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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소호랑

소은정은 신나리와 번호를 교환한 뒤 호랑이를 안고 실험실에서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임춘식은 생각보다 빨리 나온 그녀를 향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소은정은 호랑이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나리가 선물로 줬어요. 집에 데려가도 되죠.”

흠칫 놀라던 임춘식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이건 나리가 입사 전에 만든 로봇이라 회사 소유가 아닙니다. 나리가 허락했다면 얼마든지요.”

말을 마친 임춘식은 호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배신자야, 잘 가. 은정 씨 말 잘 듣고.”

“흥, 내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할 텐데요 뭘.”

마지막까지 발칙한 호랑이의 모습에 임춘식은 웃음을 터트렸다.

“가시죠. 제가 댁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집에 도착하고 호랑이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던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셋째 오빠 소은해가 보낸 영상통화 알림음이었다.

한편, 호랑이는 그녀의 집에 돌아오자마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이러저리 훑어보았다. 깔끔하지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호랑이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꼬리를 흔들며 이리저리 둘러보던 호랑이는 소파 위에 풀쩍 뛰어올라 에르메스 스카프를 이불 삼아 편안히 눈을 감았다.

소은정이 수락 버튼을 누르자 소은해의 잘생긴 얼굴이 나타났다. 데뷔와 동시에 뛰어난 외모로 연기력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최연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단점을 찾아볼 수 없는 조각 같은 외모에 타고난 끼, 연예인이 천직인 사람이었다.

“우리 동생, 더 이뻐졌네?”

소은정은 짐짓 머리를 넘기더니 말했다.

“뭐 새삼스럽게.”

소은해는 여동생의 자뻑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동생, 이혼 축하해. 이럴 때일수록 가족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하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오빠가 스케줄 다 비워두고 내일 귀국하려고. 공항까지 마중 나와야 해.”

소은정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소은해는 영상통화를 끊어버렸다.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젓던 소은정은 호랑이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너 이름 있어?”

“내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멋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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