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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호화로운 룸 안에 두 남녀가 있었다.

60대의 비대한 노인인 곽세건과 여위고 볼품없는 신세희였다.

그러나 조의찬과 서시언이 발견한 모습은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곽세건은 땅바닥에 웅크린 채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는데 바닥에는 그가 흘린 피로 흥건했다.

신세희는 깨진 술병을 들어 곽세건의 몸을 푹푹 찌르고 있었는데 그 장면은 꽤 끔찍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눈빛은 더없이 평온했다.

조의찬과 서시언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문을 걷어차고 들어온 이들이 안면 있는 두 도련님인 것을 본 곽세건은 구원자를 만난 것처럼 고통을 참으며 조의찬 곁으로 기어갔다.

"살려주십시오, 의찬 도련님. 빨리 제 사람들 좀 불러주십시오. 어서 저 미친년을 제압해서 당장 패 죽이란 말입니다! 제 명령이라고 전해주십시오!"

"......"

깨진 술병을 든 신세희가 침착하게 조의찬을 바라보았다.

"의찬 씨, 아침에 당신을 만났을 때 사실은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이틀만 있으면 월급이 나오니까 바로 당신에게 빌린 60만원을 돌려주겠다고요. 그런데 당신이 공사장에서 수치를 측정하느라 바빠 보여서 방해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그냥... 월급 나오면 직접 가져가세요, 모두 당신 거니까."

신세희는 고개를 숙이고 힘없이 웃어 보였다.

"경찰에 신고해요. 아니면 저 새끼가 날 때려죽이게 내버려 둬도 되고요. 아무래도 좋아요. 전 얌전히 있을 거예요."

말을 마친 신세희는 깨진 술병을 바닥에 던지며 그들의 처분을 조용히 기다렸다.

그녀는 용서를 빌지 않았고 두려운 기색도 아니었다. 그저 차분하고 무감각하게 현실을 받아들일 따름이었다.

조의찬은 문득 이 세상이 그녀에게 너무 잔인하고 무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발버둥 치지도, 애원하지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걸지도 않았던 걸까? 지금은 마치 생존 본능조차 억제된 것만 같았다.

갑자기 마음이 쓰라렸다.

그는 신세희를 품에 꼭 껴안았다.

"뭐래, 왜 이렇게 기억력이 안 좋지? 얼마 전에 내가 한 말 잊었어요? 당신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날 찾아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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