬러가 서남지역에 발을 들였다고 합니다. 그 킬러들은 국제적으로도 악명이 높은 놈들이고요.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미
암부 지휘사씩이나 되는 사람이 왜 국제킬러들을 막지 않고 그냥 들여보내는 걸까?원건우와 육명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정태웅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어 밖으로 나갔다. 서남 여단장과 육명진이 나가고 나서야 정태웅은 윤구주를 향해 말했다.“저하, 그 겁대가리 없는 놈들이 정말 온 것 같습니다.”윤구주는 백화궁으로 향하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전부 다 올 때까지 기다려서 죽일 거야.”윤구주는 열 팀의 국제킬러들이 제 목숨을 노리는지도 모르고 태평하게 내일은 소채은과 쇼핑도 하며 맛있는 것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밤.대스타의 은설아의 방.탁시현의 일을 계기로 은설아는 연예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그 대가가 지금 바로 치르는 건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치러야 할 것이었다.그래서 은설아는 연예계를 떠나고 싶었다.어차피 천음 엔터의 일로 공연과 활동도 전부 정지되어 이미 연예계에서는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고 있었으니 지금 은퇴한다 해도 아무도 저를 잡지 않을 것이다.“됐어!”“나 안 해! 은퇴할 거야! 이런 생활 이젠 지긋지긋해.”은퇴를 결심하자 은설아는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것 같았다.2년 동안 연예인을 한다고 그래도 돈을 꽤 모아놓은 데다 예쁜 미모까지 있으니 연예인을 안 해도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마음의 짐을 덜어낸 은설아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욕조에 물을 받고는 그 위에 장미꽃 잎을 떨어트리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그렇게 온몸으로 온기를 느끼며 눈을 감으니 또 그놈의 윤구주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밤에 잠을 잘 때도 그러더니 젠장.“설마 내가 은인님을 좋아하나?”윤구주에 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가슴이 답답해져 은설아가 빨개진 얼굴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야!”“은인님은 이미 그렇게 예쁜 여자친구도 있는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내 맘엔 영웅님 말곤 다른 사람이 들어올 자리도 없어.”...어느 화려하기 그지없는 별
처음에는 은설아를 천음 엔터에서 잘 키워서 대스타를 며느리로 맞으려고 했으나 지금은 제 아들이 그런 연예인 나부랭이 때문에 죽었으니 은설아도 살려둘 수 없었다.“내가 그년 사는 게 죽기보다 못하게 만들어 줄 거야!”음침한 말을 뱉은 탁천수는 담배를 입에 물고는 로비 뒤쪽을 향해 걸어갔다.로비 뒤쪽에는 비밀공간인 암실이 있었는데 그 앞에는 마침 향문에서 온 주술사 명재경이 있었다.그는 다가오는 탁천수를 발견하고는 큰 소리로 인사를 올렸다.“회장님!”“사부님께서는 회장님 말씀대로 그 연예인에게 피의 저주를 걸고 계십니다.”“들어가서 확인해보지.”명재경은 탁천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눈앞의 돌로 된 문을 열어젖혔다.문이 열 리가 스산한 암실이 탁천수의 시야에 펼쳐졌다.암실은 아주 컸는데 내부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음침했다.명재경의 안내에 따라 들어간 내부에는 큰 제단이 있었는데 그 위에는 외눈 나사의 조각상이 놓여있었다.그리고 백발의 얼굴에는 노란빛을 띠는 노인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그 모습으로 보아 그가 바로 마재경이 말한 사부님이라는 향문 태현문에서도 내공이 태허경지에 오른 주술사 같아 보였다.그의 이름은 진구양이었고 나이는 불혹을 넘어섰는데도 온몸에서 뿜어내는 음습한 기운에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탁천수마저 진구양을 보고 몸을 떨어댔다.진구양은 입으로는 주문을 외우며 손에는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를 들고 있었는데 그 위에는 은설아의 사진이 붙여져 있었다.그리고 사진의 뒤에는 검은 개의 피로 쓰여진 은설아를 사주팔자가 적혀져 있었다.이게 바로 지금껏 지현과 주문으로 이름을 날려온 향문 술법이었다.그중에서도 진구양은 태허경지에 오른 주술사였으니 그 명성이 더 대단했다.탁천수가 그런 진구양을 제 아들의 원수를 갚아달라고 이리 부른 것이었다.“음귀오로, 주술개천!”“사세피고, 태현귀일!”“피의 저주!”진구양은 입으로는 주문을 외우며 손가락을 들어 빠르게 허수아비를 향해 3번의 주술법인을 퍼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