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준 곁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여자, 강하영. 김제시의 모든 사람들은 그녀가 정씨 집안 셋째 도련님이 애지중지하는 여자,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로 알고 있다. 하지만 강하영은 자신이 첫사랑의 대역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정유준이 ‘첫사랑’을 찾은 그 날, 강하영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낙심천만한 강하영, 뱃속 정유준의 아이와 멀리 떠나기로 결심하게 되고…….십여 년 동안 찾아 헤매던 진짜 첫사랑이 바로 항상 그의 곁을 지키던 강하영이라는 걸 알고, 정유준은 강한 자책감에 빠져 죽을 듯 괴로워하는데…….
더 보기유준은 하영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 어디야? 무슨 일 생겼어?”하영은 사실대로 대답했다.“인나가 지금 병원에 있어서, 같이 있어줘야 하거든요.”“이런 일은 현욱한테 맡겨.” 순간, 유준은 기분이 안 좋아졌다.“인나와 현욱 씨는... 헤어졌어요.”“헤어져??” 유준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인나 씨 임신하지 않았어? 그런데 어떻게 헤어질 수 있지?”“인나가 아이를 지웠어요. 그리고 먼저 헤어지자고 말했고요. 현욱 씨 오늘 정말 이성을 잃은 것 같던데, 당신도 가서 현욱 씨 찾아봐요.”유준은 그제야 일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알았어, 내가 지금 바로 현욱에게 전화할게.”“네.”전화를 끊은 후, 하영은 병실로 돌아왔다.통화 시간은 겨우 몇 분밖에 안 됐지만, 인나는 이미 눈을 뜨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하영은 마음이 아파서 얼른 그녀에게 다가갔다.“배고프지? 내가 경호원더러 먹을 거 좀 사 오라고 했는데, 좀 먹자, 응?”“하영아, 나 정말 이해가 안 돼.” 인나는 화제를 돌렸다.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렸을까?”하영은 침대에 앉으며 말했다.“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나만 믿어. 지금 틀림없이 누군가가 고의로 널 해치려 한 게 분명해.”인나는 쓴웃음을 지었다.“양다인은 에이즈에 걸렸지만, 난 그 여자와 접촉한 적이 없어. 하지만 내가 접촉한 다른 그 누구에게도 이런 병이 없었고.”“자세히 생각해 봐. 양다인 말고 최근에 수상한 사람이랑 만난 적 있는지.”인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세히 생각했는데, 순간, 그녀는 주민을 떠올렸다.인나는 고개를 돌려 하영을 바라보았다.“주민... 임신해서부터 지금까지, 너희들을 제외하면 주민 그 여자밖에 없어! 그러나 주민도 나한테 손을 댄 적이 없는데. 그리고 그 여자에게도 이런 병이 없잖아. 정말 그녀일까?”하영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주민과 양다인도 모르는 사이일 텐데.”인나의 눈빛은 다시 어두워졌다.“만약 주민이 아니라면, 나도 정말 모르겠
“이런 터무니없는 이유로 내 아이를 지우다니!? 우인나, 너 정말 대단해!”현욱은 눈시울이 점차 붉어졌다.“내가 네 곁에 없을 때, 안정감이 부족하다고 말해 놓고는, 이제 계속 곁에 있어주니까 또 귀찮다니! 그리고 아이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거지? 이제 곧 손과 발이 다 자랄 텐데! 너 도대체 얼마나 악독하길래 아이를 이렇게 쉽게 지운 거야?! 만약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나에게 맡기면 되잖아! 지금 날 뭘로 보고, 내 아이를 뭘로 본 거야?? 우인나, 너한테 이럴 자격이 있는 거냐고?!!!”인나는 울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얼굴을 돌려 입술을 꽉 물었다.인나의 냉담하고 매정한 태도를 보며, 현욱은 마치 무엇을 깨달은 것 같았다.그는 크게 웃기 시작했다.“이제야 알겠네. 우리 어머니의 말이 맞았어. 사실 넌 이 아이를 낳을 엄두가 없었던 거야! 이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지?! 너 정말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다음 나한테 매달린 거였어! 맞지?!”현욱이 어떻게 말하든 인나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현욱은 이성을 잃고 앞으로 다가가 인나의 팔을 잡아당겨 억지로 그녀를 끌어올렸다.“말해봐!” 현욱은 노호했다.“설명 좀 해보라고!! 평소에 말 잘 했잖아? 왜 이제 와서 벙어리인 척하는 거야?!”하영은 얼른 가서 현욱을 막았다.“현욱 씨, 진정해요!! 인나 지금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요!”“넌 빠져!!”현욱은 화를 내며 하영을 뿌리쳤다.그가 너무 많은 힘을 주는 바람에, 하영은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다.인나는 갑자기 두 눈을 부릅뜨더니 현욱을 노려보았다.“왜 하영을 때리는 거예요?! 당신 미쳤어?!”“그래, 나 미쳤다!” 현욱은 눈에 핏발이 섰다.“말해봐! 왜 그랬어? 나한테 왜 그랬냐고?! 말해!!”인나도 덩달아 소리쳤다.“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 거예요? 배현욱 씨, 내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두 번 다시 당신 보고 싶지 않다고요!!”“대체 왜?!” 현욱은 서랍을 향해 주먹을 세게 내리쳤다. “대체 나한테
끊임없이 아픈 복부는 인나의 아이가 이미 없어졌단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그렇게 고통을 감추며 인나는 다시 현욱을 바라보았다.“배현욱 씨.”인나의 허약한 목소리에 현욱은 즉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바로 침대로 달려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나 여기에 있어. 인나 씨, 대체 왜 그래? 나한테 말해봐, 응?”인나는 이를 악물며 자신의 감정을 억제했다.“현욱 씨...”“응!”“우리 헤어져요.”쿵 하는 소리와 함께 현욱은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는 깜짝 놀라 하며 인나의 두 눈과 시선을 마주쳤다.“뭐, 뭐라고?”인나는 또박또박 말했다.“우리 헤어져요.”현욱은 온몸이 갑자기 굳어지자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지금 무슨 농담을 하고 있는 거야? 하나도 안 웃겨. 어디 아프면 나한테 말해. 내가 고생할까 봐 걱정할 필요 없으니까. 너와 아이를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다...”“이제 아이 같은 거 없어요.”인나는 현욱의 말을 끊었다.“그러니 더 이상 날 위해 무엇을 할 필요가 없다고요. 난 이미 아이를 지웠어요.”그 말에 현욱의 잘생긴 얼굴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단 듯이 인나를 쳐다보았고, 안색은 점차 창백해졌다.“뭐라고?”“몇 번을 더 말해요?” 인나는 힘없이 말했고, 목소리는 무척 싸늘했다.“아...”현욱은 당황함에 시선은 인나의 배에 떨어졌다.“아니, 이유가 뭐야?”현욱은 마치 보이지 않는 큰 손에 목 졸린 듯 숨이 막히더니 거의 숨을 쉬지 못했다.“당신이 너무 짜증 나서요. 매일 할 일 없는 것처럼 나만 에워싸고 있잖아요. 너무 나한테 매달리기만 하니까 이제 질렸어요.”이 말을 듣자, 하영은 두 눈을 꼭 감더니 얼굴을 돌렸고 감히 두 사람을 보지 못했다.“아니...”현욱은 당황해하며 말했다.“난 할 일이 없는 게 아니야. 나도 바쁜 사람이지만 지금은 단지 너와 함께 임신기간을 보내고 싶을 뿐인데... 인나 씨, 지금 거짓말하고 있는 거지? 오늘이 만우절인가? 왜 나에게 이런 농담을 하는 거
말을 마치자, 인나는 하영의 손을 꼭 잡았고 애원하기 시작했다.“하영아, 제발, 제발 현욱 씨에게 말하지 말아줘! 그리고 나랑 같이 이 아이를 지우러 가면 안 돼? 난 이 아이가 계속 고통 속에서 살게 할 순 없어!”가슴이 아픈 하영은 인나를 바라보았다.“현욱 씨도 이 일을 알아야 하지 않겠어?”“안 돼!” 인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하영아, 제발,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현욱 씨에게 말하지 마!”“네가 아이를 지운 일은 언젠가 들킬 거야.”하영은 설득했다.“인나야, 만약 이 일을 숨긴다면, 앞으로 이 사실을 알게 된 현욱 씨와의 오해도 더욱 깊어질 지도 몰라.”“난 현욱 씨가 평생 날 오해했으면 좋겠어!”인나는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내가 지금 현욱 씨와 함께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니?! 난 에이즈에 걸렸어! 다른 병이 아니라 에이즈라고!! 난 현욱 씨가 나에게 실망을 느끼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 하지만 난 현욱 씨가 나 때문에 무슨 일 생기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볼 수 없다고!!”하영은 마음이 아팠다.“그래서 이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질 거야?”“이건 다 내가 지은 죄야.” 인나는 울면서 무기력하게 웃었다.“제발, 하영아, 내가 처음으로 너한테 애원하는 거니까 날 도와주면 안 돼? 제발 내 소원 좀 들어줘...”“현욱 씨가 이런 널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하영이 물었다.“난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난 현욱 씨에게 미안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정말 그이를 사랑하거든.”인나는 다시 눈물을 줄줄 흘렸다.하영은 인나의 눈빛에 드러난 쓸쓸함과 고통을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하영은 자신에게 물었다.‘만약 내가 이런 상황에 부닥쳤다면, 계속 유준 씨와 함께 하려 했을까?’순간이지만 그 답은 너무나도 뻔했다.‘그럴 리가 없지.’‘난 모든 방법을 강구하여 유준 씨에게서 멀어지도록 노력할 거야.’‘혼자 견디더라도, 혼자 어둠에 빠지더라도 난 그 남자를 어두운 구렁텅이로 끌어들이지 않을 거야.’하영은
인나는 멍하니 턱을 하영의 어깨에 기대었다.“하영아, 너 그거 알아? 내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 정말 무서웠어. 그러나 현욱 씨에게 내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려준 후, 정성껏 날 돌보는 그 남자를 보았을 때, 난 두려움을 이겨내고 이 아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어. 그렇게 난 내 아이와 하나로 되어 서로 갈라질 수 없다고 생각했고, 마찬가지로 나도 아이가 태어나는 그 순간을 줄곧 기대하고 있었어. 이 아이는 내 혈육이고 내 핏줄이니, 만약 누가 그를 해치려 한다면, 난 필사적으로 그 사람과 싸울 거야! 그런데 내가 이런 병에 걸리다니! 이 아이는 어떡하지? 현욱 씨는 또 어떡하지? 하영아, 의사 선생님이 이 아이도 감염될 것이라고 말했어. 만약 내가 정말 이 아이를 낳았다면, 앞으로 그는 평생 이런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을 거야. 그러나 이 아이를 지우기엔 너무 아까워,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단 말이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만약 내가 이런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틀림없이 뒤에서 손가락질을 하며 내가 더러운 여자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정말 아닌데...”인나는 온몸을 떨며 더 이상 슬픔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하영도 따라서 눈물을 흘렸다.“너 자신을 이렇게 말하지 마.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 우리 이제 이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으면 돼.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야. 인나야, 자포자기하지 마. 네 곁에 아직 우리가 있잖아...”인나는 하영의 어깨에 기대며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녀는 하영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하영에게 안긴 채 계속 눈물을 흘렸다.오장육부는 터질 것처럼 아팠고, 인나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하나의 생각밖에 없었다.‘죽고 싶어...’하영은 조용히 인나의 곁에 있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인나는 서서히 하영을 밀어냈다.그녀는 붉게 부은 두 눈을 반쯤 드리우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돌아가자, 날씨가 춥네.”하영은 인나의 이런 모습이 너무나도 두
하영이 생각하고 있던 참에 핸드폰이 또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이번에는 주희였다.하영은 얼른 전화를 받았다.“어, 주희야.”“하, 하영 언니!” 주희는 말을 더듬었다.“지금 정원에 보양식이 가득 쌓여 있어요!!”하영은 깜짝 놀랐다.“보양식이 가득 쌓여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주희는 혀를 차며 말했다.“나도 모르겠어요! 방금 장을 보고 돌아왔는데, 글쎄 집이 보양식으로 가득 찬 거 있죠!”“가득 찼다고? 대체 얼마나 많길래??” 하영은 그 장면을 상상할 수 없었다.“대략 수십 박스 정도요!!”‘유준 씨 방금 뭐라고? 보양식을 다 먹으라고?!’‘수십 박스나 되는 걸 내가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다 먹을 수 있겠어?!’‘이 남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하영은 머리가 아팠다.“경호원더러 전부 창고로 옮기라고 해. 저녁에 다들 같이 좀 먹자.”“네, 하영 언니.”하영은 전화를 끊은 후, 한숨을 내쉬며 검사실로 향했다.검사실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하영은 문을 열며 안을 들여다보았다. 안에는 의사만 있었고, 인나가 보이지 않았는데 하영은 다급히 물었다.“선생님, 방금 여기서 검사하던 임산부는 어디에 갔죠?”의사는 고개를 돌렸다.“우인나라는 환자를 말하는 건가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지금 왜 여기에 없는 거죠?”의사는 한숨을 쉬며 책상 위의 보고서를 하영에게 건네주었다.“방금 그 환자, 검사 보고서를 본 후, 바로 떠났어요.”하영은 의사가 건네준 보고서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검사 결과를 본 순간, 그녀는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검사 보고서에는 에이즈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하영은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인나가 어떻게 이런 병에 걸린 거지?!!’“젊은 나이에 이런 병에 걸려서 이미 멘붕이 온 상태예요. 얼른 가서 환자부터 달래줘요.”하영은 정신을 차리더니 창백한 얼굴로 복도 양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기에 비상 통로가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생각지도
“아, 인나 씨 지금 어디 간 거야?”현욱은 목소리가 다급했다.“난 이미 집에 돌아왔는데, 인나 씨가 보이지 않아서 깜짝 놀랐단 말이야. 왜 말도 한마디 하지 않고 나간 거지?”인나는 하영을 바라보았다.“오늘 출산 검사받으러 나왔어요. 어제 현욱 씨에게 말하는 거 깜박해서 하영더러 같이 가자고 부탁했어요.”“아.” 현욱이 대답했다.“그럼, 이따가 병원에 데리러 갈게.”“아니에요!”인나는 거절했다.“검사 마치면 하영이랑 쇼핑 좀 하고 싶어서.”하영은 영문 몰라 하며 인나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인나는 그녀에게 눈짓을 했다.“끊을게요. 이제 내가 검사받을 차례라서!”“그래, 꼭 안전에 주의하고. 난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네.”전화를 끊자, 하영은 어이 없어 하며 물었다.“왜 현욱 씨에게 열났다는 것을 알리지 않은 거야?”“말하면 괜히 걱정하잖아.” 인나는 배를 만지더니 눈빛은 무척 부드러워졌다.“그동안 현욱 씨 정말 너무 꼼꼼하게 날 챙겨줬거든. 무엇이든 알려주면 현욱 씨도 따라서 긴장해 하니까 그 사람 너무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하영은 인나의 약간 튀어나온 배를 어루만졌다.“아기도 앞으로 자신의 아버지처럼 자상하고 꼼꼼하고 또 책임감이 있는 사람으로 될 거야.”인나는 웃으며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아, 만약 딸이라면 어떤 이름을 지어야 할까? 아들은?”하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아직 너무 일러. 게다가 이건 현욱 씨 의견도 물어봐야 하지 않겠어?”인나는 눈을 반쯤 드리우며 짜증을 냈다.“글쎄 그 사람이, 딸은 배하나라 부르고, 아들은 배우라고 하겠다잖아.”하영은 웃음이 굳어졌다.“이건 좀...”“그러니까 현욱 씨와 이름을 상의하는 것은 아예 잘못된 선택이야! 난 그와 상의하고 싶지 않아!”검사실 입구, 하영은 아침에 금방 왔던 검사실을 바라보며, 마음이 어수선했다. 그러나 그 이유를 또 말할 수 없어 그저 불안함이 점차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았다.인나가 들어간 후, 하영은 바깥의 의자에
점심을 먹고 있던 유준은 세희의 소식을 받았다. 세희의 귀여운 목소리를 듣자, 그의 입꼬리는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다만 문자를 다 듣고 나니, 유준은 어이가 없었다.‘남자답게??’‘내가 언제 남자답지 않았단 거지?!’유준은 세희의 문자에 답장을 보냈다.“그럼 네 엄마에게 무슨 말을 했으면 좋겠어?”“무슨 말이든 다 좋아요.”유준은 잠시 심사숙고하다가 계속 물었다.“세희야, 네 엄마와 부진석 아저씨는 예전에 사이가 아주 좋았니?”유준의 말을 듣자, 똑똑한 세희는 바로 이게 함정이란 것을 알아차렸다.세희는 사실대로 말했다.“맞아요, 진석 아저씨는 우리 엄마를 아주 잘 챙겨줬고, 엄마도 진석 아저씨에게 아주 잘해줬어요.”“그런 거 말고 또 뭐 없었어?”세희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아빠가 왜 이런 걸 물어보는 거지?’‘지금 질투하는 건가?’세희는 질투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질투를 하면 할수록, 상대방을 더욱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이것은 캐리가 알려준 것이었다.‘기왕 이렇게 된 이상, 아빠더러 계속 질투하라고 해야지!’‘그러면 아빠도 엄마한테 강렬한 애정을 선보일 거야!!’“아마 세희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손을 잡거나 포옹을 했을 거예요. 왜냐면 엄마가 음식 먹다 체했어도 진석 아저씨는 엄청 걱정했거든요!”이쪽의 세희는 빙그레 웃으며 앳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맞은편의 유준은 그녀의 말 때문에 안색이 무척 어두워졌다.‘뭐? 손을 잡고 포옹해!’세희의 말은 칼처럼 유준의 심장을 쿡쿡 찌르고 있었다.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애매한 접촉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유준은 가슴이 턱 막혔다.그래서 유준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대답했다.“알았어!”“엄마 달래야 하는 거 잊지 마요!”30분 후, 하영은 인나네 아파트 아래층에 도착했다.이때 인나는 맥없이 나와 하영의 차에 올라탔다.인나의 얼굴이 약간 빨간 것을 보고, 하영은 손을 그녀의 이마에 놓았다.
하영은 미안한 마음에 세희의 작은 얼굴을 어루만졌다.“미안, 엄마 방금 다른 일 좀 생각하고 있었어.”“아저씨가 보고 싶은 거예요?” 세희는 깜찍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영은 일부러 모른 척했다.“세희 지금 누구를 말하는 거야?”“그 찌질한 아빠.” 옆에 있는 세준이 일깨워 주었다.하영은 멈칫했다. 유준이 문을 박차고 떠난 지 이미 이틀이나 지났다.요 며칠 유준은 전화 한 통도, 심지어 문자 하나도 보내지 않았는데, 마치 줄곧 삐져 있는 것 같았다.하영은 소리 없이 한숨을 쉬었다.“아니야, 엄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어.”“거짓말!” 세희는 흥얼거렸다.“요 며칠 집에 있을 때, 계속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잖아요!”‘그렇게 티가 났나...’세준도 따라서 맞장구를 쳤다.“엄마, 엄마는 대체 왜 그 찌질한 아빠를 좋아하시는 거예요?”하영은 감정이라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그저 화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참, 날씨도 곧 따뜻해질 텐데, 엄마가 직접 너희들에게 옷 몇 벌 만들어 줄까?”세준은 어이없어하며 하영을 바라보았다.“엄마, 지금 화제 돌리고 있는 거죠?”“아니.” 하영은 계속 발뺌했다. “엄마는 단지 너희들에게 좀 더 많은 정력을 쏟고 싶었을 뿐이야.”하영이 말을 마치자, 세희는 작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얼굴을 받쳤다.“엄마, 그럼 자꾸 눈살 찌푸리지 마요, 네? 정 보고 싶으면 문자 보내면 되잖아요.” 하영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요 며칠 오지 않은 이유는 틀림없이 바빠서 그런 것일 거야. 그러니 나도 그 사람 방해하고 싶지 않아.”‘그리고 나도 설명할 건 다 했어.’‘날 믿지 않는 남자를 계속 달랠 필요가 없단 말이지.’세희는 맑은 눈동자를 빙글빙글 굴렸다.‘엄마가 연락하기 싫으면, 아빠더러 먼저 연락하라고 해야겠어!’‘이따가 집에 돌아가면 바로 아빠한테 문자 보내야지!’‘다들 왜 이렇게 꾹 참는 거야! 하나도 안 귀여워!’병원에 도착하자, 하영은 아이들을 데리고 검사를 하러 갔다.설
<사장님,우리 끝났잖아요!>는 김나비 작가가 작성한 로맨스 분야에 속한 연재소설이에요. 강하영은 아픈 상태인 어머니와 노름빚을 진 아버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자기 몸을 밑천으로 삼아 정유준의 침대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정유준은 어렸을 때 자신을 구해준 여자를 찾아서 그녀를 보답하려고 했습니다.
이 책은 제280화까지 업데이트했고 조회수가 119.1k에 달했으며 9.1라는 평점을 받았으니 우수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롯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궁금하시면 굿노벨이라는 앱에서 한번 읽어 보세요~~