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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지아는 돌아오는 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과거 학생 시절의 자신과 민아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때 미래의 운명을 알았다면 좀 더 자유롭게 웃을 수 있었을까?

차가 집에 도착하고 하빈은 일부러 아기를 먼저 데리고 나갔다.

지아는 금방 돌아가지 않고 가로등 밑에 서서 날리는 눈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거기 있는 거 알아요.”

가로등 뒤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 도윤은 멀리서 지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봤고, 지아는 도윤의 눈동자를 빤히 들여다보았지만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그날 밤엔 고마웠어요.”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도윤이 제때 돈을 빌려 값을 치르지 않았다면 지아는 악마들의 손에 넘어가 목숨이 끝날 뻔했다.

“제가 아가씨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도윤의 어깨와 머리에 하얀 눈이 두툼하게 쌓인 걸 보아 한참을 서 있었던 것 같다.

지아는 천천히 도윤을 향해 걸어왔고, 도윤은 조금 불안했다.

지아가 자신의 정체를 알았는지 확신이 없었던 도윤은 지아가 알면 어떻게 할지도 짐작할 수 없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밤에 곧 길은 두꺼운 얼음과 눈으로 덮였다.

지아가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났다.

도윤의 심장은 눈 소리와 함께 거칠게 뛰고 있었다.

지아는 도윤에게 다가가 손을 들어 어깨에 쌓인 눈을 털어주었다.

‘이건...’

“내일 은행에 가기로 했어요.”

“아가씨, 뭐 하시려고요?”

“계좌 번호 줘요. 그동안 일했던 돈 정산해 줄게요.”

도윤은 짙은 눈썹을 내렸다.

“그럼 아가씨께서는 이제 제가 필요 없는 겁니까?”

“계좌의 돈이 움직이면 그 사람이 분명 알게 될 겁니다. 그러면 저도 도망갈 수 없을 거고, 그 사람이 당신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강욱 씨, 멀리 가요, 최대한 멀리.”

도윤은 그제야 자신이 지아에게 악마의 그림자처럼 드리운 채 따라다니며 트라우마를 남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람은 아직 아프리카에 있잖아요. 게다가 오랫동안 죽은 척했으니 들키기 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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