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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아무도 건드리지 마

옆 룸입구까지 간 유준은 문을 걷어찼다.

하영의 볼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눌려 있는 모습을 본 유준은 순식간에 분노로 휩싸였다.

검은 눈동자에서 피에 굶주린 듯한 음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방안을 가득 채웠다.

유준은 대머리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정강이를 걷어찼다.

곧이어 그는 테이블 위의 술병을 집어 들어 대머리의 대가리를 내리쳤다.

유준은 온몸에 차가운 피를 두른 염라대왕같이 무자비했다.

장내에 감히 앞으로 나서서 저지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유준이 손에 닥치는 대로 모든 것을 부수는 것을 본 허시원은 바로 다가가 자기 겉옷을 벗어 유준에게 건네주었다.

유준은 몸을 돌려 하영 앞으로 가 옷으로 그녀를 감싸주었다.

하영을 안는 순간,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똑똑히 보았다.

그녀의 눈물이 소리 없이 그의 손등에 떨어졌다.

품속의 하영을 꼭 껴안고 차가운 소리로 허시원에게 명령했다.

“저 새끼 병신으로 만들어!”

허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사장님!”

놀라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던 양다인은 유준이 하영을 안고 자신의 앞을 무심하게 지나쳐 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녀는 마음은 점차 짙은 불안과 질투로 변해갔다.

……

난원.

가정부 임씨는 피와 상처로 얼룩진 하영을 보고 놀라 다리가 후덜거렸다.

“사장님, 아가씨……”

“여의사로 한 명 불러와!”

유준은 말을 끝내고 하영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도착한 그는 기절한 하영을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그녀의 얼굴에 선명하게 찍힌 빨간 손자국을 본 유준의 눈엔 분노가 가득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 씨는 여의사를 모시고 왔다.

의사는 하영의 상태를 꼼꼼히 체크한 후 유준에게 말했다.

“하영 씨는 보여지는 외상 외에 다른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제야 유준은 안심한 듯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아주머니, 선생님 모셔다 드리세요!”

임 씨는 곧 여의사를 데리고 떠났다.

문이 닫히자, 유준은 휴대폰을 꺼내 허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목소리는 극도로 차가웠다.

“즉시 그 룸의 CCTV를 나에게 보내. 그리고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

감히 나, 정유준의 사람을 건드리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

……

다음날.

하영이 천근만근인 눈을 뜨자마자 임 씨 아주머니는 죽을 들고 들어왔다.

“아가씨, 깨어났어요?”

메마른 목구멍으로 하영은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임 씨는 죽을 침대 머리맡에 놓고 조심스럽게 하영을 부축하고 앉았다.

“아가씨, 사장님께서 정말 많이 걱정하셨어요. 어젯밤 의사가 다녀간 후 조금 전 날이 밝을 때까지 아씨 옆을 지키다가 방으로 돌아가셨어요.”

하영은 그녀가 기절하기 전, 유준이 자신을 안고 간 것을 어렴풋이 기억해 냈다.

다만, 그가 밤새 자신의 곁에 함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양다인을 생각하니, 또 마음 깊은 곳에서 화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지금은 가까스로 화를 억눌렀다.

정유준이 이러는 것도 아마 3년 동안 함께 한 정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앞으로 그의 곁에 있을 사람은 양다인일 것이다.

하영이가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오려는 찰나 침실 문이 열렸다.

유준은 짙은 색의 캐주얼한 복장을 있었다. 비록 편한 스타일이지만,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품위는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임 씨 아주머니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나가서 일 보세요.”

임 씨는 하영을 부축하던 손을 거두고 바로 물러났다.

유준이 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본 하영은 ‘고맙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만약 그가 어젯밤에 전화를 받았더라면, 아마도 놈들에게 이런 치욕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어찌 됐든 결국 자신을 구했다.

“강하영, 참 재주도 좋아.”

유준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하영은 어안이 벙벙하여, 유준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 말은 무슨 뜻이지?’

유준은 허리를 굽혀 점점 가깝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세게 쥐었다. 말투는 매우 차가웠다.

“빚 갚으려고 네 몸뚱어리 내건 거야? 왜? 내가 준 돈으로는 아직 부족해?”

하영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아픔을 참으며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적 없어요. 놈들이…….”

“스카이 캐슬이 어떤 곳인지 알기나 해?”

화가 난 유준은 얼굴에 노기를 드러내며 음침한 소리로 외쳤다.

“놈들한테 돈이 없다고 말한 건 다른 방식으로 빚을 갚겠단 소리 아냐?”

하영은 경악했다.

“그들에게 이틀만 더 시간을 달라고 얘기했어요.”

유준의 검은 눈동자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CCTV를 통해 너희들의 대화도 똑똑히 들었어! 아직도 내 앞에서 궤변을 늘어놓을 셈이야?”

하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준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정유준! 이번 일은 내가 굳이 당신한테 변명할 필요는 없다구요! 날 모욕할 생각하지 말라고요!”

“모욕?”

유준은 일어나던 하영을 잡아당겨 서재 컴퓨터 앞으로 데려갔다.

그러고는 허시원이 보낸 CCTV를 처음부터 끝까지 하영에게 한 번 보여주었다.

어젯밤 룸에서의 상황을 다시 보니 하영은 악몽이 엄습해 오는 듯 온몸이 떨리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

전 과정의 영상을 본 하영의 얼굴은 더욱 굳어져 갔다.

왜 상대방에게 이틀 동안 시간을 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이 없지?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화면 속의 대화를 보면 본인이 돈을 아끼기 위해 제 발로 찾아간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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