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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발칙한 것

소은정은 솔직하게 인정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 사람이 아끼는 물건을 일부러 담보로 잠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박예리 말이 맞았다. 그녀는 박씨 집안을 증오했고 그 집안사람들이 편하게 지내는 꼴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담뱃대를 팔지 않겠다 말한 것도 조금이라도 더 지옥에서 살아봤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녀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저쪽 집안사람들도 이미 짐작하고 있을 터, 굳이 아닌 척 연기할 필요는 없었다.

“박예리 씨, 알고 있겠지만 난 착한 사람이 아니에요. 당한 건 무조건 갚아주는 성격이랍니다. 3년 동안 그 집안사람들이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아직도 눈앞에 선한데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마음에 묻고 살기엔 제가 너무 억울하지 않겠어요?”

소은정의 말에 말문이 막힌 박예리는 몸을 부들부들 떨뿐이었다. 오히려 소은정이 솔직하게 인정하니 더 화가 치밀었다.

박대한이 또다시 흥분하는 박예리를 나무라듯 노려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박예리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새언니, 전에는 내가 심했어요. 내가 어려서, 철이 없어서 그랬어요. 언니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줘요. 진심으로 사과할게요. 사과만 받아준다면 시키는 건 뭐든 할게요. 그러니까 할아버지 담뱃대는 다시 돌려줘요. 내가 친 사고 때문에 엄마는 외출도 못하시고 저도 할아버지한테 충분히 혼났어요.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지만 그래도 분이 안 풀린다면 따귀라도 때려요.”

구구절절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든 박예리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소은정은 감동은커녕 재밌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은정의 도발에 박예리는 더 이상 연기를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어디 한번 계속해 봐.’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한 그녀의 눈빛에 수치심이 몰려왔다. 박예리의 절절한 사과에도 소은정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박대한은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은정아, 네가 결혼생활 동안 고생한 거 나도 안다. 오늘도 예리가 너한테 사과하고 싶다고 해서 온 거야.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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