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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9화

임상언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니 그제야 시원해졌다. 최근 몇 달 동안 그는 떠도는 영혼 같은 나날을 보냈다. 대사관에서 돌아온 오늘까지도 머리는 여전히 멍해 있었다. 처음에는 아들이 잡혀서 당황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협박당하다가 나중에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아들을 구하려고 애쓰다 보니 아들의 모습을 잊을 지경이었다.

보스가 죽었으니 아들과 연결할 수 있는 길이 더는 없게 되었다.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면서도 뛰어들어 사람을 구해낼 수 없으니 정말 쓸모가 없었다.

휴대전화를 켜놓고 아들 사진과 몰래 저장해뒀던 동영상들을 보며 가슴이 찡했다. 옷을 입고 나오자 김서진은 거실에 앉아 있었고 서한은 무언가를 보고하는 듯 서 있었다. 인기척을 듣고 두 사람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자 임상언은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새로운 소식이 있어요?”

김서진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아직은 새로운 진전이라고 할 수도 없다.

새로운 소식이 없자 마음이 갑갑해진 임상언은 물컵을 들고 돌아서며 말했다.

“그럼, 계속 기다리기만 해야 하나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나요?”

임상언은 상심해 했다. 예전에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어쩔 수 없게 되었고 자신이 쓸모없음을 느끼게 되었다. 심지어 김서진조차도 더 나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 김서진과 서한은 입을 다물고 말이 없었다. 임상언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는 한소은과 내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별수가 없어요. 심지어 인질을 잡고 있어 욕도 못 해요. 그럼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임상언은 눈살을 찌푸리며 계속해서 말했다.

“그들이 이렇게 하는 걸 국가도 알면서 다른 방도가 없나요?”

“이건 당신과 나의 사적인 일이 아니에요.”

김서진은 입을 열었다.

“이 문제는 너무 커요. 당신도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잖아요!”

“알아요! 그런데 그들은 왜 제 아들을 괴롭히는 거죠? 예전에 투자를 협박하고 일을 시키기 위해서라면 이미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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