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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임서아는 부소경이 자신을 무척이나 싫어한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누가 바늘로 찌르는 듯 심장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프고 부끄럽고 화가 났다.

한편으로 또 그런 부소경이 무섭기도 했다.

막 가식적으로 애교를 부리려는 그때 부소경이 뚝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임서아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왜 그래 서아야?” 허영이 허겁지겁 달려와 그녀에게 물었다.

“엄마… 부소경이… 결혼 얘기하러 오기 싫데. 혹시… 뭐 알아버린 거 아닐까?”

임서아는 놀랐는지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내가 신세희인척하는 거 들켜버린 거 아닐까? 엄마 어떡해? 부소경 사람을 숨 쉬듯이 죽인다던데… 나 너무 무서워… 흑흑”

허영과 임지강도 놀랐는지 그대로 얼어버렸다.

오후 내내, 온 가족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하인이 그들에게 다가와 보고 할 때까지 말이다. “사모님, 신세희가 찾아왔어요. 사진 가지러 왔다고 하는데.”

“꺼지라고 해!” 임서아는 쌓여있는 분노를 신세희에게 풀기 시작했다.

그녀는 두려움에 떠느라 어제 신세희에게 했던 말을 잠시 잊고 있었다.

임서아는 신세희 앞에서 자신이 부소경과 꽁냥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신세희 마음이 불편하게!

부소경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줄은 몰랐다.

“…”

“잠깐만! 내가 가서 말할게!” 임서아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걸어갔다.

오후 내내 울어서 그런지 임서아는 눈은 팅팅 부어 있었고 머리도 무척이나 난잡했다. 그녀는 거울도 보지 않고 그 상태 그대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창년! 몸이나 파는 계집년! 한번만 더 찾아와서 우리 집 더럽혀봐! 너 환영해주는 사람 아무도 없어! 당장 꺼져!” 임서아가 악독하게 말했다.

신세희는 냉소했다. “임서아, 난 그냥 우리 엄마 사진 가지러 온거야!”

“꺼져! 꺼져! 나가 죽어! 지금 당장 꺼져!” 임서아는 아무 맥락 없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신세희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 웃겼다.

그녀는 위 아래로 임서아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임서아가 아무 이유없이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세희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여유롭게 그에게 물었다. “서아야, 울어서 눈이 다 부었네. 머리도 산발이고. 설마 임신까지 했는데 남자한테 차인 건 아니지?”

화가 머리 끝까지 끓어오른 임서아는 그대로 신세희에게 달려들었다. “죽여버릴거야…”

신세희는 그런 임서아의 모습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감히 너희 집 문 앞에서 날 죽인다고? 너도 감옥에 가고 싶어서 그런 거야?”

“너…너! 지금 당장 나가 죽어! 꺼져! 지! 금! 당! 장! 꺼져…”

신세희는 차갑게 웃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임서아랑 실랑이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배가 고팠다. 뭐라도 먹어야 했다.

임신한 후부터 그녀는 배가 쉽게 고프기 시작했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싶지만 그녀는 돈이 없었다.

그녀는 집에 돌아가 길거리에서 산 야채 호빵 몇 개로 배를 채울 수밖에 없었다.

막 맛있게 먹는데 앞에 서 있는 사람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부소경의 비서 엄선우였다.

신세희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호빵을 먹으며 아무 말 없이 엄선우을 그대로 지나쳐버렸다.

그는 부소경과 잠시 거래를 한 것뿐이었다. 하씨 아주머니 앞에서 연기하는 거 말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그런 사이였다.

신세희는 그 누구와도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아가씨.” 엄선우가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신세희가 자기와 인사를 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신세희가 고개를 돌렸다. “저 부르셨어요?”

“차에 타세요.” 엄선우가 짧고 간결하게 말했다.

“?”

“사모님이 오늘 집에 전화했거든요. 그러다 아가씨가 도련님이랑 같이 지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들었어요.” 연기는 제대로 해야지. 신세희는 차에 탔다.

그들이 도착 한 곳은 부씨 저택이 아니었다. 도시 중심이 있는 고급 주택단지였다. 엄지선은 신세희를 건물 집 아래까지 데려다준 후 그녀를 마흔 살이 넘은 아주머니에게 맡기고는 자리를 떠났다.

“새로 오신 작은 사모님이시죠?” 아줌마가 웃는 얼굴로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신세희는 이 상황이 조금 불편했다. “…누구신지?”

진씨 아주머니는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저는 큰 사모님을 10몇 년간 돌본 하인이에요. 그냥 진씨 아주머니라고 부르시면 돼요. 큰 사모님이 며느리 잘 돌봐달라고 특별히 전화 주셨어요. 얼른 따라오세요.”

고급스러운 복층 집이었다. 집안의 환경은 무척이나 고풍스럽고 화려했다. 웬만한 집의 수입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집이었다.

신세희가 진씨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여긴?”

“도련님이 옛날에 사시던 곳이에요.” 진씨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신세희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엄선우가 날 데리고 왔으니까… 부소경은 여기에 안 오겠지?

잘됐다. 마침 지낼 곳이 없어서 머리가 아팠는데.

그녀는 내일 원래 집으로 돌아가 간단한 짐을 챙겨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소파에 앉자마자 거실에 있는 수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은 진씨 아주머니는 씨익 웃더니 이내 대답을 했다. “큰 사모님, 네, 있어요. 네네. 작은 사모님 지금 소파에 앉아 계세요.”

진씨 아주머니는 수화기를 신세희에게 건네주었다. “사모님 전화에요.”

신세희는 수화기를 건네받았다. “아… 어머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

하숙민이 부드럽게 말했다. “세희야, 나한테만 말해봐. 지내는 거 불편하지 않아?”

신세희가 대답했다. “너무 좋아요. 이렇게 좋은 집은 처음 살아봐요.”

“그 자식은, 네 옆에 있어 주기는 해?” 하숙민이 또 한 번 그녀에게 물었다.

신세희는 자신이 여기 있는 한 부소경이 절대로 이 집에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숙민에게 대답했다. “소경씨 곧 집에 도착할 거예요. 같이 저녁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그래. 그럼 두 사람 시간 방해 안 할게. 그만 끊을게.”

“들어가세요, 어머님.”

밤사이, 신세희는 풍성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그뿐만 아니라 진씨 아주머니가 그녀를 위해 목욕물까지 받아주었다.

“사모님, 이건 에센셜 오일이고, 이건 바디워시예요. 그리고 이건 장미꽃잎이에요. 이걸로 씻으시면 피부가 점점 더 좋아지실 거예요.”

“가운은 욕실밖에 준비해 놓았어요. 나오시면 바로 갈아입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그럼 바로 쉬실 수 있게 침대 정리를 하러 가볼게요.”

진씨 아주머니 사람을 세심하게 챙겨주는 사람이었다.

신세희는 이런 대접을 받는 게 조금 황송스럽게 느껴졌다.

커다란 욕실에 여러 가지 기능이 있는 욕조, 향기로운 에센셜 오일과 장미 꽃잎의 향기가 신세희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그녀는 침대밖에 없는 곳에서 살고 있었다. 씻을 때는 목욕탕에 가야 했다.

출소한 후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편하게 씻어본 적이 없었다.

오늘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나다니, 놓치기엔 너무 아까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욕조에서 있는 시간이 편했는지 조금씩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욕조를 빠져나왔다. 그녀는 축축한 몸을 이끌며 가운을 챙기기 위해 문을 열었다. 그러다 훤칠하고 단단한 몸과 그대로 부딪쳐버렸다.

“아…” 놀란 신세희는 꺅하고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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