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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6 화

양태하는 그녀를 향해 느끼한 미소를 남발했다.

“별말씀을요, 우리가 남도 아니고!”

양태하의 말에 안혜윤은 마음이 불편해졌다. 지금까지 안혜윤은 단 한 번도 양태하에게서 이성적인 호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고 그저 친구로 여겼다.

만약 양태하가 고백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춘화와 안성찬, 그리고 박세영은 양태하에게 듣기 좋은 소리를 하며 아첨을 멈추지 않았다.

“태하 씨, 어린 나이에 허원철 어르신과 유한민 청장 같은 거물급 인사들과 안면을 튼 사이라니, 정말 대단하네요.”

“태하 형님, 형님은 제 우상이십니다. 앞으로 더 많이 배울게요...”

잠시 후, 안혜윤 등 사람들은 양태하를 따라 킹 호텔로 향했다.

그들은 막 대청에 들어서자, 놀랍게도 그곳에서 연승우의 모습을 발견했다. 연승우는 그들과 달리 초대를 받고 약속된 장소에 온 것이었다. 연승우도 조금 전에야 유한민 청장에게서 군부대의 허원철 어르신도 함께 식사하게 될 거란 것을 전해 듣게 되었다.연승우는 낯선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 불편해서 식사 요청을 거절하려 했지만, 주가인이 여러 차례 전화까지 걸어오면서 회사 직원으로서 이 또한 근무의 연장이고 사교에 참가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강요했다. 이에 연승우는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오게 되었다.

안성찬은 연승우를 보자마자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그는 빨리 두어 걸음 걸어가서, 연승우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자식아, 거기 서.”

연승우는 한숨을 쉬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무슨 일로 나를 찾는 거지?”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나와 내 아내를 때리고도 무사할 줄 알았어? 당장 내 마누라 세영이에게 사과해.”

“사과 못 하겠다고 한다면?”

“그러면 네 머리를 박살낼 거야...”

이어서 안성찬은 손을 쓸 준비를 했다.

“그만해!”

안혜윤이 안성찬을 제지했다.

“그만둬. 내가 얘기할게.”

안혜윤이 연승우를 향해 걸어왔다.

“승우 씨, 따라와. 할 말이 있어.”

연승우는 야속하고 잔인했던 안혜윤의 언행을 떠올리면 그녀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끝까지 마음을 독하게 먹을 수가 없었고 결국 안혜윤을 따라 아무도 없는 구석까지 걸어갔다.

“이제 얘기해 봐, 무슨 일로 나를 찾은 거야?”

“승우 씨, 나를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한 것은 추궁하지 않을게. 하지만 사람을 때렸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해.”

안혜윤은 연승우를 원망했지만, 그가 헌혈하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던 것을 떠올리며 뭐라고 질책할 수 없었다.

연승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그저 실없게 웃을 뿐이었다. 역시나 안혜윤답게, 무작정 그녀의 가족부터 두둔했다.

‘단 한 번이라도 나를 가족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겠지? 아니, 남보다 못하게 생각하는 건가?’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연승우도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만약 내가 싫다고 한다면?”

예상치 못한 연승우의 반응에 안혜윤은 원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연승우! 왜 이렇게 막무가내야! 좀 더 성숙하게 굴 순 없어? 사실대로 말하자면, 오늘 우리는 질병관리청의 유 청장님과 군부대의 허원철 어르신을 만나러 왔어. 성찬이가 그 사람들 앞에서 승우 씨를 나쁘게 말할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어. 하지만 일단 성찬이가 너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입 밖에 낸다면, 적어도 운전기사 자리는 잃게 될 거야.”

‘막무가내라고? 성숙하게 굴 순 없냐고? 함께 결혼생활을 5년 동안 유지해 왔던 나에게 주는 평가가 고작 이 정도인 거야? 보아하니 너는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려고 한 적이 없는 것 같네.’

연승우가 담담하게 물었다.

“지금 협박하는 거야?”

“난 승우 씨를 돕고 있는 거야, 승우 씨는 왜 모르는 거야! 지금 승우 씨에게 있어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주가인의 운전기사라는 신분이잖아. 일단 이 신분이 없어지면 승우 씨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거잖아. 승우 씨가 성심성의껏 내 동생에게 사과만 한다면 승우 씨를 데리고 유 청장님과 허원철 어르신에게 술 한 잔 권하며 인사드리게 할 수도 있어. 참, 현장에 또 다른 거물이 있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모르겠네? 이 기회를 잡고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준다면 승우 씨 앞날에 큰 도움이 될 거야.”

안혜윤의 말을 듣고 난 연승우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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