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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하하! 계산서 숫자를 들은 강유호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하였다. 류지원은 정말 바보였다! 아까 상에 한 병씩 올린 술을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유호는 알고 있었다. 그건 한 병에 2억을 호가하는 르마네•콘디였다. 류지원은 도합 30여병이나 주문했다!

"장난하는 거야?"

류지원은 엄청 당황하면서 일어나더니 웨이터에게 말했다.

"우리 류씨 가문 300 여명이 68억을 먹었다고? 1인당 2000만원 소비한 거야? 야, 너희 책임자 불러와."

두 웨이터는 할 말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 보았지만 결국 책임자를 불러왔다.

책임자는 정장을 반듯하게 입은 삼십 대 남성이었다.

"너희 장사하기 싫은 거야?"

류지원은 한 걸음 나서더니 책임자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1인당 2000만원씩 소비한다고? 내가 소비자연맹에 고소해줘?"

책임자는 화를 내지 않고 제자리에 서있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고객님이 주문하신 술은 한정판 르마네•콘디로 전 세계 연간 생산량이 800병에 불과합니다. 시장 가격은 3억이 넘으나 고객님께서 30병을 주문하셔서 할인까지 해드렸습니다."

류지원은 버럭 화를 내면서 책임자의 멱살을 잡았다.

"한정판 술을 너희들이 30여병이나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내가 언제 이 술을 주문했어?"

책임자는 냉소했다. 그는 부산시에서 책임자 직을 맡은 5, 6년 동안 지위가 높은 인물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서도 허세를 부리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책임자는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말했다.

"고객님, 세 가지 일에 대해 말씀 드리지요. 첫째, 고객님께서 가장 비싼 술을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CCTV가 이를 증명해줄 겁니다. 둘째, 저희가 제공하는 술은 정말 진품입니다. 사장님께서 어떻게 한정판 술을 이토록 많이 수입하셨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셋째, 무례하게 행동하지 마십시오."

"촤악!"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건장한 남자 십여 명이 문 앞에서 들어왔다. 그들은 검은색 반팔 티를 입고 있었으면 문신이 가득 했다.

그들은 부산 타워 보디가드들이었다. 부산시 가장 사치한 호텔인 부산 타워에서 감히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부산 타워의 사장이 예전에 조직폭력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누가 감히 눈꼴 사납게 이곳에서 난동을 부리겠는가?

맨 앞에 롱 코트를 입고 지팡이를 쥐고 있는 사람이 바로 부산 타워의 사장 오정도였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차림새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예순, 일흔인 줄 알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는 겨우 서른 살 남짓했다.

과연 오정도가 보디가드들을 데리고 나타나자 류씨 가문들의 모든 사람들이 당황했다. 그들은 잇달아 걸어가서 사과를 했다.

류지훈도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저 사람은 오정도였다! 부산 타워의 사장은 부산시 초기의 조직폭력배였다!

사장이 나타나자 책임자는 더 뱃심 있게 말했다.

"당신 류 씨 가문도 그저 이류 가문일 뿐입니다. 당신들이 직접 가장 좋은 술을 올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발뺌하는 겁니까?"

"아니요, 아니요!"

류지원은 크게 소리치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돈을, 돈을 드리겠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할머니를 바라 보았다.

그에게 어떻게 68억이 있겠는가! 하지만 돈을 주지 않는다면 오늘 아마 들려나갈 것 같았다!

"오 사장님."

이때 할머니도 앉아있을 수 없었다. 할머니는 부축을 받으면서 다가가 오정도에게 허리를 굽혔다.

나이를 따진다면 할머니는 오정도보다 훨씬 연장자였다. 하지만 지위를 논한다면 비교조차 안되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할머니가 허리를 굽히면서 말했다.

"저의 손자가 나이가 어려 철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바로 돈을 드리겠습니다."

할머니가 굽실거리자 류씨 가문 자제들은 모두 기분이 이상해졌다. 하지만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누가 류지원더러 허세를 부리면서 가장 비싼 술을 시키라고 했나?

아까 류씨 가문 젊은이 몇 명은 인터넷에서 르마네•콘디 가격을 찾아보았다. 확실히 한 병에 2억이 되었다.

강유호만 일어서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왜냐하면 오정도와 그는 옛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그때의 강유호는 열넷, 열다섯 살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오정도가 비범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어 몰래 5500만을 투자했었다. 그때 오정도는 너무 감동되어 눈물을 줄줄 흘렸었다.

사실 투자보다 도움을 줬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왜냐하면 강유호는 아무런 보답도 받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강유호는 일찍부터 이 일을 잊고 있었다. 오늘 다시 만난 오정도는 이미 창업에 성공하여 부산 타워의 사장이 되어있었다.

역시 그는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다.

강유호는 들키고 싶지 않아 허리를 숙이고 몰래 도망치려고 했다.

"저기 어린 친구, 잠깐만."

이때 오정도가 이렇게 부르더니 곧장 강유호 쪽으로 걸어가는 것이었다.

류씨 가문 모든 사람들이 화가 났다. 강유호는 미친 거 아니야?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돈을 내면 끝날 일인데, 왜 도망을 쳐?

"류신아, 너의 남편은 왜 저래? 도망치려고 하잖아?!"

"그래, 우리 모두 이혼하라고 하는데 듣지도 않고!"

"강유호가 도망치려고 했으니 오 사장은 더 화가 나겠어. 우리 류 씨 가문은 뼈도 못 추릴 거야!"

여자들은 류신아를 가리키면서 외쳤다.

곁에 있던 류신아를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강유호가 몰래 도망치려고 하니 그녀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오정도 사장님!"

이때 류지원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강유호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오정도 사장님, 화내지 마세요. 저 사람은 저희 류 씨 가문의 데릴 사위인데 한량입니다. 평소에도 참 변변치 않는 놈이고, 저 사람이 도망치는 건 저희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저희가 바로 돈을 드리겠습니다......"

"꺼져!"

오정도는 류지원을 가리키며 호통을 쳤다.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류지원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오정도는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이번 생에 이 소년을 다시 볼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었다!

7년 전, 그가 갓 창업을 시작했을 때 자금이 부족했었다. 하지만 그때의 그는 그저 건달이었을 뿐이었고, 그를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었다. 14살이 되던 강 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그를 도와주었는데 5500만원을 무상으로 지원해주었다! 그는 그 은혜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만약 그 돈이 없었다면 오정도는 아마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을 것이다!

창업에 성공한 오정도는 몇 번이나 사람을 보내 둘째 도련님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둘째 도련님은 강 씨 가문에서 쫓겨난 후 행방불명이 되었다.

오늘 강유호의 뒷모습을 본 오정도는 한눈에 둘째 도련님임을 눈치챘다!

"둘째 도련님이지요?"

오정도는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그였지만 지금만큼은 어린 아이처럼 긴장하고 있었다.

피하지 못하겠어!

강유호는 이를 악물면서 몸을 돌려 오정도를 바라 보았다.

"털썩!"

순간 오정도는 멍한 표정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는 군요! 3년 동안 찾았습니다! 도련님의 은혜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오정도는 너무 흥분되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말했다.

순간 부산 타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입을 크게 벌렸다!

충격이었다!

이건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몸값이 몇 천 억이나 되는 사장이 아이처럼 흥분된 얼굴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강유호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의 얼굴에서 아무런 희로애락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이건 무슨 상황이지?!

"오정도 사장님, 왜 이러는 겁니까? 넘어지셨어요?"

강유호는 얼른 그를 부축하면서 눈을 끔뻑였다.

오정도가 어떤 사람인가? 강유호의 사인을 받은 그는 즉시 알아차렸다. 강유호는 신분을 밝히고 싶지 않는 것이었다.

"중심을 잃은 것 같습니다."

오정도는 이렇게 말하면서 길게 숨을 내쉬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사람을 잘못 보았습니다."

"후......"

이 말은 들은 뒤에서야 류 씨 가문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중심을 잃은 것이었구나......

그래, 저 병신이 어떻게 오정도 사장님을 알겠어?

"내 말 좀 들어."

바로 이때 할머니가 주위를 둘러보면서 입을 열었다.

"이 68억은 류지원 혼자 낼 수 없어."

할머니가 이렇게 말하자 류지원은 싱글벙글해졌다. 역시 할머니야!

"일인당 2000만이니 각자 계산하도록 해."

할머니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류 씨 가문은 비록 이류 가문이지만 2000만 정도는 스스럼없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표정만 매우 난처했다!

류신아와 이여화는 최근 회사에 문제가 생겨 집에 저금으로 부족한 10억을 모두 메웠다.

"류신아, 표정이 좋지 않은걸. 하하, 설마 2000만도 낼 돈이 없어?"

류지원은 류신아에게 돈이 없다는 걸 알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고의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류신아가 창피를 당하게 만들었다.

"그......"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자 류신아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는 한참 뒤에서야 입을 열었다.

"은행카드...... 가져오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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