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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겁낼 사람은 제가 아니에요

성혜인은 전시회가 열리는 아트센터로 들어섰다. 비즈니스계 인사들과의 자리에서도 세련되고 깔끔한 복장의 그녀가 유독 눈에 띈다.

그녀는 사방으로 주위를 살폈다. 그때, 인산인해 속에서 목표를 포착했다. 바로 정운테크의 사장, 지형오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좀 늦었죠.”

성혜인은 당당한 발걸음으로 걸어와 지형오와 악수했다.

지형오는 학교 임원진들과 함께 있었다. 올해 지형오는 제원대학 마이크로컴퓨터 수업과 관련한 모든 전자 장비를 지원하고 에어컨 10만 대를 기부하고자 한다.

정장을 빼입은 지형오에게서는 장사꾼의 교활함이 아닌 그 나이대만의 독보적인 대범함이 느껴졌다. 팔목에 거추장스러운 액세서리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간 단련해온 체격은 일반인보다 더 건장했다.

“드디어 왔군요, 페니 양. 잊은 줄 알았어요.”

두 사람은 성혜인이 지형오에게 집을 설계해 주면서 알게 되었다.

“사장님과의 약속은 잊을 수 없죠.”

성혜인은 한 중년 여성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온몸에서 세련미가 물씬 풍겼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교수님.”

윤희선. 35세. 깔끔한 스타일에 콧등에는 검은 선글라스가 걸쳐져 있다. 성숙한 여성의 자태가 눈길을 끈다.

하지만 ‘교수님’이라는 부름에 윤희선의 낯빛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옆에 있던 지형오가 놀리듯 입을 열었다.

“아직도 교수님이라니. 올해 학과장으로 승진하셨답니다.”

성혜인을 바라보는 윤희선의 눈빛이 차갑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미소를 머금으며 악수를 청했다.

“혜인 학생이었군요. 서로 아는 사이인 줄 몰랐네요.”

지형오가 하하 웃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 집이 바로 페니 양이 설계해 준 겁니다. 제원대학 미술 아카데미 졸업생이라는 말을 듣고 올해 전시회에 초대했지요.”

“그렇군요.”

윤희선의 시선이 성혜인을 향했다. 수수한 얼굴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싸구려 제품. 두말할 것도 없었다.

성혜인은 지형오 곁에서 한동안 집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형오가 벽에 걸린 그림에 더 큰 관심을 두자 이내 전시회로 화제를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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