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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울면서 매달리게 될 거야

승산이 없자, 진유나는 강하게 요동치는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계속 말씨름해 봤자 얼굴 붉힐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것을 알고 옆에 있던 남자를 쳐다보며 말을 돌렸다.

“네이처 빌리지 건을 누가 따냈는지 궁금하댔지? 바로 얘야. 근데 그리 떳떳한 방법은 아니었을걸.”

조금 전까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신이한은 흥미롭다는 듯 날카롭게 찢어진 눈을 반짝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분이셨다니.”

그는 먼저 악수를 청했다. 가벼운 웃음을 머금은 잘생긴 얼굴에서 왠지 모를 송연함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신이한 입니다. 제 이름 들어본 적 있을 거예요.”

디자이너 업계 소식에 대해 말이 오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 들어본 적이 있었다. 성혜인은 사람들과의 소통이 적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다른 디자이너들의 유명 작품을 보러 다니며 영감을 얻고는 했다.

신이한. 업계 내에서 꽤 들어본 이름이다.

그녀는 신이한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빼려는 순간, 신이한은 그녀와 맞잡은 손에 힘을 실었다. 이내 손등에 가벼운 입맞춤을 남기고서야 손을 놔주었다.

“페니 씨. 아름답기만 하신 게 아니라 실력도 남다르시군요. 따라다니는 남자가 많겠어요.”

속수무책으로 당한 성혜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진유나는 신이한의 의도를 모를 리 없었다. 마음에 들었다는 거지.

훤칠한 키에 고급 외제차까지 갖추고 있는 재력에 여자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신이한은 자신에게 넘어온 여자들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온갖 이유를 대며 차버린다.

진유나의 눈빛에서 악랄함이 느껴졌다. 신이한이 성혜인도 갖고 놀다 뻥 차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둘 다 디자이너니까 할 말도 많겠다. 얘기 좀 나눠. 나 먼저 들어갈게.”

신이한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애인 있어요?”

성혜인은 입술을 삐죽였다.

“없어요. 혼자가 더 익숙해요.”

명백한 거절이었다. 하지만 신이한은 못 알아들은 사람처럼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혼자는 심심하잖아요. 같이 예술관 좀 둘러보는 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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