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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사과는 필요 없어

이 말만을 남긴 채 박수혁은 자리를 떠버렸고 소은정의 친구들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유라를 비롯한 소은정의 친구들이 눈으로 쏘는 레이저빔에 몸이 뚫릴 것만 같았다.

박수혁, 이렇게 날 버리고 가?

우리 친구 아니었어?

한참을 망설이다 강서진은 입술을 꾹 깨물고 애원했다.

“이번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요?”

“안 돼요!”

한유진 일행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1층. 소은정은 몰래 옆문으로 빠져나와 소은호에게 문자를 했다. 바로 기사가 곧 도착할 것이라는 답장을 받았다. 그리고 한유라한테도 미리 문자를 보내두었다.

“은정아...”

박수혁이 목멘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익숙한 그림자, 소은정은 흠칫 놀랐지만 바로 차가운 표정으로 감정을 지웠다. 그녀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캐치한 박수혁은 또 다시 상처를 받고 말았다.

“뭐 할 말 있어?”

어두운 가로등 불빛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트렸다. 박수혁이 한 발 다가가면 소은정은 뒤로 한발 물러서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박수혁은 피식 웃더니 물고있던 담배꽁초를 대충 버리고 한발 성큼 다가섰다.

“은정아, 레스토랑에 있었던 일은 미안해. 예리가 아직 철이 없어. 그래도 어떻게든 직접 사과하게 만들 테니까 걱정하지 마.”

“됐어. 그냥 앞으로 가족 간수나 잘해.”

사과? 레스토랑 사건은 그렇다 치고 지금까지 그녀가 받았던 멸시와 모욕은 어떻게 할 거지? 뭐, 사과 따위는 듣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은정아 내가...”

박수혁이 또다시 입을 연 순간, 클럽 입구에서 남자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강서진이었다. 얼굴을 막은 채 두 사람을 향해 달려오던 강서진은 몰려드는 모멸감을 억누르며 말했다.

“오늘 이 치욕 언젠가는 갚아줄 거야.”

그 순간, 휴대폰 플래시가 어두운 골목을 밝혔다. 알몸 상태인 강서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부들거리는 손가락으로 소은정의 얼굴을 가리켰다.

“사... 사진까지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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