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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하찮은 것

처음 보는 성강희의 진지한 모습에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 사람이었나?

3년 전, 장난기 많던 소년이던 그가 왠지 다르게 보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깐, 성강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소은정은 표정을 감췄다. 적어도 지금은 사랑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강희야, 못 본 사이에 여자 홀리는 스킬이 많이 늘었네.”

성강희는 흠칫하더니 뒤로 물러섰다.

“다른 사람한테는 이렇게 안 해.”

“하긴. 너 좋다는 여자애들이 한둘도 아니고. 네가 굳이 나설 필요는 없겠지.”

소은정은 괜히 농담을 던졌다. 뭐, 성강희의 여성 편력은 친구들은 물론 재벌 2세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니까.

“다 지난 일이야. 그리고 제대로 된 연애는 해본 적도 없었다는 거 알잖아...”

“그래. 오늘 위로해 줘서 고마웠어. 그런데 지금은 너무 피곤해...”

그녀는 순간적인 설렘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성강희와는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던 사이, 사랑이라는 순간적인 감정 때문에 좋은 친구를 잊고 싶지 않았다.

다시 기운을 차린 듯한 소은정의 모습에 성강희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푹 쉬어.”

가벼움이 항상 묻어나던 행동에서 느껴지는 그녀에 대한 사랑, 여자라면 빠지지 않기 힘들었다. 이런 엉큼한 남자 같으니. 소은정이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고개를 돌린 그녀의 시야에 아무렇게나 탁자 위에 올려둔 비취 담뱃대가 들어왔다. 입꼬리를 씩 올리던 소은정은 다가가 담뱃대를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천천히, 얼굴에 핀 미소가 사라지고 소은정은 다시 아무렇게나 탁자 위에 올려두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보물 1호가 이런 대접을 당하고 있다는 걸 박대한이 안다면... 아마 화가 치밀어 쓰러질지도 모르지.

이런 생각을 하며 잠에 든 소은정이 다시 깨어났을 때는 어느새 저녁 10시였다. 휴대폰을 확인한 소은정은 소은호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

일 때문에 며칠 동안 해외에 나가있을 거야. 회사 잘 보고 있어.

오빠도 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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