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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 숙여 묵묵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고구마에는 여전히 껍질이 붙어있었다. 그녀는 조금씩 껍질을 뜯으며 고구마를 계속해서 먹었다.

“고구마가 그렇게 좋아요?” 조의찬이 그녀에게 물었다.

“네. 달아서요.” 신세희가 대답했다.

“초콜릿도 아닌 게 달면 뭐 얼마나 달다고! 좀 줘요. 나도 한번 먹어보게! 거짓말이기만 해봐요! 가만 안 둘 거에요!”

조의찬은 신세희 손에 들려 있던 도시락과 젓가락을 뺏어갔다. 그는 먼지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젓가락으로 고구마 하나를 집어 입 안으로 넣어버렸다.

“…”

신세희는 멍하니 조의찬을 쳐다보았다.

조의찬은 고구마 또 하나를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다 먹은 그는 한참이나 멍해 있었다. “와, 난 공사장 밥이 이렇게 맛있는 줄은 몰랐네. 엄청 맛있네요. 고구마도 엄청 달고.”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과장스러웠고 또 조금은 천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세희는 그런 그의 모습에 웃어버렸다.

그녀는 무척 달콤하게 웃었다.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그런 웃음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조의찬을 멍하게 만들었다. 그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신세희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가 담담한 그녀의 얼굴을 가장 많이 봐왔었다. 웃는다 해도 그냥 예의를 차리는 가벼운 미소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녀는 활짝 웃어 보였다. 그녀의 웃음은 마치…

조의찬의 눈이 빠르게 돌아갔다.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시냇물이 흘러가는 장면이 떠올랐다.

신세희의 달콤한 웃음은 산속의 맑은 시냇물이 흘러가는 소리와도 같았다.

청순하면서도 어린애의 순수함이 묻어 있었다.

그녀가 이제 갓 스무 살이 되었다는 사실이 갑자기 조의찬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녀는 조의찬보다 네 살이나 어렸다.

그날 오후, 신세희는 회사에 돌아가지 않았다. 조의찬은 신세희의 도시락을 먹었다는 이유로 그녀를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가 테이블 가득 음식을 시켰다. 하지만 그녀는 젓가락질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의찬이 하는 말을 조용히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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