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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지아는 처음 도윤과 결혼했을 때를 떠올렸다. 늘 말이 없었던 그는 침대에서도 행위에만 집중하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는커녕 표정 변화도 거의 없었다.

매번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할 정도로 괴롭혀대는 게 아니었다면, 지아는 도윤이 자신을 좋아하는 게 맞는지 의아했을 것이다.

도윤은 항상 자신의 모든 감정을 마음속에 숨겼다.

오랜 세월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두 사람은 서로 바뀐 것 같았다.

지아가 감정을 감추기 시작하니 이젠 도윤이 비굴하게 들러붙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마음에 대해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

사람에게 칭얼거리며 열정적으로 달려드는 강아지처럼 도윤은 지아의 민감한 신체 부위를 건드렸다.

촉촉한 입술이 목을 타고 아래로 내려오며 물기를 묻혔다.

“지아야, 보고 싶었어. 미쳐버릴 정도로 보고 싶었어.”

지아는 곧 진환이 들어와 도윤의 밑에 깔린 도윤을 자신을 보면 뒤집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여 방법을 생각해 낸 지아는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

“도윤 씨, 나도 당신 보고 싶었지만 이제 곧 돌아갈 시간이야.”

“어디로 돌아가?”

“꼭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게.”

말하며 지아는 도윤에게 먼저 입을 맞추었고, 수동적이던 그녀가 적극적으로 다가오자 도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꿈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니 말도 안 되는 일이라도 의심하지 않았다.

지아는 키스로 도윤의 정신을 쏙 빼놓고 그 틈을 타 도망쳤다.

도윤만 제자리에 남은 채 지아를 불렀다.

“지아야, 지아야...”

지아는 빠르게 옷매무시를 다듬고 동굴을 빠져나왔다.

일행은 오래전에 떠났고 동굴 밖에는 커다란 붉은 뱀만 남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무무는 산에서 열매를 따고 있었고, 커다란 붉은 뱀이 적당한 거리에서 지켜주고 있었다.

산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지아의 가슴 속 열기를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다.

지아는 큰 나무에 올라가 머리 뒤로 손을 얹었다.

나무 잎사귀 사이로 햇살이 온몸에 스며들고 하늘에 떠도는 구름과 날아가는 새 떼를 바라보며 도윤과 함께했던 시간이 천천히 떠올랐다.

행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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