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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발끝부터 올라오는 한기에 원유희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 나한테 왜 이래?”

“왜 이러냐고? 재밌잖아? 너 설마…… 내가 정말 널 위해 형을 배신할 거라 생각했던 거야?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김명화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충격으로 커다래진 원유희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항상 그녀에게 친절한 김명화를 보며 김신걸과는 참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두 사람 전부 악마였다고!”

“아이고, 우는 거야? 가여워라…….”

김명화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던 순간, 거칠게 손을 쳐낸 원유희가 차문을 거칠게 열었다.

“으악!”

문에 부딪힌 김명화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와 원유희를 차에서 끄집어냈다.

그가 원유희의 뺨을 날리려던 그때, 누군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고개를 돌린 김명화가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형?”

“벌은 내가 직접 줄 거야.”

김신걸이 거칠게 손목을 뿌리쳤다.

“형, 이거 토사구팽이야. 나 아니었으면 원유희 이 계집애 꼼짝없이 도망쳤다고.”

김명화가 억울하다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

“내가 정말 몰랐을 거라 생각해?”

차가운 눈빛으로 김명화를 노려보던 김신걸이 차 앞에 서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원유희를 향해 말했다.

“타.”

이미 차에 포위된 원유희가 도망칠 곳 따위는 없었다.

이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마 잔혹한 고문이겠지.

하지만 그녀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건 바로 믿었던 김명화의 배신이었다.

‘나에게 했던 말들, 그 미소들…… 전부 가짜였다고?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믿었던 김명화가 그녀의 마지막 탈출 계획을 짓밟아 버렸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원유희는 김신걸에 손에 끌려가 듯 롤스로이스에 타고 차량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석에 웅크린 채 줄 끊어진 인형처럼 앉아있던 원유희는 턱에서 느껴지는 거센 힘에 의해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동자와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가 마주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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