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모습이 마치 귀신과 흡사했다.순찰자들이 확인하고 다녀간 연구소에 다른 존재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왕조현 일행은 샅샅이 둘러본다고 했지만 갑자기 나타난 존재를 발견하지는 못했다.사실 그들은 왕조현이 연구소를 순찰하고자 대문을 열었을 때 조용히 잠입했던 것이다. 그리고 허공으로 몸을 날려 천장에 바짝 붙어 있었기에 아무도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한편, 순찰을 마친 왕조현 일행은 당직실로 가서 휴식을 취했다. 한번 순찰을 끝낸 곳은 다시 순찰할 이유도 없고 어차피 통제실에 CCTV를 살피는 직원이 있으니 연구소에 문제가 생긴다면 통제실에서 연락이 올 것이기 때문에 그들 모두 안심하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 시각 통제실에서 CCTV를 주시하던 직원은 누군가가 이미 CCTV 화면을 손봤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스크린에는 정지된 화면만 돌아가고 있었기에 통제실 직원은 연구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갑자기 연구소에 잠입한 이들은 조용히 실험실로 향했다.발걸음이 어찌나 가벼운지 발걸음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며칠 간의 조사를 통해 그들은 연구소의 모든 데이터가 이 실험실에 있는 메인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이곳에서 하루동안 지켜본 결과, 한지훈 부부가 컴퓨터를 다른 곳으로 가져가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하였다.컴퓨터의 비번만 풀면 그는 임무를 완수하고 약속한 거액의 보수를 받을 수 있었다.게다가 동료들은 다 죽음을 마주했으니 보수는 그가 혼자 독식하게 된 것이다.북랑과 벌매가 임무에 실패한 것은 안타깝긴 해도 그에게는 오히려 기회이기도 했다.만약 셋이서 살아서 임무를 완수하게 된다면 셋이서 보수를 나눠야 했을 것이다.하지만 북랑과 벌매는 운이 안 좋게도 죽음을 맞이했으니 혼자서 보수를 독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동료의 죽음을 그는 단지 그들이 무능해서 죽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모든 것은 오늘 밤의 행동을 위한 발판인 것이다.그의 코드네임은 화사, 알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가 휘두른 단도는 공기만 가르고 상대의 손에 손목을 잡히고 말았다.당황한 화사는 다시 품에서 비수를 꺼내 휘둘렀다.하지만 조금 전과 똑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화사는 상대에게 두 손이 묶인 채,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한지훈이 어둠 속에서 슬며시 손에 힘을 주자 화사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비수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넌 누구야? 원하는 게 뭐야? 너도 실험실 데이터 때문에 온 것이라면 우리 협상을 좀 해보자고!”공격이 막힌 화사는 협상을 시도했다.“곧 죽을 놈이 나에게 협상이라?”한지훈은 그대로 다리를 들어 화사의 머리통을 향해 쭉 뻗었다.머리를 정통으로 맞은 화사는 시야가 흐릿해지고 머리가 어지러웠다.그러더니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그는 쓰러지는 순간까지도 상대의 일격에 자신이 이 정도로 힘없이 쓰러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사람 맞아?’아무리 그래도 조직에 몸담은 암살자이고 1성 준전신급 실력을 가진 자신인데 상대의 한방에 이 정도로 쓰러졌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한지훈은 바닥에 쓰러져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화사를 힐끗 보고는 한쪽으로 가서 전등을 켰다.순식간에 실험실이 환해지고 화사의 시야에 한지훈의 모습이 나타났다.화사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어리둥절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다가 소리쳤다.“너였구나!”“말하는 걸 들어보니 날 아나 본데?”한지훈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아. 그 여자 남편이잖아.”화사가 굳은 목소리로 답했다.말하는 사이 녀석의 손은 바닥에 떨어진 비수로 향하고 있었다.“네가 내 얼굴을 봤을 리가 없는데?”한지훈은 화사의 그런 움직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싸늘한 목소리로 되물었다.“우연그룹의 유명인사지. 오전에 실험실에서 있었던 일, 난 똑똑히 보고 있었거든.”화사는 북랑, 벌매와 같이 연구소 직원으로 위장하고 연
한지훈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네 주제에 내가 원하는 걸 줄 수 있다고? 네가 나한테 뭘 줄 수 있지? 난 네 목숨을 원하는데 그것도 줄 수 있어?”협박이 아닌 진심이 담긴 말에 화사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 떨었다. 상대는 처음부터 그를 살려서 내보낼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그는 애써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목숨 말고 다른 건 줄 수 있어. 내 창고에 많은 보물과 보석, 골동품, 명화들이 쌓여 있거든. 네가 원한다면 그걸 전부 너에게 줄게. 그거 하나만 가져다 팔아도 평생 부를 누릴 수 있을 거야!”“꽤 끌리는 조건이네. 고민 좀 해볼게.”한지훈이 피식거리며 말했다.그리고 이때, 고민에 잠긴 듯한 한지훈의 모습을 주시하던 화사는 비수를 꽉 잡고 공중으로 몸을 날리더니 무서운 속도로 한지훈의 가슴을 향해 비수를 휘둘렀다.“죽어!”비수가 한지훈의 가슴 가까이에 날아간 순간 화사의 얼굴에는 회심의 미소가 피어났다.하지만 그의 그런 바람과는 다르게 이번에도 비수는 한지훈의 가슴을 스치지는 못했다.비수는 한지훈의 가슴 5cm 간격을 두고 멈추었다.허공에서 커다란 손이 담담하게 예리한 칼날을 잡고 있었다.화사가 더 깊숙이 찌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비수는 거기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한지훈은 단 두 손가락으로 손쉽게 비수를 잡아버린 것이다.대체 얼마나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자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을까?충격에 빠진 화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한지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의 암살자 인생을 통틀어 처음 벌어진 광경이었다.서서히 공포가 그를 옥죄이기 시작했다.상대는 여전히 만사 귀찮은 얼굴을 하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화사는 그 순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우연그룹 내부에 이런 고수가 존재했다니!그런데 왜 받은 정보에서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것일까!“꼭 너처럼 현실파악을 못하는 놈들이 있단 말이지.”한지훈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화사를 덤덤히 바라보며 비수를 빼앗아 바닥으로 던졌다.“아직도 도망칠 생각이라
“내 밑으로 들어와서 일하는 건 어때?”한지훈은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화사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의 부하가 되라는 말씀인가요?”뜻밖의 제안에 화사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깊은 고민에 휩싸였다.그는 이미 독가시에 속한 몸이고 한지훈의 제안에 응한다면 조직을 배신한다는 것을 의미했다.어쩌면 배신자로 낙인 찍혀 평생 독가시 멤버들에게 쫓겨다닐지도 모른다.독가시는 엄격한 계율에 따라 운영되는 조직이었다. 그가 한지훈의 제안에 응한다면 독가시에서는 그를 상대로 수배령을 내릴 것이고 그렇다면 평생 도망자 신세가 될 수도 있었다.조직의 보스를 떠올리면 화사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예전의 화사였다면 배신은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었다.하지만 현실은 그에게 잔인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한지훈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오늘 당장 죽게될 것이다.하지만 제안을 받아들이자니 독가시 멤버들의 추격이 두려웠다.아무리 봐도 한지훈은 조직에 속한 사람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일까?한지훈은 화사를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내 밑에서 일하면 넌 사는 것이고 내 제안을 거절한다면 죽게 될 것이야. 너 스스로 선택해.”화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질문 하나만 해도 되나요? 왜 저를 선택하셨나요?”“원인은 아주 간단해.”말을 마친 한지훈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지금 너에게 말해줄 필요는 없지.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 걱정하지 마. 뭘 걱정하는지 나도 알아. 내 밑으로 들어오면 넌 무사할 거야. 독가시? 아마 오늘 밤이 지나면 그들은 용국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거야.”“사라진다고요?”화사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멍하니 묻다가 이내 바닥에 이마를 대고 큰 절을 올렸다.“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주군을 위해 모든 위험을 무릅쓰겠습니다!”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이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화사는 그것을 똑똑
전원 전신!배후에 있는 자가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부었을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이 정도의 전력이라면 변방국들을 전복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둘러보았고 그의 주변으로 살기가 넘실대기 시작했다.그들이 이 밤중에 갑자기 길목을 막았다는 건 굳이 묻지 않아도 그들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죽어!”사내 들 중 리더로 보이는 사내 한 명이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일반인이 이런 전신을 마주했다면 굳이 그들이 뭘 하지 않아도 기세만으로 심장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하지만 한지훈은 담배를 입에 물고 그들을 대수롭지 않게 쳐다보며 천천히 연기를 들이마시고는 냉소를 지었다.“그렇다면 상대해 줘야겠네.”말을 마친 한지훈은 곧장 행동에 옮겼다.그의 몸을 중심으로 거대한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손을 들자 수십 개의 표창이 그의 손을 벗어나 예리한 빛을 내며 사내들을 향해 날아갔다.푸흡!순식간에 표창들은 앞에 서 있는 열다섯 명의 심맥과 사지를 관통했고 그들은 거의 동시에 한지훈의 앞에 털썩 하고 무릎을 꿇었다.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게 한지훈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던 일행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온몸에 피를 뿜으며 천천히 바닥으로 쓰러졌다.한방에 열다섯을 보내버린 것이다.무시무시한 실력 앞에 남은 인원들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한지훈을 노려보았다.그들은 4대가문의 엄격한 선별을 거쳐 선발된 전신강자들이었다.아무리 용수급 전사라고 해도 이 정도의 전력을 가진 자들을 상대하기 어려울 거라는 판단 하에 그들은 이번 습격을 감행하게 되었다.하지만 열다섯 명이나 한방에 날려버리는 한지훈의 모습에 그들은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한발 한발 남은 인원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말해. 누구의 사주를 받고 온 거지? 적염왕? 아니면 원씨 가문?”그의 목소리에는 진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남은 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허리춤에서 무기를 꺼내고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엄마, 나 너무 무서워. 나 이대로 죽는 거 아니지? 아빠... 아빠 보고 싶어. 나 진짜 아빠 있는 거 맞지? 나 이렇게 아프면... 아빠가 나 보러 와줄 거지? 흑흑...”눈물범벅인 얼굴의 강우연이 온통 피로 물든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을 꼭 부여잡았다.“그럼. 아빠 분명 오실 거야. 그러니까 우리 고운이 조금만 더 힘내자, 응?”아이를 겨우 달랜 강우연이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5년 동안 단 한 번도 걸지 않았던 그 번호를 눌렀다.“한지훈, 나... 강우연이야. 고운이가... 고운이가... 우리 딸이... 교통사고를 당했어. 우리 고운이... 정말 잘못 되면 어떡하지? 지훈아, 제발... 제발 우리 고운이 보러 와주면 안 돼? 네가 너무 보고 싶대. 내가 이렇게 빌 테니까 제발 돌아와줘. 너 지금 도대체 어디 있는 건데.... 흑흑흑...”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털썩 주저앉은 강우연의 가냘픈 등이 슬픔으로 파르르 떨렸다.한편, 수화기 저편. 봉장대(封將台) 위에 서 있던 한지훈의 손이 살짝 떨렸다.눈앞에 모인 십만 병사들의 얼굴이 순간 흐릿해졌다.오늘은 10년에 한 번씩 거행되는 용국(龍國)의 봉장대전, 단 30만 명의 파용군을 이끌고 8국 연합 100만 대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한지훈을 5대 구역 중 하나인 북양구 장군으로 봉하는 자리이기도 했다.그 어느 때보다도 기뻐야 할 순간이지만 5년 만에 걸려온 전화를 듣는 순간, 한지훈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다급하게 다시 전화를 걸어왔지만 들리는 건 차가운 연결음뿐...‘안 돼...’그리고 영광스러운 순간을 바로 앞둔 그 시각, 한지훈은 수많은 대신들과 장군들이 지켜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태산을 달리고 또 달렸다.그 모습에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봉장대전, 가문의 명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광스럽고 빛나는 자리, 그 자리를 제쳐두고 어딜 가는 걸까? 그것도 저렇게 굳은 표정으로...쿠궁!가파른 산길을 빠르게 내달린 한지훈이 산발치에 세워둔
한편, K대 대학병원.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갑자기 병실에 들이닥치더니 한고운에게 응급처치를 취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전부 내쫓아버렸다.다급한 마음에 강우연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당신들 뭐야! 저 사람들을 왜 내쫓아! 이러다 내 딸 진짜 죽는다고!”또각또각.저승사자의 목소리 같은 남자의 구두굽 소리가 찰나의 정적을 꿰뚫었다.곧이어 보디가드들이 홍해 갈라지 듯 양쪽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흰 정장을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분명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입가에 걸린 서늘한 미소가 수상한 남자였다.“강우연, 어떻게? 내가 말한 조건은 좀 생각해 봤어? 이번 사고는 그냥 경고일 뿐이야. 내 말대로 그냥 나랑 몇 번만 만나. 네 딸 지금 바로 구해 줄 거니까.”남자의 말을 듣던 강우연이 고개를 홱 돌렸다.혐오와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던 강우연이 남자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았다.“김태우! 우리 고운이 사고, 네가 낸 거야? 왜! 왜 그랬어 왜! 차라리 나한테 그러지. 왜 애꿎은 애한테 그러냐고! 우리 고운이 이제 겨우 네 살이란 말이야...”가슴 터져라 소리치던 강우연이 결국 오열하며 작은 주먹으로 남자의 가슴을 내리쳤다.“이게 어디에 손을 대!”짝!거침없이 강우연의 뺨을 날린 김태우가 그녀의 가는 팔목을 꽉 부여잡았다.“강우연, 왜 이래?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내가 그 동안 들인 돈이 얼만데. 튕기는 것도 정도껏이어야지. 딸이 있어서 나한테 관심을 안 주는 건가 싶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사고 냈어. 커다란 트럭이 저 조그만 애랑 부딪히는데... 어우, 내가 시킨 거지만 좀 잔인하긴 하더라.”“으아아악! 김태우, 이 악마만도 못한 자식! 이 사이코패스, 변태 자식아! 내가 너 경찰에 신고할 거야!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강우연은 있는 힘을 다해 악을 쓰며 김태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그의 거센 따귀뿐이었다.그리고 강우연의 머리채를 꽉 부여잡은 김태우가 눈물로 범벅진 얼굴을 흥미롭다는
같은 시각, S시 공항은 완벽하게 봉쇄된 상태, 세계를 놀라게 만든 3대 신의가 동시에 도착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이에 S시 시장 소지성과 재계 1위 이안그룹 대표 이한승을 비롯한 각계 유명 인사들이 공항 VIP 휴게실에 모였다.못 고치는 병이 없다고 하여 신의 손, 화타의 환생이라고도 불리는 3대 신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정치인들, 재벌그룹 회장들은 줄을 섰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의 진료비용에 몇 년 뒤로 밀려있는 웨이팅 때문에 얼굴 한번 보기가 힘든 인물!그런 그들이 S시를 방문했다니 어떻게든 연이 닿지 않을까 싶어 모인 이들이 대부분이었다.가장 앞에 선 소지성과 이한승이 감격에 찬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손강수 신의님, 하시윤 신의님, 이나희 신의님. 저희 S시를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하지만 소지성의 인사 따위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세 사람은 초조한 얼굴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우우웅!그리고 그 순간, 군용 지프차 세 대가 총알처럼 달려오더니 군복 차림의 용육, 용칠, 용팔이 각기 차에서 내렸다.시장이니 재계 1위 그룹 회장이니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모습에 덩그러니 남겨진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시장님,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신의님들이 이렇게 떠나시다뇨. 방금 전 그 군인들은 뭡니까?”시의원 송호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소지성 시장 역시 잔뜩 굳은 표정이다.군 장교 출신인 그는 방금 전 세 군인의 차림새를 다시 되새겨 보았다.‘북양구 파용군 소속이 왜 여기에.’“어서 사람들을 보내 저들의 움직임을 주시하세요. 단, 저들이 하는 짓을 막아선 안 됩니다. 그저 상황 보고만 하시면 되는 거예요.”소지성이 송호문에게 말했다.고개를 끄덕인 송호문이 부랴부랴 자리를 뜨려는 소지성에게 물었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딜 이렇게 급하게 가시는 거예요?”“장군님한테 가봐야겠습니다.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아요.”이 말을 마지막으로 소지성은 빠르게 차에 올라탔다.한편, 파용군 비밀 임무 수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