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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임 씨 할아버지는 낯빛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말았다. 그는 자기 손자의 덕성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임선호를 바라보았다..

임선호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말을 더듬거리며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저, 전 정말 몰랐어요. 그 여자가 진관 님의 여자인 줄은 더더욱 몰랐고요...”

“너… 이 망할 자식!”

임 씨 할아버지는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곧바로 그의 따귀를 세게 때렸다.

뒤에 있던 임강과 유은수 역시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 그들은 지금껏 장진관을 직접적으로 만난 적은 없었지만, 그의 소문은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더욱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장진관은 천해 시의 폭군 중의 폭군으로 유명하였다.

임 씨 할아버지는 어쨌든 자기 손자의 일이니, 그냥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어떻게든 이 일을 수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임 씨 할아버지는 침착한 표정으로 차분히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진관 님, 이번엔 제 손자가 진관 님께 크게 실수를 했나보네요… 다 제가 가정교육을 잘 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어요… 부디 이번 일은 너그럽게 봐주시고, 제 손자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세요…”.

“이후 제가 반드시 제 손자 놈을 잘 교육시켜 놓겠습니다…”

“그리고, 사죄의 의미로 진관 님께 합의금을 챙겨드리겠습니다… 금액은 결코 섭섭하지 않으실 거예요…” 임 씨 할아버지가 말했다.

“합의금? 좋아. 영감 얼굴을 봐서 내가 특별히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 하지만, 합의금으로는 적어도 200억원은 준비해야 할 거야.”

“네? 200억원이요?”

임 씨 할아버지는 순간 자신의 두 귀를 의심하였다. 임씨 가문의 전체 자산은 대략 2000억원 정도이다. 지금 같이 어려운 시기에 전체 자산의 10분의 1이되는 금액을 현금으로 내놓는다면 자금 부족으로 회사가 큰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

“왜, 싫어? 싫으면 임선호는 내가 데려가는 걸로 하지.”

장진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에 임선호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유은수와 임강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엄마, 아빠 저 좀 구해주세요....”

“아들, 무서워하지 마, 엄마가 꼭 구해줄게....”

유은수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아버님, 빨리 도와주세요..” 유은수는 곧바로 임 씨 할아버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임 씨 할아버지는 날카로운 눈으로 유은수를 쳐다보았다. ‘쯧. 엄마라는 사람이 저렇게 나약하니, 아들이 저 모양이지…’ 만약 유은수가 제대로 그를 교육했다면, 오늘같이 황당한 일 때문에 임 씨 가문 가족들이 이러한 곤경에 빠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200억원의 거금을 합의금으로 달라고 요구하다니, 그래도 사람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는 법. 그는 우선 이를 악물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려 했다.

그러나 그때, 보다 못한 임완유가 팔을 걷고 나섰다..

“진관 님, 제 동생이 정말 큰 잘못을 저지른 건 맞지만, 200억원이나 되는 거금을 합의금으로 달라고 하다니… 정말 너무하시네요.”

임완유의 말에 장진관은 메우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임씨 가문 손녀 따님이 아름답다는 말은 익히 들었는데, 과연 절세미인이네요… 200억원은 필요 없습니다. 주시지 않으셔도 돼요. 그저 완유 양이 저와 3일 간 함께 밤을 보내준다면, 이번 일은 없는 일로 치겠습니다.” 장진관이 말했다.

그의 터무니없는 요구 사항에 가족들은 다들 얼굴이 더욱 굳어지고 말았다. 특히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임선호는 자신의 누나가 자신 때문에 이런 수모를 겪는 것을 원치 않았다.

임완유는 예천우를 한 번 흘겨보았다. 자신이 이런 수모를 당하는 동안, 그녀의 남편이라는 인간은 옆에 가만히 서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서 있다니… 그녀는 정말 그가 너무 한심해 보였다.

그러나 바로 이때, 예천우가 입을 열었다.

“적당히 해.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다니… 헛소리 따윈 집어치워!”

“우리 집에서 한번만 더 소란을 피웠다가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예천우가 소리쳤다.

예천우의 당당함에 가족들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지금 무릎 꿇고 싹싹 빌어도 모자란 판에, 이런 말까지 하다니.

촌놈 주제에 대체 뭘 믿고 저리도 당당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주 죽으려고 작정을 하는 구나!

임완유는 방금 전까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 있는 그가 한심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상황 파악을 못한 채 함부로 지껄이는 그의 모습을 보며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눈치가 없다면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나은 법.

그녀는 자신의 분수도 알지 못하는 그를 보며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그런데 하필 이때 예천우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

“뭐가 두려워서 다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닫고 있는 거죠? 아까 선호가 말했잖아요. 선호는 천해 시에서 알아주는 폭군이라면서요. 천해 시의 이름 난 폭군들도 많이 안다면서, 뭘 그렇게 두려워하는 거죠?”

“선호야, 어서 저 놈을 혼내줘야지! 매형이 옆에서 응원해 줄게!”

쿨럭!

임선호는 당장이라도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런 썩을!

정말 멍청한 놈 아니야? 그저 허세 부린다고 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예천우의 말에 임완유와 가족들은 당장이라도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말 임선호의 허풍을 곧이곧대로 믿은 거야?

이 멍청한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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