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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새로운 거처

강수아는 말을 마친 뒤 강윤아에게 모욕적인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더니 유유히 차에 올라탔다.

강범석 일행은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강윤아는 차가 멀어지는 것을 그 자리에서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눈을 돌려 방금 달려온 의사를 바라보았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강윤아는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다.

그러자 의사는 다소 겸연쩍은 듯 손을 내저으며 막 입을 열려고 했다. 그는 강윤아와 조금 전 세 사람의 관계가 궁금했지만, 다른 사람의 가정일에 자신이 참견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속으로 그 의문을 꾹 삼켰다.

그는 강윤아 손목의 상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 상처••••••, 병원에 가서 치료해줄까요?”

강윤아는 어리둥절해 하며 손목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금 전 강범석이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떠올리며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

“괜찮아요.”

잠시 후, 의사와 헤어진 그녀는 병실로 돌아가 은찬을 데리고 나왔다.

“엄마, 방금 엄마랑 싸운 사람들은 누구예요?”

은찬은 병실에서 얌전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목격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다투는 내용은 듣지 못했다.

강윤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일 뿐이야.”

그녀는 은찬을 어른들의 분쟁에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그에게는 말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엄마가 말하지 않아도 저는 짐작할 수 있어요••••••.”

“응? 뭐라고?"

강윤아는 그의 말을 잘 못 알아듣고 다시 되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은찬이 중얼거렸다.

강윤아는 원래 이번에 귀국해서 서만옥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후 바로 떠나려 했다. 하지만 서만옥의 상태가 생각보다 이렇게 심각할 줄은 미처 몰랐다. 보아하니 박미란은 서만옥을 가만두지 않을 것 같고, 강범석도 박미란 옆에 꼭 붙어서 그녀 편을 들고 있으니, 강윤아가 여기에 남아서 서만옥을 돌보지 않는 이상, 서만옥의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에 강윤아는 더욱 굳건하게 여기에 남기로 했다. 그녀는 자기 어머니를 이대로 가만히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하지만 국내에 오랫동안 머무르려면 지금 당장 지낼 곳이 필요했다. 그녀는 절대 강씨 가문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강윤아는 고개를 숙여 옆에 서 있는 은찬을 바라보았다.

은찬이 다닐 학교를 찾아줘야 했다.

잠시 후, 강윤아는 곧바로 중개업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 중개업자는 매우 효율적이어서 곧 교통이 편리하고 병원과도 가까운 동네를 소개해 주었다. 강윤아도 둘러보고 마음에 쏙 들어 두말없이 곧장 방을 계약했다.

집주인과 계약을 마친 강윤아는 인근 유치원을 알아보기로 했다.

“집주인 아주머니, 실례지만 이 근처에 유치원이 있나요?”

“유치원은 이 근처에 꽤 많아.”

집주인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강윤아에게 거침없이 소개를 했다. 하지만 강윤아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집주인에게서 만족스러운 답을 얻어내지 못했다.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강윤아가 말했다.

강윤아는 귀국하면서 짐을 많이 안 가지고 왔기 때문에 새롭게 이사한 뒤 은찬을 데리고 백화점에 가서 새로운 물건을 잔뜩 장만하고 집을 정리하는 데 열중했다.

저녁, 샤워를 마친 강윤아는 컴퓨터를 켜고 인근 유치원을 찾아봤다.

집주인이 말한 것과 비슷하게, 그 유치원들은 그다지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보다가 강윤아는 인근에 위치한 한 사립유치원에 눈길을 돌렸다.

귀족 유치원이라 할 만큼 여건이 좋은 이 유치원은 학비가 일반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강윤아는 비록 강씨 가문에서 쫓겨나긴 했지만, 해외에서 오랜 세월 열심히 일한 그녀는 통장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한 돈을 저축했었다. 게다가 그녀는 은찬을 위해 쓰는 돈은 단 한 푼도 아깝지 않았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온라인으로 유치원을 등록하고, 다음날 유치원에 가서 모든 수속을 마쳤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온 강윤아는 은찬을 불렀다.

“은찬아, 오늘 네가 다닐 유치원 수속을 마쳤어. 내일부터 유치원에 가야하니까 유치원에 가면 선생님 말씀을 꼭 잘들어야 해.”

강윤아가 말했다.

“엄마,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똑똑한데 저한테 무슨 문제가 생기겠어요?”

그녀의 말에 은찬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허세 가득한 은찬의 모습에 강윤아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의 이런 태도에 잔뜩 걱정됐던 강윤아의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나중에 병원에 가서 외할머니를 돌봐야 해서 은찬이랑 같이 있을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아. 학교가 끝나면 엄마가 유치원에 데리러 갈 테니까 그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절대 함부로 뛰어다니지 마, 알겠지?”

“네. 안심하세요. 제 걱정은 하지 말고 엄마는 가서 외할머니를 잘 보살피세요. 전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요.”

은찬의 표정은 모처럼 진지해졌다. 강윤아는 어른 흉내를 내는 은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팠다.

은찬은 아직 어린애일 뿐인데, 이렇게 어린 나이에 왜 이리 많은 부담을 져야 할까?

다음날 이른 아침. 강윤아는 아침 식사 준비를 마치고 은찬을 불렀다.

등교 첫날이라서 그런지 은찬은 늦잠을 자지않고 일찍 일어나 강윤아와 함께 아침을 먹은 뒤 유치원에 갔다.

은찬은 강윤아와 함께 외국에 오랫동안 머물다 이번에 처음 귀국하는 거여서 은찬에게는 이곳의 모든게 호기심덩어리였다. 유치원에 도착하자 은찬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강윤아는 피식 웃으며 은찬을 다시 끌어당기며 당부했다.

“은찬아, 유치원에서 꼭 말을 잘 듣고 다른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해, 알겠지?”

은찬은 두말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고 있어요.”

잠시 후, 강윤아는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 은찬에게 건넸다.

은찬은 어쨌든 국내에 머무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강윤아는 그가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섰다. 때문에 행여 은찬이 괴롭힘을 당할까봐 이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게다가 은찬은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휴대폰이 없다면 아마 심심해서 미쳐버릴 것이다.

강윤아는 은찬이 게임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 그가 게임을 하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어쩌면 은찬이 타고난 e스포츠 고수일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한바탕 신신당부한 뒤 강윤아는 은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더니 그제서야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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