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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자격

그녀의 곁에 있던 직원이 경매품을 소은정에게 건넸다. 담뱃대 밑부분의 붉은색 작은 반점을 확인한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진품이었다.

“고맙습니다.”

이민혜와 박예리 두 사람을 아예 투명인간 취급하는 소은정의 모습에 마음이 조급해진 이민혜가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소은정, 넌 어른을 봤으면 인사부터 해야지.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이래서 못 배우는 것들은...”

그녀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던 이민혜가 이제 와서 어른 대접이라도 받고 싶은 건가?

소은정은 정말 이제야 그녀를 발견했다는 듯 짐짓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사모님도 계셨어요?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당돌한 소은정의 모습에 이민혜가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너 정말 이렇게 나올 거야? 호구 하나 물었다고 이제 우리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는 거야? 잊지 마! 난 네 시어머니였던 사람이야!”

결혼생활 내내 그녀를 며느리로 인정한 적 없던 사람의 입에서 시어머니라는 단어가 나올 줄이야.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

이혼 전, 소은정이 시댁을 찾을 때마다 이민혜는 그녀의 집안 사정으로 트집을 잡으며 궂은일을 시키는 건 물론 벌을 세우기도 했다. 친하게 지내는 다른 기업 사모님들을 일부러 불러 그녀를 조롱하기도 했다. 소은정은 이민혜의 눈엣가시나 마찬가지인 존재였다.

“사모님도 이제 많이 늙으셨나 봐요. 잊으셨어요? 전 그 댁 아드님과 이미 이혼했어요. 시어머니 노릇은 다음 며느리한테나 하세요.”

“소은정, 너 우리 엄마한테 이게 무슨 말버릇이야?”

옆에서 듣고만 있던 박예리가 소리를 질렀다. 오늘은 무턱대고 덤비지 않기에 정신을 차렸나 했더니 또 몸이 근질거리나 보다.

게다가 이민혜까지 곁에 있으니 더 무서울 게 없었다.

박예리의 말에 방금 전까지 미소 지으며 예의 바르게 말을 건네던 소은정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왜요? 절 혼내기라도 하게요?”

다시 떠오르는 악몽에 박예리는 뒤로 움츠러들었다. 사실 소은정의 기를 눌러버리고 담뱃대를 빼앗아갈 생각이었는데 소은정이 예상대로 나오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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