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이진 씨, 계약 기간 만료됐습니다. 도련님께서 이혼 서류에 사인하라고 하셨습니다.”윤씨 가문 저택, 이진은 세상만사 귀찮다는 듯 거실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었다.높이 상투처럼 틀어 질끈 맨 머리, 흐릿한 눈동자, 가무잡잡한데다 누렇기까지 한 피부에 좁쌀처럼게 나있는 주근깨, 젊은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중년 여성의 모습을 하고서 말이다.그리고 옆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이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집사가 건네온 서류를 펼쳐보았다.“3년이란 시간이 참 빠르네요.”집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뭐라도 말해야 이진이 사인을 하려나 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솔직히 이진이 이대로 떠난다는 게 조금 아쉽기는 했다. 물론 외모와 신분이 자기 집 도련님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마음씨만은 곱다고 여겨왔으니.그런데 웬걸. 자금만치3년이라는 세월 동안 윤씨 가문 사모님으로 지낸 사람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혼 서류에 사인하는 게 아니겠는가?“지난 3년간 감사했습니다.”사인을 마친 서류와 펜을 집사에게 넘긴 뒤 이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남편 윤이건과 3년을 함께 지내왔지만 부부의 정이라 할 것도 없었다. 신혼 첫날밤에도 두 사람은 그저 멀뚱멀뚱 앉아 꼬박 밤을 새웠으니 말이다.그 뒤로 두 사람은 한 지붕 아래 다른 방에서 각각 생활을 했고 서로 마주쳐도 겨우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만 나눴을 뿐 그게 끝이었다. 물론 지난 3년간 남편이라는 사람과 얼굴도 한번 제대로 서로 마주치지 않고 지냈다지만 집사는 언제나 그녀를 살갑게 대해줬다.“너무 내외하시네요. 짐은 제가 다 싸두었으니 한번 확인해 보세요. 만약…….”“괜찮아요.”집사는 순간 멈칫 하면 이진을 바라보았다.오늘 이진이 평소보다 조금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고분고분하며 고개도 쳐들지 않았는데 지금 모습은 아예 다른 사람처럼 행동했다.괜찮다는 듯 손을 저으며 눈을 마주치는 것도 모자라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며
A 시의 번화한 거리에 위치한 팰리스 호텔.케빈은 호텔 문 앞에 차를 세우고는 옆에 줄지어 선 차량을 흘깃 스쳐봤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을 줄이야.”“사람이 적으면 재미없잖아.”낮게 중얼거리는 케빈의 말에 이진은 눈을 천천히 뜨면서 의자에서 몸을 뗐다. 곧이어 뻐근한 목을 몇 번 움직이고 차 문을 열고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호텔 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붐볐다. 저마다 제각각인 표정을 한 사람들은 대충 자리를 차지하고 착석한듯했다. 오히려 구매자 측 주인공인 이진이 맨 마지막에 현장에 도착했다.호텔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그녀는 천천히 화장실 문을 나서 파티장으로 향했다. 종아리까지 드리운 긴 드레스는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더욱 부각시켰고 전문가 손길을 거치지 않은 머리는 그저 자연스럽게 풀어진 채로 어깨 위에 드리웠다.입가에 피어난 미소 덕에 그렇게 차가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장미에 가시처럼 거리감이 느껴졌다.그리고 그 시각 홀에 앉아 있는 또 다른 남자가 사람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YS 그룹 윤이건이었다.한창 다른 회사 대표와 서로 얘기를 주고받던 그때, 주위에서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남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순간 사람들이 감탄하는 주인공에게 눈빛이 고정되었다.‘저 사람이 나랑 조금 전에 이혼한 이진이라고?’물론 용모와 몸매가 바뀌었지만 윤이건은 상대가 이진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겉모습은 그렇다 쳐도 완전히 달라진 여자의 분위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결혼생활 3년 동안 눈빛 한번 제대로 맞추지 못하던 여자였는데 눈앞의 여자는 턱을 살짝 쳐들고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은연중에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그동안 외모도 성격도 숨겨왔던 거야? 이게 진짜 모습이고?’머릿속에서 고개를 쳐든 그녀 생각에 윤이건은 눈썹을 치켜뜨더니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재밌네.’윤이건의 눈빛을 눈치채지 못한 이진은
이진은 샴페인 잔을 든 손에 힘을 주더니 눈을 예쁘게 깜박거렸다.“무슨 뜻이야?”“무슨 뜻이긴, 언니가 이제 윤씨 가문과 아무 사이도 아닌데 윤씨 가문의 이름으로 이런 파티에 참석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이 말이지.”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A 시에서 한가락 한다 하는 대단한 인물들이다.그들은 윤씨와 이씨 두 가문이 3년 전 깜짝 결혼을 발표할 때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혼도 결혼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급작스러울 줄이야. 아무런 소리 소문 없이 이렇게 끝날 줄이야.솔직히 이영의 말이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헛소문이겠거니 의심만 했었다 그런데 방금 전 한 마디로 인해 이혼은 사실이 되었다.“이씨 가문 둘째 아가씨 말도 맞죠. 이미 이혼했으면서 윤씨 가문의 이름을 등에 업고 나타나다니.”“3년 동안 긁어낸 것 가지고는 아직 부족한가 보죠. 지난 3년을 한번 돌아봐요. 이씨 가문 사업이 얼마나 잘 됐나…….”주위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에 이진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오히려 이영이 깨고소해하는 모양새를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날 뿐이었다.그리고 그 시각 그곳과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윤이건은 입을 꾹 다문 채 어두운 눈으로 이진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듣지 못한 게 아니다. 그저 3년간 자신을 감쪽같이 속여온 여자가 대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왜? 내가 틀린 말 했어?”이진에게서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이영은 자기가 상대의 아픈 곳을 찔렀다고 생각했는지 우쭐했다.“아니면, 아직도 윤 대표님과 이혼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거야? 설마 목숨이라도…….”이영은 팔짱을 낀 채 점점 신나서 떠들어댔다.이진의 예쁘장한 얼굴을 보고 그녀가 윤이건과 부부였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마음 한구석에 겹겹이 쌓아두었던 분노와 시기가 끝내 폭발한 거다.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샴페인의 그녀의 얼굴에 뿌려졌다. 순간 떠들썩하던 홀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이진은 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